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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배낭 여행 4편 (마지막)- 중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1683869
배낭여행의 매력이란 10여년 전의 사진을 들추어 보거나 그 지역의 타큐멘터리를 보면 당시 기후나 음식, 바람, 냄새 등이 기억의 저편에서 주마등처럼 올라온다. 고생을 많이 한 여행일수록 더욱 강렬하다. 멋진 추억의 여행을 원하는 분들은 편하고 쉬운 여행길보다 힘들지만 다양하고 어려운 길을 권하고 싶다.
어릴 적 헐리우드 문화의 영향으로 멕시코나 중미는 더럽고 야만적인 원주민들이 사는 곳으로만 여겨졌다. 철이 들어 일만 삼천년전에 동북아시아인들이 베링해를 넘어가 아메리칸 인디언, 마야족, 잉카족이 되었다는 설에 그나마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최근 언어학자들의 주장에는 천년전까지도 고구려 발해인들이 넘어가 정착하여 동이족의 풍습과 언어가 많이 남아 있다는 논문을 보고 더욱 새로운 눈으로 아메리칸 대륙을 보게 되었다. 멕시코라는 단어는 현지에서 멕히코라고 발음을 한다. 언어학자의 주장은 ‘맥족이 사는 곳’ 즉 ‘맥의곳’이라는 발음이 변형된 것으로 멕시코학자들도 인정한단다.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여행을 다니며 그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면 많은 것을 못 보고 돌아와 가끔 후회를 하게 한다. 이번 중미 여행에서도 마야문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일부 서구학자는 마야문명의 높은 천문학 지식은 외계인이 전수했다고 하기도 하고, 언어 해독이 잘 안 되어서 글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청동기도 없는 석기문화였다고 했었다.
요즈음 학계에서는 중남미 고대문명은 철과 거의 강도가 같은 청동기를 발명하여 훌륭하게 돌을 다듬었으며, 석상에 있는 그림은 표음문자로 많이 해석되고 있어 그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천문학의 기초는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외계인 전수설은 조금 심하다. 이집트와 고대그리이스 로마보다 더 발달된 다른 문명에 대하여 애써 평가절하하는 그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의 중미여행은 북미대륙에 이주한 동아시아인들이 남하하는 경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멕시코시티의 테오티우아칸문명, 마야문명이 있는 멕시코 남부지역,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순으로 이동하였다.
1. 멕시코
멕시코시티 테오티우아칸 문명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고도 2,000M의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다. 옛날에는 큰 저수지 속에 섬이 있었고 그 곳에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한 아즈텍인들이 살았으나 스페인인들이 들어와 저수지 물을 빼 버리고 도시를 만들어 지금은 세계에서 매연이 가장 심한 도시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50KM 올라 가면 테오티우아칸문명 유적지가 있다. 2,000년전 거대한 피라미트와 신전을 건설한 고대 문명이다. 유적 시작점에는 거대한 달의 피라미드가 있고 주위에는 달의 주기를 상징하는 13개의 제단이 놓여 있다. 잘 만든 주작대로가 앞으로 5Km정도 뻗어나 있고 왼쪽에 태양의 피라미드가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밑변은 거의 같지만 볼륨은 더 크다.
우리나라의 아사달과 일본의 아스카문화, 중미의 아즈텍인은 서로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많은 학자가 연구를 하여 밝혀 주겠지만 속 시원하게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아 답답하다. 15세기 스페인들의 기록에 의한 중남미 언어, 문화와 풍습을 보면 고대 동북아인들과 이 곳 원주민은 계속 문화 교류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멕시코시티 중심가에는 아즈텍 제단을 부수고 그 위에 지은 성당이 있다. 성당아래에는 옛 신전의 일부를 유리창을 통하여 볼 수 있다. 타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이렇게 철저히 파괴한 흔적을 보며 또 마음이 울적해 졌다. 더욱이 이 성당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건물이어서 옮기지도 못 한단다. 또한 대부분 기독교로 개종한 중남미인들은 그들의 위대한 조상의 유산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다행히 요즈음 일부 젊은이들은 민족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활동한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어 다행이다.
멕시코 팔랑케(palenque)
멕시코시티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발 고도가 낮아지고 적도와 가까워져 덥고 습한 기후로 변한다. 그 곳을 유카탄 반도로 칭하는데 크기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이고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넓고 평평한 지역이다. 이 열대 우림의 초입에 마야 문명 팔랑케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마야문명은 석회암으로 세운 사원과 건축물이 많다. 석회암은 자르기 쉬은 석재이고 구조물을 만들어 놓으면 석재사이로 석회가 녹아 굳기 때문에 구조물 전체가 완전히 하나의 돌덩어리로 변한다. 그래서 마야인들은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쉽고, 제작 후 튼튼해지는 석회암을 자재로 많이 썼다. 평편한 유카탄 반도에는 아직 발굴하지 못한 피라미드가 무수히 많다고 한다. 그냥 언덕으로 알았다가 나무를 걷어내면 피라미드로 판명된다고 한다. 그 당시 들은 얘기로는 테오테라칸 피라미드의 10배의 피라미드도 발굴 중이라 한다.
지금은 사람이 살기에 적당치 않은 고온 다습한 열대 우림지역이지만 아마 그 때에는 지금보다 농작물을 심고 거두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A.D. 5세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15세기에는 흩어져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마야문명을 보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느낀다.
멕시코 치첸이트사
유카탄반도의 동쪽 끝에는 마야문명의 꽃인 치첸이트사 유적지가 있다. 거대한 사원위에 전망대가 있고 1,000여개의 기둥이 서 있으며, 천문학과 관계가 있는 거대한 돌탑 피라미드, 큰 우물, 운동경기장이 있는 유명한 유적지이다.
마야문명의 천문학은 다른 어떤 문명보다도 발달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년 길이를 가장 정확하게 계산을 하였으며 그 옛날에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을 이해했고, 위도와 경도의 개념, 일식과 월식에 대한 이해, 세계최초로 0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한 문명이었다고 한다.
4,000년 전에 오성취루현상을 기록하고 음력을 제작한 고조선인들은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천문학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마야의 천문학도 세계가 알아준다니 동북아시아인들은 하늘의 이치를 알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멕시코 투룸 (Tulum) 과 칸쿤
유카탄 반도의 동쪽 끝자락에 마야의 해안 도시가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언덕에 남긴 고대 유적은 아담하고 카리브해의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휴양도시로 유명한 칸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다이빙을 카리브해에서 즐기고 수중동굴 탐사에 나셨다. 유카탄 반도는 전체가 석회암지역으로 지하 10~15M에는 거대한 수평 수중 동굴이 발달되어 있다. 이 석회암 수중동굴은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빙하기 시기에 바다의 수면이 80~100m정도 내려가고 이 때 빗물에 의하여 석화암 단지는 수중 동굴이 만들어 진다. 물이 차있는 곳에서는 동굴이나 종유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해빙기여서 해수면이 올라와 동굴 낮은 곳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동굴안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층을 이루고 흐른다.
해저동굴은 계속 탐사 발굴 중인데 그 길이는 약 300km로 추정한다. 유카탄 반도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아직 발견 못한 수중동굴도 많다고 한다. 한때 마야문명의 식수로 이용되었고 지금도 지하수로 훌륭한 자원이다. 또한 수중동굴 다이빙으로 유명하다. 민물과 염수가 층을 이루고 있어 경계면 빛의 꺽임과 산란이 특이하고 수중 동굴의 물속 종유석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풍광을 만든다.
2. 벨리즈
멕시코에서 벨리즈 국경을 넘어가면 두 나라간의 경제력 차이를 뚜렷이 볼 수 있다. 멕시코는 미국의 중고차를 많이 구입하여 쓰고 있다는데 벨리즈는 멕시코의 중고차를 갖다가 또 고쳐 쓴단다. 버스에는 유리창이 없는 것이 많고 매연은 대단하다. 벨리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홀이 있다. 블루홀이란 바다속에 거대한 분화구나 수직동굴은 공중에서 보면 동그란 파란 점으로 보인다고 불리어진 이름이다. 나는 다이빙 명소를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열대우림에서 지친 심신을 다이빙으로 풀었다.
3, 과테말라 티칼유적지
과테말라는 유카탄 반도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야의 유적지 티칼이 있다. 마야 유적지 중 가장 크고 초기부터 말기까지 존재했던 도시이다. 33명의 왕이 군림했던 석비가 있으며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즐비하게 서 있다.
유명한 티칼사원의 해돋이를 보러 가장 높은 사원에 오르면 숲 위로 삐죽 삐죽 솟아 오른 피라미드 군상이 멋진 일출과 어울려 장관이다. 티칼 유적지의 크기는 하룻만에 보기에 너무 크다. 어마어마하게 큰 피라미드가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열대 우림의 나무를 베어 내면 더욱 멋진 사원일 것 같은데 아쉽다. 유적 사이로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양이 마야 문명의 쇠락을 얘기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4. 온두라스 코판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의 경계에 마야의 유적지 코판이 있다. 코판은 아주 아담하면서 독특한 건축물군이 많이 남아 있다. 또한 2,200개의 상형문자가 있는 계단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이 보물을 찾기 위하여 계단을 허물고 다시 쌓았는데 순서를 뒤죽 박죽으로 만들어 현재 해독이 거의 불가라고 한다.
현재 발굴된 마야 유적지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코판왕조는 A.D. 5세기부터 12세기까지 번성한 왕조로 보고 있다. 주위 다른 마야 왕조 팔랑케, 치첸, 티칼등과 전쟁도 하고 무역 교류한 흔적이 문자로 전해진다. 그 당시 동북아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었는데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5개월동안 남미와 중미를 돌아 다녔다.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 하지만 별 탈없이 잘 돌아 다녔다. 아름다운 남미 파타고니아를 보았고, 이과수폭포, 안데스 산맥의 유유니투어, 아마존의 밀림, 갈라파고스, 이스터섬 등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잉카문명 과 마야 문명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우랄알타이어를 쓰고 엉덩이에 푸른점을 갖고 태어나는 그들은 우리와 같은 혈통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기상을 갖고 있었고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던 우리의 동포다.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하여 잃어버린 그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고, 조상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잘 보존하고 후손에게 길이 남겨 주었으면 한다.
이제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미지의 세계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떠난다. 니카라과를 거쳐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종점을 찍고 칠레 리마로 날라 갔다. 몇 달전에 숙박을 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니 반갑게 주인장이 맞아 준다. 여행객은 이런 작은 친절에도 감동을 받는다.
5.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에는 고등학교 동창이 이민 와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염치불구하고 일주일동안 집에서 쉬기로 했다. 오지로 10개월동안 배낭여행을 한 심신은 의외로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러나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쉬는 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을 했다. 여행 중 한번도 아프거나 설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아마 긴장이 풀려서 몸이 적응하는 기간인가 보다.
뉴질랜드 북섬에 유명한 온천 및 호수를 돌아 다녀 보는데 의외로 유럽의 나무만 즐비하다. 뉴질랜드는 대륙과 일찍이 고립되어 고유종이 많다는 곳인데, 특히 조류의 다양성은 세계 최고라고 들었었다. 친구나 가이드에게 뉴질랜드의 원시림이 있는 곳을 물어 봐도 잘 모른다고 한다.
뉴질랜드에는 날지 못하는 조류도 많았지만 대륙에서 데려온 고양이나 쥐로 인하여 거의 멸종하게 되었고, 유럽인들이 원시림을 없애 버리고 유럽 나무를 심고, 양을 키우기 위하여 초지를 만드는 바람에 많은 고유종이 사라져 버렸단다. 현재 자연 환경을 강조하는 뉴질랜드는 아마 최고의 자연 파괴를 한 나라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남섬에 가서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을 신청하였다가 포기하고 비행기로 갔다 왔다. 그동안 다녔던 트레킹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매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인원제한까지 두며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그들이 별로 탐탁치 않았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자연에 대한 홍보는 성공적이다. 많은 세계 여행객을 유치하고 관광 수입이 좋단다. 내가 다녀 본 다른 세계 지역보다 별로 대단한 점은 없는데.
6. 호주
호주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을 배우기로 했다. 브리스번에서 3주간 머물면서 총20번의 점프를 하고 주어진 과정을 잘 마쳐 자격증을 취득했다. 패러글라이딩을 10년이상 했지만 막상 5,0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믿고 뛰어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른 레포츠의 달인들도 신청하고 교육을 같이 받았지만 끝까지 완주하는 학생은 적었다. 새로운 세계를 맛보며 여행하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호주 동해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군락이 있다. 다이빙 전문가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케언즈로 가서 다이빙을 신청하고 기다리니 큰 배에 200명씩 태우고 산호초로 간다.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한꺼번에 산호초 사이로 들어가 북잡거리니 고기들은 다 도망가고 산호초들은 많이 부서져 있었다. 비싸더라도 작은 보트를 빌려 먼 곳을 가야 했었는데 조금 실망하고 다이빙을 접었다.
호주의 유명한 돌 에어즈록을 보러 호주대륙의 중심부로 갔다. 세계의 배꼽이라 부르기도하고 세상에서 가장 큰 돌이라고 하는데 막상 가보니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 북한산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큰 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슨 일이지? 일출을 보고 천천히 돌아 보는데 푸른 물이 에어즈록 주위에서 흘러 내린다. 이것은 20~40억년전에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여 준 시아노박테리아의 잔해 스트로마토라이트였다. 즉 시아노박테리아들이 쌓여 만든 돌로 아주 귀한 화석이었다. 에어즈록의 비밀을 알고 보니 먼 길을 온 보람을 느낀다.
여기 호주도 동물을 많이 실험한 나라다 유럽에서 토끼를 들여와 캥거루 서식처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토끼를 잡겠다고 여우를 데려와 호주의 작은 고유종을 멸종 시키고, 고양이와 돼지들에 의한 피해는 말로 할 수 없단다. 먼 훗날 지적 생물이 호주 대륙에 왜 갑자기 없었던 토끼와 여우, 고양이, 돼지들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까?
오세아니아 대륙은 나의 기대와 다르게 실망을 많이 주었던 곳이다. 이제 동남아로 넘어 갈 시간이다. 인도네시아를 거쳐 싱가포르, 캄보디아, 태국, 홍콩을 거쳐 귀국할 예정이다.
7.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수도가 있는 자바섬에는 족자카르타가 있다. 족자카르타에는 옛날 수도란다.그 곳에는 보로부드르 불교 사원 과 쁘란바란 힌두교 사원이 있다. 이스람교가 국교인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종교 사원들의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동안 종교가 다르다고 파괴된 현장을 많이 보고 우울했는데.
보로부드루 불교사원은 8세기에 제작되었단다. 석재로 10층까지 쌓아 올리고 각 벽면마다 석가의 일생을 부조하여 놓았다. 사원의 크기는 높이 31m 밑변이 123m 정방형이다. 층마다 불교의 이야기를 부조한 그림을 보며 올라가면 거의 5Km에 이른다. 상층부에는 범종모양의 탑이 72개가 있고 각 범종안에는 돌부처가 앉아 있다. 그 웅장한 크기와 조각 솜씨에 입이 딱 벌어진다. 한 부처님의 목이 잘려 있었는데 덴마크인들이 가져 갔단다.
불교사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쁘란바란 사원이 있다. 옥수수 모양의 5개 큰 첨탑을 30~50m 높이로 석재를 쌓아 올렸다. 힌두교의 유명한 시바신, 브라만신, 비슈누신 들을 모셔 놓은 사원이다. 각 탑마다 많은 신들의 장식을 세겨 놓았으나 힌두교의 지식이 부족한 나는 예술품으로만 감상할 뿐이다.
8. 싱가포르
이제 적도를 넘어 북반구로 올라 왔다.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보니 인도네시아와는 사뭇 다르다. 문명의 냄새가 진하다. 옛날 고대 문명 도시들은 자연을 최대한 연구하고 이용하여야 유지되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는 기술이 너무 발달하여 열악한 환경을 무시하고 잘도 만든다. 산이 높으면 블도져로 밀어 버리고, 관개 시설이 없으면 멀리서 물을 끌어다 쓰고,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등등. 싱가포르는 거의 적도에 위치하여 6월의 날씨는 살인적이다. 사람들 대부분 햇볕이 내리 쬐는 도로는 피하고 지하철이나 빌딩과 빌딩을 연결한 통로로 다니고 있다. 어느날 지구 대변혁이 일어나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 여기서 살아남을 사람은 몇% 일까? 별 생각을 다 해본다.
9.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족자카르타에서 힌두교사원에 감명을 받았지만 여기 앙코르 와트에서는 넋을 잃었다. 12세기에 앙코르 왕조의 수리야바르만2세 때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 크기와 예술성은 모든 면에서 압도한다.
지금 여행을 하는 캄보디아 6월의 날씨는 한걸음 한걸음이 짜증나는 엄청난 무더위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도가 낮고 위도 10도 정도 되는 지역은 열대 우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A.D.8~13세기에 마야문명이나 족자카르타나, 앙코르와트가 번성했던 이 지역들의 기후가 궁금하다.
고대 문명이 번성하고 거대한 사원을 만들려면 충분한 인구와 좋은 기후가 필수일 것 같은데 현재 기후로는 고대 문명이 발달할 조건으로 너무 열악하다. 지금은 그 지역의 번성했던 문명은 전부 떠나고 열대 우림만 지키고 있지 않은가? 토목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항상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 지형적 특성, 기후, 기름진 평야, 관개시설 등이어서 궁금한 것이 많다. 앞으로 기후학자들이 밝혀 주겠지.
앙코르와트는 100만이 살았다고 추정되는 도시 규모와 거대한 사원들이 흩어져 있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 사원이고 앙코르톰의 바이욘 사원은 불교적 사원이라 추정 한단다. 석재로는 화산암, 사암, 화강암을 용도에 맞추어 잘 썼다.
앙코르와트의 벽면은 거의 1km가 되며 벽면에 힌두교의 신화, 대왕의 전생 승리, 일반 백성의 생활상들을 조각해 놓았다. 한번 돌아보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한번 더 돌았다. 특히 힌두교의 대서사시가 재미있다. 선신과 악신이 힘을 합하여 영생의 약을 얻기 위하여 젖의 바다를 천년동안 젖어서 약을 얻고, 이 약을 악신의 대장이 혼자 먹어 버리고... 그래서 선신들이 원숭이와 힘을 합하여 영생의 약을 되찾기 위하여 싸우고... 등등 너무 복잡하고 이해가 안 된다. 귀국하면 힌두교 공부 좀 해야 겠다.
앙코르톰 진입로에는 해자가 있고 해자를 넘는 다리에 커다란 코브라가 떡 버티고 서 있다. 뱀의 몸통 위로 인자하게 생긴 선신들이 줄지어 앉아 있으며 다른쪽은 얼굴이 무서운 악신들이 사이좋게 앉아 지나가는 우리를 맞이한다. 힌두교의 선악구분은 기독교의 선악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앙코르톰의 내부에 왕궁이 있다. 왕궁터 앞에 거대한 테라스가 있다. 반은 부처상이 조각되어 있고 반은 코끼리가 부조 되어 있다. 불교를 힌두교의 한 종파로 보면 되겠지만 여기는 많이 혼재되어 있어 어리둥절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불교와는 많이 다르다.
안젤리나졸리가 주연한 튬레이드 영화를 찍었다는 사원을 들어가 보니 나무 뿌리가 사원을 뚫고 감싸 안은 꼴이 아주 묘한 분위기이다. 지금 나무를 제거하면 건물이 무너 질까봐 그냥 두기로 했단다. 마야문명의 사원들과 사뭇 비슷하다. 대단했던 문명의 뒷안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크메르는 앙코르와트 문명을 일으킨 위대한 제국의 이름이었지만 크메르루즈 공산정권이 최근 170만명을 학살한 책임자로 낙인이 찍혀 크메르라는 이름에 오명을 씌었다. 킬링필드 박물관을 가서 보니 많은 상념이 든다.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고 이렇게 잔인한 학살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 6.25전쟁도 이념전쟁이었다. 혹시 이념전쟁이 아니고 권력을 잡기 위하여 이념을 명분으로 한 전쟁이 아니었을까?
10. 태국
태국은 중국 서남부지방에서 살던 민족이 내려와 12세기쯤 번성하였다. 15세기쯤 앙코르 문명을 멸망시킨 민족이다. 태국은 전형적인 소승 불교 국가이다. 방콕에는 불교 사원 및 부처님이 즐비하다.
방콕의 유명한 황금사원과 에머랄드 사원을 들러 보았다. 금치장을 한 탑과 부처상을 보며 남미에서 본 금을 입힌 예수상이 생각난다. 두 분 다 살아 계실 때는 허름한 옷 하나 걸치고 설법이나 설교를 하시며 다니셨을 텐데 돌아가시고 호강하시는 것 같다. 제자들이나 신도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을 과연 기뻐하실지 의문이다.
황금사원을 벽화를 보니 사람, 원숭이, 악신, 선신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힌두교 신화와 비슷한 면이 많다. 원숭이 군대와 사람 군대와 같이 싸우기도 하고, 사원에는 부처님도 있고, 악신도 두 손 모아 공손히 기도하고, 악신과 여인이 동침하고 있기도 하고... 무지하게 복잡하다.
강가에도 아름다운 불교 사원이 있다. 깨진 사기그릇을 타일처럼 아름답게 붙여 놓아 상당히 멋지다. 이런 기법은 바로셀로나의 가우디 건축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가우디가 copy 했나? 예술가의 눈은 서로 비슷한가 보다. 잉카 문명의 그림을 보면 피카소의 인상파 그림이 연상되던데. ㅎㅎㅎ
중부지방의 아유타이 유적을 가서 보면 거대한 와불상과 멋진 불교 사원이 있다. 또한 태국 독립에 국부로 알려져 있는 어느 장군의 말 탄 동상이 있다. 동상 앞에는 거대한 수탉 동상과 수 많은 수탉들이 조각되어 있다. 닭띠인 나로서는 아주 흥미롭게 봤다.
11. 홍콩
싱가포르나 홍콩에는 많은 지인이 있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도시가 주는 감흥은 없다. 거의 비슷한 콘크리트 건물, 자동차, 도로, 백화점, 수많은 인파 등 대부분 현재 대도시가 갖고 있는 풍경은 비슷하다. 단지 먹고 살기에 편리할 뿐이다.
몇일 후면 361일의 배낭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들어간다. 홍콩의 허름한 호텔 옥상에서 화려한 야경을 보며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진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또한 다시 서울로 들어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지?
이번 여행을 통하여 얻은 중요한 교훈은 내가 책이나 다큐멘터리로 얻은 간접 경험은 잘못된 선입관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을 통하여 적절히 수정 보완 되어야 사실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여행 목적은 고대문명, 종교, 자연 등을 보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물론 이 큰 지구촌를 세세히 볼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전문가들의 지식을 듣고 공부하면 많은 부분이 채워지리라.
지금은 너무 피곤하여 서울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일 년 여행 중 한 번도 서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홍콩에서 비행기 예약이 계속 지연되니까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온다. 서울도 나의 인생 여행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익숙한 곳이기에 편안한 곳이다. 고향이 주는 의미이겠지.
나의 이번 여행은 주로 남반구에 있는 35개국을 중심으로 돌아 다녔다. 경비는 대략 3,500만원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어도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신의 나라 인도, 티벳, 한민족의 뿌리가 있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동부 유럽, 히말리아 트레킹, 남극투어, 등등. 참으로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은 많다.
나의 방랑벽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ㅎㅎㅎ
글재주 없는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있고 즐거운 인생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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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버킷리스트에 곡 이루고 싶은것이 세계 일주 여행인데, 언제 갈 수 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일지만 봐도 부럽습니다.....
언젠가 꼭 떠나 보세요...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을 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