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고향친구와 안부를 주고 받았다. 한 두 달에 한 번 쯤, 목소리도 들을 겸해서 안부전화를 한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정겨운 목소리로 통화가 시작되면, 어느 새 삼십 분이 훌쩍 넘어 간다. 좋은 소식을 듣고 범사가 형통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집안에 문제가 생기고 가족 중에 누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멀리서 어떻게 할 수 없으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잘 정돈되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은산의 고향 친구들과는 좋은 추억이 많다. 가끔 추억을 끄집어내어 볼 때면, 그 시절의 친구들이 참 고맙다. 그리고 지금 중년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이 고맙다. 내 고향 은산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과는 아름다운 추억만이 기억되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의와 절제된 행동 탓에, 세월이 많이 흐른 중년이 되어서도 서로 안부를 묻고 계속해서 우정을 쌓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일하게 시간은 다가오고 또 빠르게 지나쳐가지만, 어떤 사람은 지나간 추억을 끄집어내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안타깝게도 떠올릴 만한 추억이 없다. 나쁜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은 없기에, 나쁜 추억을 추억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추억,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인생은 현재도, 다가오는 미래도 아름다운 추억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확률이 높다. 현재가 쌓여 시간이 흐르면 과거가 되고,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기에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과거도 미래도 달라진다.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배경과 근본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달려가고 있는 미래는 더 중요하다.
미래의 내 모습이 행복하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하면 지나간 과거는 잃어버린 세월이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보다도 더 중요한 시간이 있다. 현재, 오늘 바로 지금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과거와 미래는 현재를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통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는 없다.
표현상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고 있지만 현재가 과거이고 미래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현재, 절제하지 않는 현재, 성실하고 정직하지 않는 현재는 추한 과거를 만들고, 미래 역시 추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지금 사랑을 나누고, 서로 기뻐하고, 서로 화목하고, 오래 참아주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약자에게 먼저 양보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이를 대할 때, 아름다운 과거가 만들어지고, 기대가 되고, 기다려지는 행복한 미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고향, 은산의 옛 친구들이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일을 계획하고 있다.
"오늘 사랑을 심는 당신이 최고입니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