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관리 낙제생이 우등생으로 거듭나다
협력사들은 직수출보다 로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FTA가 발효되어도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유한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는 분야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관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객사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협력사의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귀찮은 업무지만 CC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원산지관리 낙제기업에서 우수기업으로 변모했고, 추가 매출 창출 발판을 마련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내수기업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업무가 되었다. 정부에서 인정하는 수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직수출’과 ‘로컬수출’이다.‘ 직수출’은 수출자가 해외 수입자로부터 직접 받은 신용장에 의해 수입자에 직접 수출을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수출을 말한다.
반면 ‘로컬수출’은 내국신용장(Local L/C) 방식에 의해 국내 원자재·부분품 기업이 수출기업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수출자는 수출용 물품을 제조하기 위해 국내에서 원자재를 매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수출자가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에 대한 대금지불 방법으로 내국신용장을 활용할 경우에 성립된다.원자재 공급 업체는 직접 수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수출장려 정책에 의해 내국신용장에 의한 방식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수출기업들은 FTA 활용을 위해 ‘수출 대상국에 대한 FTA 발효 여부 확인 → 품목 번호(HS코드) 확인 → FTA 관세혜택 확인 → 원산지결정 기준 확인 → 원산지증명서 발급 → 수출 및 관련 서류 보관’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업무를 진행하는데, 핵심은 ‘원산지결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료명세서(BOM)와 부품 리스트 등 재료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한 뒤 이를 근거로 각 부품별로 HS코드를 확인한 다음, 완제품의 원산지를 결정한다. 이 때 완제품이 한국산(역내산)임을 인정 받으려면 원재료와 부분품이 한국산으로 판정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각 협력사들은 자사가 공급하는 원재료와 부분품이 국내산으로 원산지조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완제품 업체에 발급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영세해 전담인력을 둘 여력이 없어 원산지 관리 등 FTA 활용은 물론 기본적인 무역실무 노하우도 부족해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원산지 관리 능력 함양을 위해 협력사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원산지 관리 능력 함양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점수가 낮을 경우 신제품 개발 참여를 배제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도 장기적 안목에서 FTA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전담 직원을 두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원청업체로부터 원산지 평가 ‘낙제점’ 충격
충청남도 아산시에 소재한 CC사도 원산지 문제로 자칫 큰 낭패를 볼 뻔했다. 2009년에 설립된 CC사는 각종 센서 등 자동차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휠스피드 센서와 조향장치 모듈, 레이더 센서 등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2012년 중국공장을 설립해 양산에 들어간 뒤 종합자동차부품업체인 M사 협력사로 등록되어 이를 통해 완성차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M사는 다수의 협력사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원산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협력사들을 위한 FTA 활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이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한 업체에게는 신규 아이템 입찰 등에 참여를 배제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C사는 2014년 M사의 원산지(포괄)확인서 발급 및 사후검증에 대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2015년에도 또 다시 평가가 저조할 경우 M사와의 거래도 사실상 제한될 수 있는, 회사의 생사가 걸린 문제로 대두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CC사는 2015년 원산지관리를 전담할 직원 A주임을 채용했다. 하지만 회사 내에는 원산지를 담당했던 담당부서와 전문인력이 전무한데다가, 구매·생산부서는 물론 협력사 관리까지 전사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원산지관리 업무를 주임 직급의 직원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충남FTA활용지원센터에 도움 속 체계 잡아
과중한 업무부담에 고민에 휩싸인 A주임은 우연히 충남FTA활용지원센터에서 도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FTA 활용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시 충남FTA활용지원센터 담당자에게 연락해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원산지(포괄)확인서 발급을 위한 컨설팅인 ‘원산지확인서 제3자 확인컨설팅’을 신청했다. 가장 먼저 고객사 평가품목으로 지정된 물품들에 대한 원산지(포괄)확인서에 대한 검증이 시급했다. CC사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컨설팅 담당 관세사가 직접 회사를 방문했다.
담당 관세사는 A주임으로부터 원산지관리 실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M사가 진행하는 점검 때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서류 및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 등 관련 내용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A주임은 원산지관리 매뉴얼 구축과 제반 서류 준비에 대한 어려움을 풀 수 있었고, 컨설팅이 끝날 즈음에는 어느 누가 봐도 원산지관리를 훌륭하게 하고 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끝낼 수 없었다. 원산지관리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지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A주임은 충남FTA활용지원센터에서 매달 실시하는 원산지증명 관련 주·야간 교육에 참가해 원산지관리 및 판정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교육과 컨설팅을 받으면서 원산지관리 방안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원산지 전담자로서 타 부서들과 어떻게 업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법론도 익히는 등 능력을 향상시켰다.
외면하던 협력사 설득해 원산지확인서 정확도 높여
A주임이 원산지 지식을 넓히면서 CC사의 원산지관리 능력은 갈수록 탄탄해졌다. 문제는 협력사였다. 제품의 정확한 원산지 판정을 위해 CC사에 공급하는 협력사의 원산지(포괄)확인서 발급이 필수적인데, 수취한 원산지(포괄)확인서에는 잘못된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바로잡고 원산지소명서를 작성하는 일의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원산지소명서를 작성하면서 협력사로부터 수취한 원산지(포괄)확인서에 대한 오류사항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몰라 충남FTA활용지원센터에 문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원산지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컨설팅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안내 받고 참여했다.
처음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협력사들도 A주임의 지속적으로 참여를 권유하고 교류가 잦아지자 마음을 돌리더니, 충남FTA활용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은 뒤에는 자발적으로 수준 높은 원산지 관리 능력을 갖춰 이후 CC사에게 보내는 원산지(포괄)확인서에는 오류 내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컨설팅에 이어 업체별 맞춤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협력사들도 자체적으로 원산지관리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협력사의 신뢰성 높은 원산지(포괄)확인서는 CC사가 발급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의 정확도를 높여 M사도 만족스러워했다.
1년 만에 원산지 관리 최우수 등급 획득
충남FTA활용지원센터의 지속적인 교육 및 컨설팅, 기타 지원사업을 통해 원산지관리 능력을 향상시킨 CC사는 2015년 M사 FTA원산지관리 진단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낙제생이 1년 만에 우등생으로 올라선 대반전이었다. CC사의 사례는 원산지관리 우수업체로 대내외적으로 소개됐다.
FTA 원산지평가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CC사는 연간 66만대의 신규차종에 들어갈 제품 공급계약을 수주해 향후 5년간 약 1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의 위기라지만 CC사는 신규 직원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늘릴 계획이다.
CC사는 협력업체 지원 사업을 통해 원재료와 부분품을 공급하고 있는 영세업체들의 원산지(포괄)확인서에 대한 정확성을 확보하면서 원산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CC사는 향후 지속적인 원산지 관리를 통해 대내외 평가등급을 향상시켜 신규 수주 확대는 물론 원산지관리시스템 도입,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등을 추진해 회사의 원산지관리 능력을 고도화 시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A주임도 개인적으로 원산지 담당자로서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공인 자격증인 ‘원산지 관리사’를 획득한다는 목표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중국 공장 진출과 관련해서 직수출 물품에 대해 한-중 FTA를 최대한 활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2016년에는 한-중FTA, 한-EU FTA, 한-미 FTA 등 각 협정별 품목별인증수출자 자격 취득을 추진하고, 향후에는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를 획득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담직원’의 헌신적 노력, 성공으로 승화
CC사와 같이 완제품 기업에 부분품 및 원재료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은 직수출보다 로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FTA가 발효되어도 직접적인 혜택은 없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유한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혜택이 없는 분야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관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객사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협력사의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귀찮은 업무지만 CC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원산지관리 낙제기업에서 우수기업으로 변모했고, 추가 매출 창출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CC사가 불과 1년 만에 원산지관리의 성공기업이 된 배경에는 빠듯한 상황 속에서도 과감히 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채용하고 그에게 역할을 일임했다는 점이다. 다른 업무를 겸하도록 했을 경우, 일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CEO의 선택은 옳았다. A주임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임했다.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지원기관(충남FTA활용지원센터)에 먼저 손을 내밀었고, 충남FTA활용지원센터가 제공하는 교육 및 컨설팅에 적극 참여해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CC사가 1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기반이 됐지만 A주임이 원산지관리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A주임은 “‘과연 될까?’라는 의심 속에 의지했던 충남FTA활용지원센터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동반자라고 확신한다. 원산지관리 업무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이상 피할 수 없으면 몸으로 부딪치고 즐기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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