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한차례 입주지연에도 하자 심각
'준공승인 내주지 말라' 민원 속 북구청은 2차 사전점검 주문
현대건설 "코로나19, 전쟁 등 여파로 지체, 보상책 논의 중"
지난 16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입주를 보름도 남겨두지 않은 신축 아파트단지에서 무더기 하자가 발견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준공승인을 내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관할 지자체는 건설사에 2차 사전점검을 주문하고 있다.
16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아파트 단지 정문에는 입주예정자 30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형편 없는 하자시공', '날림공사 준공거부' 등 문구가 쓰인 대형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오피스텔 270가구, 아파트 937가구 등 1천207가구 규모의 이곳 단지는 지난 2월말 입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시공이 늦어지면서 이미 한달 정도 입주가 미뤄진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지난달 24~26일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확인된 시공상태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가구와 타일 파손, 창틀 누수 및 미시공, 견본주택과 다른 마감재 사용 등 무더기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입주를 보름 앞둔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가구 내부에 바닥 수평이 맞지 않다며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표시가 붙어 있다. 독자 제공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가구 내부. 사전점검이 진행 중이지만 조명 '등박스'가 탈락 돼 있다. 독자 제공
한 입주예정자는 "계단 타일이 탈락돼 있다거나 콘센트 마감조차 덜 돼 있는 경우가 있다. 입주가 2주 남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하자보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집에 입주하게 생겼다"고 했다.
시공사 측의 미온적인 대응 역시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입주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자사 기준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앞선 입주 지연 건으로도 이미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기존에 살던 집의 계약이 만료돼 추가적인 주거 및 이사비가 생길 수 있고, 이미 장거리 통학 등 생활상 불편이 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두 중학생의 학부모 노모(45) 씨는 "3월에 입주할 수 있을 줄로 보고 이곳 인근 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켰으나 입주가 미뤄지면서 불편한 상황"이라며 "현재 중학생 아이들은 하루에 왕복 통학 시간만 2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예정자들은 우선 입주 지연에 따른 아파트 대출 중도금 이자를 회사가 상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이 고조되면서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대구시와 북구청에 하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준공승인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준공승인이 미뤄질 경우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가운데, 북구청은 일단 입주에 앞서 2차 사전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건설사에서 관련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하자에 대한 철저한 보수를 약속한다'며 이달 31일부터 예정대로 입주를 진행해달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파업, 러·우 전쟁 전쟁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로 건설이 지체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보상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남은 기간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