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평택 생태시문학상 전국 공모전 수상자발표, 수상작감상
★제1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작품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
최병규
카오스크의 날개는 원두를 날지 못합니다
로맨틱한 아침은 모카의 아침을 주입하는 창
투사 되는 향내와 사향모의 배설마저 상쾌해서 말이죠
르왁으로 교신하는 기분입니다
그 밀수 같은 향연의 이면을 염탐해 보았죠
우선 담장에 유기된 pp용기를 미적분합니다
그것은 카페인의 힘으로 걸었던 외래종
심장에 꽂힌 빨대가 즉각 반응을 했거든요
pp가 걷는 비등점은 골든 트라이앵글처럼
쾌락을 추구하는 자들의 은밀한 루트같습니다
향수를 점령한 컵과 컵에 투영 된 카페인의 승부처
빛나는 용기가 담장 위에서 고독사한 사건입니다
자칫 빨대로 삼켜버린 기호품이라 할 뻔 했죠
원두, 그들만의 리그엔 예가체프*을 의심했어요
그것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블랜딩 된 욕망
그런 질감은 높은 수온의 엘리노마저 방치했죠
대기의 역습이란 명분을 재고해 두었으므로
사막풍을 고심하던 원주민들조차 라니냐를 무시했죠
카페를 걸어 들어간 자들이 훈장처럼 걸어 둔
쓰디 쓴 용기를 방기한 탓이죠
담장을 날아다닌 사향고양이가 스크린을 터치합니다
그것은 서툰 날갯짓
태평양 한복판 마셀제도 외연으로 카페에서 발현 된
pp의 회오리가 스나미처럼 몰아쳤다는
*예가체프:에티오피아의 원두
최병규
한국방송대 법과 졸업
독도문예대전 대상
호미문학상 금상 수상
★제1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우수상 작품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
유정남
이 나무는 한때 콘크리트 기둥이었다
사각형 지붕을 받치고
선유정수장의 한 기둥으로 살았다
온몸을 물에 담그고
물이 맑아지기를 기도하던 시간에
그는 물의 관찰자였다
태어나고 떠나가는 수돗물의 한쪽을 지켜보았다
불어온 바람에 하늘이 사라지고
물이 길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소스라치는 수직의 질문이었다
패인 구멍마다 노을이 짙었지만
그는 또한 물의 흔적을 저장한 페이지였다
콘크리트 기둥이 나무로 태어날 수는 없을까
상상력이 풍부했던 한 정원사가
버려진 기둥 둘레에
햇살의 호미를 불러 모았다
짙은 물 얼룩에 담쟁이 잎눈을 틔우던 밤
기둥은 몇가닥 철근을 뻗어 별을 만질 수 있었다
바람 앞에 서 있던 그가 정원사를 만난 날의 일기는
생태계에 숨 쉬는 기록이 되었다
이 나무는 땅의 별이야
직사각형 나무들이 도열한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
늙은 정원사가 나비 꿈을 꾼다
콘크리트 기둥마다 잎새들이 번성한다
*국내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인 선유도 공원에 있는 정원 이름
유정남
2018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9년 월간 『시문학』 신인우수작품상 수상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
제12회 평택〔생태시 문학상〕심사평
일상 깊숙이 유기된 PP의 나비효과
배두순(시인)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낯선 환경들을 잘도 견뎌내고 이겨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근과 끈기에 새삼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펜데믹을 거치고 경제불황의 늪에 빠져도 문학에의 열정과 시심은 줄어들지 않으니 그저 고맙고 경이로울 뿐이다. 예년의 두 배에 가까운 투고자들의 작품을 쌓아놓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좋은 생태시를 고르는 재미도 두 배였다. 12번째의 생태시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 생태환경을 걱정하고 그것을 시로 써서 공모전에 투고하는 것이 미래의 좋은 생태환경을 만들기에 모두 한마음 한뜻이어서 또 행복하고 고맙다. 응모자가 많으니 수준도 높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졌다. 정성들여 읽고 정성 들여 뽑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평택시의 후원으로 평택 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평택 생태시 공모전은 평택 문인협회 회원들은 응모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여 오로지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밝혀둔다. 지금까지도 그리하였으므로 응모자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생태시는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지키자는 도전정신에 한몫하고 있다. 생태시는 미래를 꿈꾸게 한다.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키자는 캠페인 정신의 본분이 있다. 본심에 오른 열다섯 작품을 돌려 읽고 토론하여 최종 두 명의 당선자를 냈다. 대상에 당선된 최병규의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와 우수상에 오른 유정남의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이다.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는 커피문화 등이 사용하고 버려지는 PP 용기와 빨대 등의 회오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현실을 직시하여 미적분 한다는, 낯선 비유로 무게 있는 재미를 선사해 준다.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은 표현으로 수준 높은 시작법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비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사용한 용어로 초기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복잡계의 특성을 이르는 말이다. 사소한 것들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은 무서운 현실이다. 최병규는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독특한 감각으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끌어올려 수준 높은 생태시를 완성하고 있다. 우수상에 당선된 유정남은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는 콘크리트 기둥을 앞세워 늙은 정원사가 나비 꿈을 꾸고 콘크리트 기둥마다 잎새들이 번성한다는 상상력으로 생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두 시인의 우수한 생태작품에 찬사를 보낸다. 이 밖에 ‘소금빌레’ ‘서대’ 두 편이 심사자들의 손에 오래 남아 있었다.
심사위원: 우대식. 성백원. 김복순. 배두순. 이해복. 최경순. 정인주.
평택〔생태시 문학상〕대상 당선 소감
최병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부터 저는 소중하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배려였는데요. 환경이 오염될 수록 우리는
질곡의 속박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을 염려했습니다. 그런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되고 더 많은 노력이 뒤 따라야 하는 것도 자명하다 할 것입니다
제가 쓴 글로 인해 환경이 깨어나고 보호 될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끌기 위해 진력을 다하는 평택생태시문학에 감명을 받아 저도여기에 귀 기울여 끊임없이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건 우리가 무심코 배출하는 1회용 쓰레기가 개념없이 버려져 알게 모르게 우리의 지구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각성하는 소리가 온 세상에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지금이라도 지구 구출을 위한 온 인류가 위대한 발걸음을 내 디뎌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기후의 역습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의 과정을 끊어 놓고우리의 미래가 더욱 희망 차고 풍요로워 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두팔 걷고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야 절망이 희망으로 발현되고 우리의 미래도 실로 크나큰 어려움에서 벗어나 늘 푸른 하늘과 태양과 달과 별을 바라보며 어린 고사리 손들이 많고 많은 꿈을 꾸고 순수한 시를 쓰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평택생태시문학상“이라는 타이틀로 지구 환경 가꾸기에 앞장 선 위대하신 선대가 계시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하기도 합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아무쪼록 졸작을 크게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평택생태시문학’을 이끌어 주시는 우리 문학인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구가 다시 살아 나는 그날까지 평택생태시문학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