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리 평화행진단’ 여러분께
오늘 행진단 모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달려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너무 간절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걸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7월 9일 새벽 평택경찰서 앞에서 연행된 뒤 닷새가 지났습니다.
같이 연행된 45명 중 행진 실무를 맡았던 3명에게 영장이 청구되었고, 실질심사에서 저에게만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수원구치소로 넘어갑니다. 이제 구속적부심을 기다려야죠.
그 동안에도 면회도 오고, 법원 앞 기자회견도 열어 힘을 주었던 점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을 저를 비롯해 많은 단원들이 연행된 중에도 대열을 추슬러 원정삼거리까지 행진을 하고
그 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킴이 대회’로 마무리 지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행진단의 모임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너무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 좋은 자리에 제 자리도 하나 만들어 주세요. 비록 몸은 같이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같이 하게요.
‘유체분리’ 라는 게 있죠. 저의 몸은 구치소에 있을지라도 제 마음은 여러분이 마련해 준 그 옆자리에 가 있을 겁니다.
지난 4박 5일의 평화행진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평택을 생각하고, 평화를 지키려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힘을 모아낸다면 대추리·도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7월 8일 밤에 토론과정에서 확인했듯이 ‘비폭력 항의’의 방법을 두고는 엄청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한다면
너무도 풍부한 내용과 형식으로 우리의 싸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서로가 갖는 폭력의 의미가 다르듯이 서로가 꿈꾸는 평화도 다르고, 그 평화로 가는 경로도 다 다릅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기본적인 인식지점들을 확인하는 소통과정을 거치면
그런 차이로 인해 더욱 풍부한 내용이 생산될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단, 내가 생각하는 폭력-평화, 방법을 절대화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다음에 생각이 되는 게 아무래도 ‘반평화 오적’과 맞붙어 궁극적으로 이길 방도에 관한 겁니다.
우리가 행진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그곳의 ‘상인과 폭력배’도 큰 틀에서 ‘반평화 오적’의 범주를 넘지 못합니다.
그 권력관계 안에 포함되는 먹이 사슬일거니까요. 그런데 어쨌건 그들을 넘어, 경찰을 넘어,
군대를 넘어가야 우리는 대추리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마을을 고립시키고 우리를 포위할 때 그 고립을 뚫고 역포위 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지요.
마을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가고, 전국의 지킴이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그런 평화·인권운동의 기획이 필요하겠죠.
그것은 말로만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발로 뛰는 그런 실천의 결과로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 예정된 국가의 폭력을 막아내는 그 일, 평화를 지켜내는 그 일은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용기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4박 5일 285리 평화행진때처럼 누구의 강요 없이 스스로 기꺼이 나서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많은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이곳에서나, 밖에 나가서나 여러분과 함께 하렵니다.
감옥은 조금 불편할 따름이지요.
행진했던 날들이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 하나하나 그립습니다.
처음 만났음에도 곧 십년지기는 된 듯이 가깝게 느껴지던 사람들,
그런 여러분과 함께 285리 행진단원인 것이 기쁩니다.
그리고 꼭 대추리에 가서 ‘둔포 막걸리’로 뒤풀이 합시다.
그 약속 지키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대추리·도두리·황새울 지킴이의 평화행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장맛비 조심하시고, 오늘 모임 잘 하시길…
너무 보고 싶습니다.
2006년 7월 14일 새벽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박래군
P. S. 참, 행진 때 다리 아팠던 사람, 경찰서 앞에서 다쳤던 사람들 다 괜찮나요?
건강 챙기세요.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12065302&menuid=&boardtype=&page=&articleid=471
--------------------------------------------------------------
박래군 활동가는 7/14 수원구치소로 이감되었습니다. 수번은 312번입니다.
|
- 수원역 - 월드컵경기장 : 2번, 13-2번, 720번, 720-2번 |
|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12065302&menuid=&boardtype=&page=&articleid=478 |
첫댓글 마음과 기도를 전합니다. 강아지풀님 힘내세요!!!
아, 래군형님은 아직도 못 나오셨나?
7월 21일 나왔습니다. 나와서도 쉼없이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막기 위해 싸우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