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게, 가장 확실하게 상대방을 사로잡는 법
얼마 전 미국의 로라 부시 영부인이 백악관 만찬장에서 유쾌한 재담을 선보여 출입기자들을 배꼽 빠지게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남편인 부시 대통령이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자신은 TV 드라마의 ' 위기의 주부'와 다름없다는 둥, 부통령 부인, 국무장관과 함께 남성 스트립바에 놀러간 적이 있다는 둥의 유쾌한 이야기로 좌중을 휘어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영부인의 유머는 사실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유머작가가 작성한 대본에 따른 것이었다는 뉴스가 뒤따랐다.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에도 로라 부시의 인기도는 남편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로라 부시는 왜 느닷없이 언론 앞에서 개그우먼으로 변신했던 것일까? 아마도 국내외 여론으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고 있는 부시 정권이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가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로라 부시의 유머는 꽤나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듯하면서도, 정확하게 수위를 조절하고 자연스러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부인이 만들어낸 웃음소리만큼 부시 정권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했던 것이다.
이렇게 유머는 상대방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강력하게 주장을 내세우거나 유려한 말솜씨로 설득을 하는 것도, 유머 한마디로 비죽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따르지는 못한다. 얼마 전부터 유머경영, 웃음경영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유머가 뛰어난 인재나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부각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유머감각은 타고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높은 품질의 유머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이 유머 구사 능력을 얻을 수 있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안내하는 것이다.
유머라는 대어를 낚기 위한 실전 원리를 말한다
이 책은 어떤 유머가 좋은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유머의 경향을 안일하게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유머의 구성 원리를 파악하여 확실한 자기만의 틀을 가지도록 돕는다. 세상의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수박 겉핥기식으로 몇 가지 잔기술을 익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먼저 뚜렷한 마인드와 철학을 확립하고, 어느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을 파악하며, 그 원칙을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다스릴 수 있을 때에야 그 분야를 마스터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다른 유머 관련 도서와 비교하면 상당히 진지하다(!). 역설과 회피의 유머를 사용하는 법,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이야기의 틀을 짜는 법, 전환문장을 사용해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법 등에 관한 부분은 상당히 오랫동안 곱씹어야 소화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유명한 소설가나 영화감독, 철학가, 교수 등이 제시한 이론을 유머의 원리에 새롭게 적용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유머의 원리와 법칙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생동감 있고 구체적이다. 한 가지 이야기를 그저 밋밋하고 맛없게 전달했을 때의 예와, 유머의 원리에 따라 긴장감 있게 재구성했을 때의 예를 명확히 대비시켜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차이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실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이끈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유머 경험담을 중간중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만큼 끔찍했던 실수담, 스스로도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었던 성공담들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재미있는 유머담을 모아놓은 심심풀이 유머집이 아니라,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을 웃음을 통해 견딜만한 무엇으로 바꾸는 심리기제를 다룬 인생전략서이다. 저자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머와 웃음에 관해 안 해 본 일이 없는 저자의 20년 노하우
이처럼 이 책에 독창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유머의 법칙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특이한 경력 덕택이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한 뒤, 행복발전소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을 가진 연구소 '하이패밀리'를 설립했다. 이후 13년 동안 하이패밀리는 가정사역을 목적으로 건강한 웃음과 화목한 가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예비결혼학교, 부부간의 기대관리 워크숍, 고부갈등 워크숍, 부모자녀 갈등관리 세미나, 아버지들을 위한 학교 등 가정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성 매매 거부 운동, 장례 문화 변혁 운동, 혼혈인 인권 차별 개선 운동, 저출산?고령화 대책 시민운동 등 다양한 사회 문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2004년 5월 15일 가정의 날에 국내 NGO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제 1회 가정의 날을 맞아 국민포장을 받았다. 그들 부부는 UN 선언 세계 가정의 해를 기념하여 대한민국의 대표부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이패밀리가 다른 NGO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웃음이라는 동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양재동에 위치한 이곳 사무실은 그 자체가 커다란 장난감 상자 같다. 현관 계단참에는 '천생연분 커플이 올라서면 음악이 울려 퍼지는 스테이지'가 있고(사실 누가 올라서도 음악이 나온다), 사무실 입구 쪽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보세요'라는 글귀를 보고서 그 문을 열면 거울 속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연구소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도 '면접관의 유머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반응하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연구소 식구들끼리는 수시로 유머 타임을 갖고 성적이 좋은 사람한테는 수상을 한다. 얼마 전에는 매달 13일을 '유머 데이'로 선포하여 세상을 웃기는 날로 정하고 각종 행동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저자는 연구소 활동 외에도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설교를 한다. 문제 가정을 놓고 심리 상담을 하는가 하면, 수시로 국내 전역을 돌며 유머 강의를 하기도 한다. EBS 송길원 스페셜, SBS 명사특강, KBS 시사토론, MBC 패널 등 다양한 공중파에서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도 빠지지 않는다. 다음 학기부터 저자는 한층 더 바빠지게 생겼는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내 최고로 ' 유머치료' 강좌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대중 앞에서 오랜 세월 단련된 덕분에, 그의 유머는 고무줄처럼 융통성 있는 동시에 우물처럼 깊이가 있다. 그의 강의나 상담을 통해서 가족간에 닫혔던 마음 문을 열거나 세상 속으로 용감하게 발을 내디디게 된 사람들이, 그가 말하는 웃음의 힘을 증명해주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순발력 있게 헤아리고 그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저자의 법칙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유모가 아니라 유머이겠죠, 제목의? ^^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찜찜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