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동 딩~동 딩동동 딩~동♬ 2016년7월22일 “출발 Fm과 함께” “스며드는” 딩동동 딩~동♬
“제가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고등학생인데 가방들이 다 작아서요, 큰 가방, 좋은 브랜드 있으면 추천 좀 해 주세요.”
어떤 학생이 SNS에 질문을 올리자 누군가 이런 답 글을 달았습니다.
“큰 가방이라면 일단 짐이 많이 들어가고 편안한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원하시겠군요. 요즘 가방들은 친환경적이지 못하고 자원 낭비도 심합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려요. Made in Chosun, 시골이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가방, 품절됐는데 어제 입고 됐다니까 빨리 가서 구매하세요.”
무슨 얘기인가 궁금했는데, 답 글 밑엔 지금은 보기 힘든 옛날 지게 사진이 실려 있었고,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독일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1901년에 펴낸「한국견문록」에는, 지게를 두고, 어깨 근육을 이용해서 힘을 덜 들이고, 쉽게 운반할 수 있게 만든 조선인의 탁월한 발명품이라고 적고 있는데요,
오랜 옛날 보자기외에 가방 역할을 했던 것으로 지게도 꼽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개인으로서 내 역사 속에는 어떤 가방들이 있었을까요?
태어나서 처음 가졌던 책가방, 어떤 모양,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 나시는지요?
동화 속 주인공이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에서부터, 청년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빛깔과무늬의 가방까지. 양 어깨에 메거나 한 쪽 어깨에 들러 메기도 하고, 손으로 드는 크고 작은 가방.
책가방을 사고 책을 넣고, 한 시절이 지나면 또 새 가방에 새 책과 소지품을 넣고, 그렇게 가방을 바꾸면서 인생은 흘러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박현수 시인의 시, “가방에 손을 넣을 때” 입니다.
가방을 열면
소(沼)처럼 검푸른 심연이 출렁인다
당신 손이
아무리 깊이 휘저어도
닿지 않는 어둠이 있다
소용돌이에 휩쓸려
가끔씩 물건들이 사라지는 곳
어느 순간 손등이
다른 허공에 놓인 듯 서늘할 때
블랙홀 속에
손을 집어넣고
우주의 자궁을 더듬고 있는 당신!
닿지 않는 어둠 속 어딘가
당신의 슬픔이
희미하게 빛날 법도 하지만
어느 가방도
한 사람의 일생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딩~동♬
ps: 아, 초딩 입학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어머님이 사 주셨던 호랑이 얼굴의 누런 가죽 어깨 가방, 초딩 고학년때 손으로 들고 다녔던 홍색 가방, 중학교, 고등학교 지정 가방, 재수할 때 그 까만 손가방, 찰칵 잠기던 그 까만 대학생 가방, 군대 배낭과 떠블 빽... 나이 들어 한의대 다닐 때 짙은 고동색 어깨 가방.... 지금 들고 다니는 허연 면가방!
“함께 지냈던 가방들아, 이 참에 인사할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