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우린 집결지로 이동해서 점호를 받았다.
몬스터 정벌군은, 오개조로 1천단위로 나뉘었다.
용병도시로 들어가서, 결원 보충병력은 중간요새에 남고,
동서 양쪽 전투지역으로 이천씩 분산된다.
하루 12시간의 긴 전투일정이 시작 되는 것이다.
만나는 몬스터와 싸우며 들어가기에, 12시간 거리라도,
전속 네 시간의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루 3-4킬로의 거리를 일주일 밀어 올린 후,
이틀에 걸쳐 하산한다.
이런 식으로 5개월 반복하면, 정상인 그레이트 에저스 호수에서,
절반정도의 위치까지 정벌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귀환후 부상 병력과 ,전사 병력을 보충한 후, 5일 쉬고,
다시 같은 스타일의 정벌이 이루어진다.
다시 모여든 몬스터와 부딪치며 올라가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행군 거리가 늘어난다.
갈수록 죽은 몬스터도 늘어나고,
도망가거나 서식지 변경으로 몬스터 간의 싸움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몰린 몬스터 때문에,
다른 국가의 변방이 위험해진다.
일종의 얌체행위에 해당하는데,
가능한 부딪힌 몬스터는 없애주는게 예의인 것이다.
용병도시나 상업도시는, 성격상 국가 체제와는 틀리고,
방어 체계가 용병위주라, 위험요소가 적잖이 내재돼 있다.
그래서 위험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연합군이 공동으로,
십년에 한 번 씩, 이렇게 몬스터 정벌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에 따라 , 몬스터들의 대량 이동이 이어져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 하느라,
덩달아 대륙전체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8월초에 시작해서 12월까지, 5개월 동안 최대 열 번,
최소 여덟 번 정도의 등산을 해야 하는 셈이다.
중앙의 그레이트 에저스 호수 너머로 까지 밀어 붙이는 것은,
암묵적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 된다.
지금부터는, 몬스터가 사나워지는 시기라,
정규군이라 해도 많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었다.
각 국 수뇌부들이 모여 진군형태를 의논 하는 동안,
우리들은 배속된 조로 가서, 전투 위치를 숙지했다.
카르마탄군의, 3백 명은 동서 진영으로 나뉘고,
우리는 동진영으로 배속됐다.
서진영이 ‘공일,공삼,공오’ 를 첫 숫자로 받고,
동진영은 ‘공이,공사,공육’을 받았다.
한 단위가 50명인 셈이다.
50명을 다시 ‘일,이,삼,사,오’로 나뉜다.
나는 ‘06510’번....
동진영 세 그룹중, 다섯 번째 조의, 열 번째이다.
카르마탄이 ‘공일’부터 ‘공육’ ,
용병부대가 ‘사일’부터 ‘오공’까지 있다.
번호표 끝 두 자리는, 자기 조 내의 위치를 말한다.
결국 나는 카르마탄 원정군 중, 맨 꼴찌라는 얘기다!
잉그마르 언니는 조장이고, 나머지 셋은 부조장이다.
‘ 쳇! 꼴등! ’
우리 동진영 150명은 다시 일선 50,
이삼 선에 각 50으로 편성되었고,
나와 언니들은 삼선의 후군으로 배속되었다.
이 150명중에서, 30명은 보충 병력으로 중간 요새에 남는다.
각 조별로 10명씩, 조장의 개인적 차출방식으로 보충 병력을 정한다.
동군의 전체 편제는 보충병역이 제외된,
4백 명 단위의 5개조로 되어있다.
칼스와 케인,용병은 자체로 4백 명 단위로 편성되었고,
지밴스의 320과 품베이의 80이 합쳐 4백이 됐다.
그리고 카르마탄의 120과, 테라의 2백, 마오니스의 80이 합쳐졌다.
내가 속한 후군의 인원은,
우리 카르마탄 40과 테라의 60, 마오니스의 30이 합쳐져
130명의 정원이 됐다.
이 인원이 앞으로 5개월간의 식구들인 것이다.
테라는, 젤타로드를 사이에 둔,
몬스터 국경이 없는 농업도시이고,
마오니스는 테라와 마주보고 있는,
코로고바 두 배 정도의 ,몬스터 국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같은 후군조(삼선) 40명과 모여,
엥겔이 주재하는 안면 익히기에 들어갔다.
엥겔이, 아마 이번 원정에 최고령 급에 속할 것이다.
돈이 좋아도, 젊음이 있어야 고생도 찾아 하는 법인 것이다!
엥겔은, 다른 조장 세 명과 전투 포메이션을 상의하고 있었다.
간단하고도 쉬운 형태로 잡아간다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훈련 동기나,
백인장 시험 동기와 악수도 하고, 인사말도 했다.
본 것 같은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면 , 끄덕하고 면을 익혔다.
나도 대충 끄덕이며 40명과 눈인사를 했다.
반 정도는 한 판 떳던 녀석들이다.
역시 싸우면 정이 드는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내가 속한 조의 조장은 , ‘존 글렌’ 이라는 짧은 검은 머리에 , 나와 비슷한 키의
근육이 날렵해 보이는, 조용한 인상을 가진, 서른 살 정도의 남자였다.
스피드 위주의 검사일 것 같았다. 스탠리경 타입이라고 할까?
막사 앞 공터로 모이라는 전령이 왔다.
다들 신속하고 조용히 움직였다.
일분도 안 돼 15개조 120명이 조별로 늘어섰다.
잠시 후 귄터 공작이 나타났다. 잠깐 술렁이는 기운이 지나간 후,
빳빳해진 군기가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이 차올랐다.
귄터 공작은 한 번 슥 훑어보다가,
맨 구석 맨 끝에 있는 나를 보고 살짝,
아주 살짝 인상을 썼다.
긴장된 분위기가 한층 ‘싸’ 해진다.
나도 긴장된다. ‘설마 빠지라고는 안 하겠지? 안 해야 할 텐데!’
귄터 공작이 한발 뒤에 서있던 부관 같아 보이는 사람한테,
뭐라고 지시를 내리는 듯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테라와,마오니스 후군과의 미팅장소로 이동했다.
거리가 좀 떨어지자,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귄터공작이 오시다니! 놀랬어, 야전백작쯤 오면 양호하다고 생각했는데. ”
“ 그러게 말이야! 전 대륙 열 한 명의 마스터 중, 한 명과 작전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아? 보기보다 위험한 작전인가? “
“ 야! 그래도 마스터가 끼면 생존확률이 두 배 이상 올라가잖아! 좀 위험해도 이쪽이 더 낮지! ”
“ 그건 그래! 일단, 기감 때문에 대응이 쉬워지거든! ”
“ 어느 조로 가실까? 아무래도 일선으로 가시겠지? 좋겠다, 전군은...”
“ 일선이 쉬우면 우리도 편해져, 아무튼 좋아, 일단 뒤로 흘러오는 대형 몬스터가 줄어들잖아. “
“ 맞아! ”
서로 한마디씩 수근거리는 소리에,
기분 좋은 술렁임이 느껴졌다.
와! 마스터란게 진짜 대단하구나!
귄터공작이 싸우는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나도 일선에 배속 됐으면 좋았을걸!
아니, 사실 왜 내가 꼴찌냐고... 배에서 나한테
밟힌 놈들이 반은 되는데 말이야!
갑자기 더 억울해지네! 아씨! 따져볼까?
아니지! 그러다 쫓겨가면 나만 억울하지,
나는 궁시렁 거리며 따라갔다.
저 멀리 갈색군장과 ,회색군장의 무리가 보였다.
우리의 흑색군장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분위기가 술렁이는 걸 보니, 귄터공작 얘기가 벌써 퍼졌나 보다.
한 마디로 저 녀석들도 느닷없이 로또에 걸린 기분일 것이다.
오! 우리를 보는 눈들이 사뭇 우호적이다. 분위기 좋은데?
그래! 사이좋게 오개월 함께 뒹굴어 보자 이거지? 좋아, 좋아!
화기애애하니, 사이좋게 줄을 섰다.
예감에 ‘교장선생님 훈화의 시간’이 이어질 분위기다.
역시나! 줄줄이 ‘나, 한 끝발있소’ 하는 얼굴들이 줄 앞으로 늘어선다.
상업도시 시장인 스톡인가 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뻔하다. ‘고맙네, 행운을 비네’의 내용을 한 시간은 늘여서 할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 에! 연합군 여러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황공하옵께도, 카르마탄의 공작각하께서 친히 오셔서,
출정 인사는 공작님께 부탁 드렸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그러자, 귄터 공작이 ‘슥’ 나타났다.
‘아니, 저 양반은 남들 줄줄이 늘어설 때 어디 숨었다가,
저렇게 느닷없이 눈에 보이지? ’
저것이 마스터의 기술인가 보다. 등장 효과 짱이다!
귄터 공작이 고개를 좌우로 슥 훑으며
마치 ‘너희 4백 명은 내 손에 있다’하는 표정으로 한 말씀 했다.
“ 다들 많은 경험이 있는 장교들이라, 더 말 할 것은 없다고 본다.
우선은 자신의 안전! 다음이 동료의 안전이다!
무모한 행동으로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용서하지 않겠다! 이상. “
이게 뭐야, 동료를 지키란 말이야, 지키지 말란 말이야?
완전히, 나를 겨냥한 한 마디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발언이신데?
다른 사람들이야 베테랑들이니 말할 것 없고,
나보고 일 저지르지 말란 말 아니야?
사람을 어떻게 보고...쳇!
헉! 뭐야? 이 분위기는?
완전 감동의 오오라가 물결을 치는데?
빙 둘러 보니 특이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갈색군장의 테라는 머리카락이 갈색 계통이다.
진갈색에서 거의 노랑에 가까운 색까지!
마오니스는 짙은 회색에서 은발로 보일 정도의 머리색 까지 있다.
카르마탄 군은 대부분 흑색인데,
갈색이라도 테라의 갈색에 비하면,
검다고 치는 것이 나을 정도의 색이다.
머리색에 군장 색을 맞춰주는 센.스!
“ 알겠지 자드? 내가 여태 말 한 것은, 죽어도 잊으면 안 돼! 응? ”
“ 아, 좀! 엥겔언니, 나 바보로 보여? ”
“ 너, 내가 보기엔 머릿속이 점점 근육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 ” 잉그마르가 말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레위나
“ 나도! ” 피오나
“ 들었지? 자, 다시 말해봐, 내가 말한 것, 빨리! ” 엥겔이 말했다.
“ 아우! 몬스터 쫓아가다가 ,작전선 이탈하지 않기.
전투중인 동료의 배후 접근시,
‘나야’ 라고 두 번 이상 크게 외쳐주기.
개인적 볼 일은, 보고후 최소 4명이상 같이 이동하고,
3분 이내 거리에서 해결하기.
전투 포메이션 지키기. 섣부른 구조해위 금지.
개인적 판단 금지. 됐어? “
‘ 쾅’
“ 으악! 왜 때려. ”
“ 다른 사람한테 가는 몬스터 건드리지 말기! 이건 왜 안 해 ? ”
“ 아우! 사실 서로 돕자는 차원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냐?”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자드 이거 완전 ‘다, 내꺼야 건드리지 마’ 이럴 애라니까!
니 앞으로 오는 것만 해도 차고 넘쳐, 도움이 필요하면, 신호를 보내고,
그럼 ,조장이 알아서, 조별 포메이션을 변경해 준다니까!
잘 들어! 니가 지키지 않은 규칙 때문에, 다른 사람..
심지어는 전체도 위험해 질 수 있어 알았어?
다른 애들 봐, 전투경험이 10년 이상이고,
백인장 경력 5년 이상이야, 이게 기본 조건이라고!
너는 원정대의 약점이 될 수 도 있어 알았어? “
“ ..... 알았어! ”
“ 지금이라도 보충으로 빠질래? 내가 가서 한 놈 끌고 올게!
넌 , 중간요새에 가서, 애들하고 맞짱 뜨기나 하고, 구경이나 다녀, 응? “
자드야! 내가 너 땜에 아주 집중이 안 되고, 간이 벌렁벌렁해. 응? “
엥겔이 아주 빌면서 사정을 했다.
“ 절대 안 돼, 죽어도 갈 거야! ”
전부 터덜거리며 맡겨둔 말을 찾으러 갔다.
말로 4백 킬로 떨어진 동진영까지,
전속 행진하게 될 것이다.
해질 무렵까지 절반정도 가고, 야영에 들어간 다음,
내일 해 뜰 때부터 다시 행군하면, 정오 쯤 동진영에 도착할 것이다.
일선이 두 시간 전에, 이선이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
야영지가 겹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삼선의 병력 130명이 말에 올라타자, 바로 출발 구령이 떨어졌다.
‘까망,노랑,하양’의 무리가,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야...이거...?
혹시 선착순....!
오냐! 한 번 달려 보자!
나도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와.. 글빨이 장난아니시네요 ^^; 따라갈려면 열심히 해야게써요 ㅠ,ㅠ ㅎ
저보다 훨 나으시면서 별말씀을 ^^;; ㅁ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