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54회, 율곡학회장) 강원대 교수가 유정은 철학실천연구소 연구교수와 함께 율곡 이이가 남긴 ‘경연일기’를 번역, 출간했다.
편년체(編年體)로 서술된 ‘경연일기’는 율곡 이이가 30세 때인 1565년(명종 20년) 7월에 시작해 46세 때인 1581년(선조 14년)11월까지 약 17년간의 방대한 경연 내용을 담고 있다. 경연은 왕이 학문을 닦기 위해 신하 중에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이를 불러서 경전 및 역사서 등을 강론하던 일로, ‘경연일기’에서는 당시 조정에서 일어난 왕과 여러 대신들의 정사 집행 내용과 함께 인물에 대한 평론, 그리고 율곡의 생각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율곡이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에 기반해 개혁을 주장한 정치가로도 크게 활약한 인물인 만큼 직접 정사에 참여해 목도한 사실들을 사회개혁에 적용한, 그의 사회사상을 살필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율곡이 갖고 있는 시대적인 고민과 함께 인물평들이 적나라하게 담기는 등 내용이 상당히 민감했기 때문에 율곡은 이 일기에 포함된 내용들을 비밀에 부쳐지기를 바랐다.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자 사이에서도 ‘석담일기’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지 않고 비밀리에 전해진, 밀서(密書)였다.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였지만 불교, 도가 등을 폭넓게 수용했을 뿐 아니라, 실리를 추구하는 실학 정신을 보여준 율곡이 개방적인 자세로 현실에 기반한 개혁안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한편 당파 싸움에 몸담지 않고 백성과 나라만을 고민한 그의 개혁 정신을 ‘경연일기’ 확인해 볼 수 있다. 일기를 번역하고 해설한 유성선, 유정은 교수는 역사를 공정하게 이실직서(以實直書·사실 그대로를 기록함) 하고자 한 율곡 이이의 입장에서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보다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유성선(54회) 동문은 “우리가 써내려가야 할 우리의 역사는 현재의 눈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에 비춰서 과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경연일기’는 국내외 여러 정세로 힘든 대한민국이 다시 나아갈 수 잇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 刊. 632쪽. 3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