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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양파 껍질로 차를 끓이며
이로운성분이속것보다육십배가많다고?그럼그동안나는진짜좋은건버리고 겉보기에말끔한것만먹어왔단말이지?해놓고는사흘도안되어알맹이만쏙빼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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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성분이 속 것보다 육십 배가 많다고?
그럼 그 동안 나는 진짜 좋은 건 버리고
겉보기에 말끔한 것만 먹어왔단 말이지?
해 놓고는 사흘도 안 되어
알맹이만 쏙 빼 먹는다
껍질을 훌훌 벗겨 던져버리는 건 오래 된 일이다
껍질을 벗겨 짐승에게 주면
껍질이 더 이롭단다, 버리지 말고 껍질째 먹어라
어릴 적 어른들이
머릿속에 꼭 심어주던 말
간간 껍질을 들고 망설이게 하는
그도 이제 껍질이다
뒤바뀐 것을
당연한 줄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버리는 게 아니라며
치매기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어머니를 요양원에 버려두고
세상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
하늘을 까마득히 밀어두고
허둥거리기 일쑤다
오늘도
정작 중요한 내 알맹이들은
저 밑바닥에 눌러 두고
껍질만 겹겹이 챙겨 입고 문을 나선다
그 껍질들이 마치 알맹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시작노트>
껍질 속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는 말에 너도 나도 차를 끓여 먹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속하기 쉽지 않았다. 껍질을 모아 손질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간편한 차 한 잔으로 돌아갔다. 좋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그래도 잊지 않고 한 번씩 양파 껍질로 차를 끓여 본다.
곽정효
1990년 월간문학 시, 2010년 문학나무 소설 등단
시집: <소리의 바다> <음악미나리 상상>
장편소설: <두물머리 사람들> <하느님과 씨름한 영혼> <사라숲 바람의 말>
단편집: <평화고등학교>
스마트소설 박인성 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시산맥 특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