|
제야수세(除夜守歲)
섣달 그믐밤에 해를 지키다
除 : 덜 제(阝/7)
夜 : 밤 야(夕/5)
守 : 지킬 수(宀/3)
歲 : 해 세(止/9)
올해도 어느새 흘러 섣달그믐이 다가왔다. 근하신년(謹賀新年)으로 인사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1년이 후딱 갔다.
세월이 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큰 계획을 세웠다가 실천을 못한 사람들은 안타까움만 더할 것이다.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 예로부터 이날엔 여러 행사와 의식이 치러졌다.
덜 제(除)의 여러 뜻 중에는 섣달 그믐이란 뜻도 있고 그날 밤(夜) 가는 해를 지키는 수세(守歲)는 집안에 등불을 환히 밝히고 가족이 둘러앉아 밤을 새우는 풍속을 가리켰다.
제야는 제석(除夕), 세제(歲除), 세모(歲暮)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편찬한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관한 책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제야풍속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라는 속설이 있는 대로 가족이 둘러 앉아 밤을 새우는 풍속은 잡귀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고려 때부터 계속됐다고 한다.
부뚜막이나 곳간, 장독대 등 집안 구석구석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부엌귀신인 조왕(竈王)이 하늘로 올라가서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그 집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보고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란다.
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사람 몸에 기생하고 있는 삼시(三尸) 또는 삼시충(三尸蟲)이란 벌레가 잠든 사이에 빠져나가 상제에게 자신의 죄과를 낱낱이 고해 바쳐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한 풍습이다.
궁중에서는 묵은해의 마귀와 사신을 쫓아내려는 나례(儺禮)를 베풀고 연종포(年終砲)를 쏘았는데 이 모든 것은 물론 음력 섣달 그믐날에 행해졌다.
양력의 12월 마지막 날에도 남아 있는 것은 폭죽을 터뜨리고 제야의 종을 치며 새해를 맞는 행사다.
서울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야간 통행을 금지할 때 인정(人定)과 해제 때 파루(罷漏)를 치던 보신각(普信閣) 종을 이용한다.
33번 종을 치는 것은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帝釋天)이 이끄는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의 도리천(忉利天)에 닿으려는 꿈을 담아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올해에 있었던 갖가지 좋지 않았던 일은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날려 보내고 내일의 찬란한 태양이 뜨는 것을 기다리며 새해에는 모두에게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한다.
제야와 수세를 읊은 많은 시 중에서 2편만 골라보자.
고려 말의 문신 이종학(李種學)의 제야(除夜) 시이다.
守歲年年事(수세연년사)
今年淚滿巾(금년루만건)
孤城方作客(고성방작객)
一夜倍思親(일야배사친)
섣달 그믐 밤을 새는 건 해마다 해 온 일인데, 올해는 눈물범벅이 되어 지새는구나, 쓸쓸한 성에 길손이 되어 있노라니, 밤새도록 어버이 그리움이 곱절이나 더하네.
당(唐)나라 현종(玄宗)때 재상을 지낸 장열(張說)의 수세(守歲) 시이다.
故歲今宵盡(고세금소진)
新年明旦來(신년명단래)
愁心隨斗柄(수심수두병)
東北望春回(동북망춘회)
묵은 해는 오늘 밤 다가고, 새로운 한 해가 새는 날 아침에 오네, 근심스런 마음은 북두성 자루 따라, 동북으로 봄이 오기를 바라노라.
제야수세(除夜守歲)
섣달 그믐밤을 새우며 새해를 맞는다
1616년에 치러진 증광회시(增廣會試) 때 광해군(光海君)이 ‘섣달 그믐날의 서글픔은 그 까닭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냈다.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기뻐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증광회시는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 임시로 시행하던 과거이다. 그 책문(策問)에 ‘섣달 그믐밤이라고 꼭 밤을 새우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제야수세(除夜守歲)다.
제야(除夜)는 제석(除夕), 세제(歲除)라고도 하는데,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밤을 새웠다.
각 가정에서는 부뚜막의 헌 곳을 새로 바르고, 거름을 치워 내고, 가축 우리에 새로 짚을 깔아주며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한 해의 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밤중까지 빚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궁중에선 대포를 쏘아 역귀(疫鬼)를 쫓았다. 연종방포(年終放砲)다. 민가에서는 지포(紙砲)를 놓거나 폭죽 소리로 역귀를 쫓았다. 요즘 양력 12월 31일에 폭죽을 터뜨리며 신년을 맞는 것도 다 연유가 있는 일이다.
앞서 말한 증광회시에서 장원한 이명한(李明漢)의 글을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마음에 경계합니다.”
그의 다짐은 살아서는 볼 만한 게 없고 죽어서는 전해지는 게 없다면 초목이 시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후진을 가르쳐 인도하고, 터득한 학문을 힘써 실천하며, 등불을 밝혀 밤늦도록 꼿꼿이 앉아 마음을 한곳에 모으기를 일평생 하자.
그렇게 하면 깊이 사색하고 반복해서 학습하게 되어 장차 늙는 것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마음에 무슨 유감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제야(除夜)
음력으로 한 해의 끝자락, 섣달 그믐이다. 세월은 극구광음(隙駒光陰), 달리는 말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고 했듯 금세 흘러간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다. 자연 나를 돌아보고, 내 뿌리인 가족과 조상을 생각하게 된다. 고향으로 상징되는 그리움을 되새기게 한다. 나를 있게 한 원형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났건만 그럴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고적(高適)이 지은 시 제야(除夜)는 설을 앞둔 가난하고 외로운 한 가장의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객지에서 새해를 맞는 나그네의 아픈 마음을 그렸다.
旅館寒燈獨不眠(여관한등독불면)
客心何事轉悽然(객심하사전처연)
故鄕今夜思千里(고향금야사천리)
霜鬢明朝又一年(상빈명조우일년)
여관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고, 나그네 마음 무슨 일로 점점 더 쓸쓸해지는가. 고향의 가족들은 오늘 밤 천 리 길 떨어진 이 몸을 생각할 터인데, 서리 같은 귀밑머리 내일이면 또 한 살을 더하네.
고적의 시가 민초(民草)의 삶을 노래했다면,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시 섣달그믐(守歲)은 다른 운치가 있다. 혹한 속 봄을 느끼는 것처럼 통치자의 미래 꿈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경사방전(暮景斜芳殿)
연화려기궁(年華麗綺宮)
석양이 꽃다운 궁전에 비끼고, 세월이 아름다운 궁전에 걸려 있네.
한사거동설(寒辭去冬雪)
난대입춘풍(暖帶入春風)
겨울눈 덮였지만 추위는 가시고, 봄바람 속에 따스함이 스미네.
계복서매소(階馥舒梅素)
반화권촉홍(盤花券燭紅)
섬돌에 매화향기 하얗게 번지고, 쟁반꽃 촛불 받아 붉네.
공환신고세(共歡新故歲)
영송일소중(迎送一宵中)
모든 이 기쁨 속에 해가 바뀌니, 맞이하고 보냄이 이 한 밤에 이뤄지네.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한 해를 지킨다는 뜻으로 밤을 새우는 풍습을 수세(守歲)라 한다.
수세(守歲)는 장등(長燈), 해지킴, 밤새우기라고도 부르는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인가에서는 다락, 마루, 방, 부엌에 모두 등잔을 켜놓는다”고 했다.
부모형제가 켜놓은 등불에서, 새해엔 효제충신(孝悌忠信) 가득한 새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찾아야겠다.
▶️ 除(덜 제, 음력 사월 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余(여, 제)로 이루어졌다. 집의 층층대의 뜻을 나타낸다. 袪(소매 거)와 통하여 없애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除자는 ‘덜다’나 ‘제외하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除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余(나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余(나 여)자는 나무 위에 지어 놓은 집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阝자가 결합한 除자는 본래 집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을 뜻했었다. 높은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내가 올라가야 하는 계단의 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돌계단’을 뜻했던 除자는 후에 ‘덜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除(제, 여)는 (1)제법(除法) (2)제거(除去) 등의 뜻으로 ①덜다, 없애다 ②감면(減免)하다, 면제(免除)하다 ③버리다 ④제외(除外)하다 ⑤숙청(肅淸)하다 ⑥나누다 ⑦(벼슬을)주다, 임명하다 ⑧다스리다 ⑨가다, 지나가다 ⑩손질하다, 청소하다 ⑪치료하다 ⑫털갈이하다 ⑬주다 ⑭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⑮섬돌(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⑯나눗셈, 그리고 ⓐ음력 사월(여)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탈 승(乘), 더할 가(加) 더할 증(增), 더할 첨(添)이다. 용례로는 사물이나 현상을 없애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을 제거(除去), 막을 걷어냄을 제막(除幕), 명부에서 이름을 빼어 버림을 제명(除名), 범위 밖에 두어 빼어 놓음을 제외(除外), 습기를 없앰을 제습(除濕), 잡초를 뽑아 없앰을 제초(除草), 쌓인 눈을 치움을 제설(除雪), 어떤 대상을 어느 범위나 영역에서 제외하는 것을 배제(排除), 글 따위 내용의 일부를 깎아 없애거나 지워버림을 삭제(削除), 강제나 금지 따위를 풀어서 자유롭게 함을 해제(解除), 책임이나 의무를 벗어나게 해 줌을 면제(免除), 재앙을 막아서 없앰 또는 농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없앰을 방제(防除), 먼지나 더러운 것 따위를 떨고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을 소제(掃除), 해충 따위를 몰아내어 없애 버림을 구제(驅除), 섣달그믐날 밤을 세제(歲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말을 제구포신(除舊布新), 잡다한 인사말을 덜어 버리고 할 말만 적는다는 말을 제번(除煩), 병을 물리쳐 없애어 목숨을 연장한다는 말을 제병연명(除病延命), 풀을 베고 뿌리를 캐내다는 뜻으로 미리 폐단의 근본을 없애 버린다는 말을 전초제근(剪草除根) 등에 쓰인다.
▶️ 夜(밤 야, 고을 이름 액)는 ❶형성문자로 亱(야, 액)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저녁 석(夕; 저녁)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亦(역, 야)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亦(역, 야)는 사람 몸의 양 겨드랑, 夜(야)는 하루를 사람의 몸에 비겨 그 옆구리에 달을 그린 모양으로 새벽녘을 이른다. 夕(석)은 月(월; 달)과 같다. 나중에 해질녘에서 새벽까지의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는데 낮에 대하여 밤은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❷회의문자로 夜자는 ‘밤’이나 ‘저녁 무렵’, ‘한밤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夜자는 夕(저녁 석)자와 亦(또 역)자와 결합한 모습이다. 亦자는 사람의 겨드랑이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을 그린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夜자는 이렇게 겨드랑이를 가리키고 있는 亦자에 夕자를 더한 것으로 깜깜한 ‘어두움’을 뜻하고 있다. 금문에 나온 夜자를 보면 사람의 겨드랑이에 夕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夜(야, 액)는 성(姓)의 하나로 ①밤 ②저녁 무렵, 새벽녘 ③한밤중, 깊은 밤 ④침실 ⑤어두워지다 ⑥쉬다, 휴식하다 그리고 ⓐ고을의 이름(액) ⓑ진액, 즙(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밤 소(宵),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낮 주(晝)이다. 용례로는 밤중을 야반(夜半), 밤 사이를 야간(夜間), 밤중을 야중(夜中), 야광주 따위가 밤 또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내는 빛을 야광(夜光), 밤중을 야분(夜分),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밤의 경치를 야경(夜景), 밤에 하는 싸움을 야전(夜戰), 밤에 곡함을 야곡(夜哭), 밤에 하는 일을 야근(夜勤), 낮과 밤을 주야(晝夜), 깊은 밤을 심야(深夜), 어떤 일을 하느라고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철야(徹夜), 한밤중을 반야(半夜), 깊은 밤을 중야(中夜), 가을 밤을 추야(秋夜), 새벽녘을 잔야(殘夜), 이슥한 밤을 모야(暮夜), 어젯밤을 전야(前夜), 한밤중에 몰래 도망함을 야반도주(夜半逃走), 수놓은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다는 뜻으로 공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야행피수(夜行被繡), 밤에 시작하여 낮까지 계속함의 뜻으로 어떤 일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한다는 야이계주(夜以繼晝), 밤에 세상을 밝혀 주는 밝은 달을 야광명월(夜光明月), 밤에 대문을 닫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태평하여 인심이 순박하다는 야불폐문(夜不閉門) 등에 쓰인다.
▶️ 守(지킬 수)는 ❶회의문자로 垨(수)는 동자(동자)이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의 관청에서 법도(寸; 손, 손으로 꽉 잡는 일, 또는 치수, 규칙)에 따라 일을 한다는 뜻이 합(合)하여 직무를 지킨다는 데서 지키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守자는 ‘지키다’나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守자는 宀(집 면)자와 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寸자는 又(또 우)자에 점을 찍은 것으로 ‘법도’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금문에 나온 守자를 보면 집안에 寸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듯한 모습이다. 이것은 집을 ‘지킨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守자는 본래 ‘보호하다’나 ‘지키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寸자가 가지고 있는 ‘법도’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다스리다’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守(수)는 (1)조선시대 때 관계(官階)가 낮은 사람을 높은 직위(職位)에 앉혔을 경우에 관계와 관직 사이에 넣어서 부르던 말. 가령 종2품(從二品)인 가선 대부다 정2품(正二品)직인 이조판서(吏曹判書)가 된다고 하면 가선대부 수 이조판서(嘉善大夫守吏曹判書)라고 서칭(書稱) (2)조선시대 종친부(宗親府)에 두었던 정4품(正四品) 벼슬. 왕자군(王子君)의 증손(曾孫)들에게 주었음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지키다, 다스리다 ②머무르다 ③기다리다 ④거두다, 손에 넣다 ⑤청하다, 요구하다 ⑥지키는 사람 ⑦직무, 직책(職責), 임무(任務) ⑧벼슬의 지위(地位)는 낮고 관직(官職)은 높음을 나타내는 말 ⑨지방(地方) 장관(지방에 파견되어 그 곳을 지키는 일이나 사람) ⑩정조(貞操), 지조, 절개(節槪) ⑪임시, 가짜 ⑫벼슬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킬 보(保), 막을 방(防), 좇을 준(遵), 지킬 위(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격(擊), 칠 공(攻)이다. 용례로는 지키고 보호함을 수호(守護), 절개를 지킴을 수절(守節), 일정한 지역이나 진지 등을 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어 방비함을 수비(守備), 적을 맞아 지키는 형세 또는 힘이 부쳐서 밀리는 형세를 수세(守勢), 진보적인 것을 따르지 않고 예부터 내려오는 관습을 따름을 수구(守舊), 건물이나 물건 등을 맡아서 지킴을 수직(守直),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법을 준수함을 수법(守法), 보기 위하여 지킴으로 관청이나 회사 등의 경비를 맡아 봄 또는 맡아보는 사람을 수위(守衛), 적의 공격 등을 막기 위하여 산성을 지킴을 수성(守城), 그대로 좇아 지킴을 준수(遵守), 보전하여 지킴을 보수(保守), 굳게 지킴을 고수(固守),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을 사수(死守), 공격과 수비를 공수(攻守), 후퇴하여 수비함을 퇴수(退守), 망을 봄으로 또는 그런 사람으로 교도소에서 죄수의 감독과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간수(看守), 경계하여 지키는 것 또는 그 사람을 파수(把守), 완강하게 지킴을 완수(頑守), 튼튼하게 지킴을 견수(堅守), 감독하고 지킴 또는 그런 사람을 감수(監守), 규칙이나 명령 등을 그대로 좇아서 지킴을 순수(循守), 중요한 곳을 굳게 지킴을 액수(扼守), 혼자서 지킴으로 과부로 지냄을 독수(獨守), 엄하게 지킴으로 어기지 않고 꼭 지킴을 엄수(嚴守), 행실이나 말을 제 스스로 조심하여 지킴을 자수(自守),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과 전례만 고집함을 수주대토(守株待兔), 입 다물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라는 뜻으로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을 수구여병(守口如甁),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 뜻이 가득 차고 군자의 도를 지키면 뜻이 편안하다는 수진지만(守眞志滿),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로 빼앗고 도리에 순종하여 지킴을 역취순수(逆取順守) 등에 쓰인다.
▶️ 歲(해 세)는 ❶형성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岁(세)는 통자(通字), 亗(세), 嵗(세)와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戌(술, 세)와 돌아 다닌다는(步) 뜻을 합(合)하여 순환하는 한 해를 뜻한다. 본디 戉(월; 큰 도끼)과 비슷한 무기(武器)로, 수확(收穫) 때마다 희생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뜻을 나타냈었다. ❷회의문자로 歲자는 '세월'이나 '나이', '한평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歲자는 戉(도끼 월)자와 步(걸음 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戌자는 도끼 모양의 고대 무기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도끼와 걸음을 함께 그린 歲자가 어떻게 '세월'이나 '나이'를 뜻하게 된 것일까?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에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歲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글자로 '창(戌)을 들고 싸우면서 보낸(步) 시간'이라는 뜻이다. 歲자에 '한평생'이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歲(세)는 한자로 된 숫자 다음에 쓰이어 나이를 나타내는 말의 뜻으로 ①해 ②나이 ③세월(歲月) ④새해 ⑤일생(一生) ⑥한평생 ⑦결실(結實) ⑧수확(收穫) ⑨목성(木星: 별의 이름) ⑩제사(祭祀)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해 년(年), 해 년(秊)이다. 용례로는 해나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세월(歲月),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을 세배(歲拜), 세배를 하러 온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세찬(歲饌), 해의 첫머리를 세수(歲首), 그 해가 저무는 때를 세모(歲暮), 세밑으로 한 해가 끝날 무렵을 세만(歲晩), 해마다 바치는 곡물을 세공(歲貢), 섣달 그믐날 밤을 세제(歲除), 일년 남짓한 동안을 세여(歲餘), 세월의 현실 상태나 형편을 세색(歲色), 설 전후 추위라는 뜻으로 몹시 추운 한 겨울의 추위를 일컫는 말을 세한(歲寒),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난 뒤에 살아온 횟수를 연세(年歲), 해의 처음을 수세(首歲), 지나간 해를 객세(客歲), 경축하거나 환호하여 외치는 말을 만세(萬歲), 지난해를 거세(去歲), 설을 쇰이나 해를 보냄을 과세(過歲), 수확이 많은 해를 영세(寧歲), 곡식이 잘 여묾 또는 그런 해를 등세(登歲), 풍년이 들어 태평하고 즐거운 해를 낙세(樂歲), 여러 해를 지냄 또는 그 햇수를 역세(歷歲), 섣달 그믐이 바싹 다가옴을 박세(迫歲), 이름과 나이를 명세(名歲), 나이가 어림 또는 어린 나이를 약세(弱歲), 추운 계절에도 혼자 푸르른 대나무를 일컫는 말을 세한고절(歲寒孤節),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관상용의 세 가지 나무로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이르는 말을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계절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이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역경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일컫는 말을 세한송백(歲寒松柏), 해마다 달마다 늘어남을 일컫는 말을 세가월증(歲加月增),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세월의 지나감이 몹시 빠르다는 말을 세월여류(歲月如流), 해가 바뀌도록 오래 만나지 못한 얼굴이라는 뜻으로 오래 만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격세안면(隔歲顔面), 오랜 세월 또는 세월이 오램을 일컫는 말을 연구세심(年久歲深), 세월 가는 줄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지세월(不知歲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