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임수현 시인
잃어버리기 위해 찾아다녔다고 하면 당신은 웃지요
책상 모서리 차 좌석 아래
아무 데도 없네 그러면서 계속 찾는 걸 멈추지 않아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려면 몸이 엄청 작아져야 할 텐데
그러기엔 아는 새가 없고 쥐도 못 되고
찾으려면 숨어야 하는데 책에 발이 달려야 하는데
귀신 곡할 노릇이네 중얼거리다가
뭔가 열중할 때 당신 미간이 좁아져요
책등에 구미도립도서관 찍혔 있는데
등을 숙여 침대 아래를 들쳐보다
여깄네
예전에 찾던 열쇠며 머리핀을 찾았다며 당신은
좋아하는데
내가 찾으려는 건 지금은 필요 없고
찾으려던 게 뭐였더라
경찰이 일렬로 야산을 수색하는데
실종자는 한강 하류에서
죽었으면 발견했다고
살았으면 찾았다고 하지요
책은 사라진 게 아니라 떠난 거야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자꾸 하류로 흘러가는 거지요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2월호 발표
임수현 시인
경북 예천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6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 문학상, 2017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코뿔소 모자 씌우기』로 제2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고, 동시집 『외톨이 왕』으로 제7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 동시집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와 『미지의 아이』(공저), 청소년시집 『악몽을 수집하는 아이』, 시집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를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