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1월 30일~2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보다 0.1% 내린 2480.40으로 마감했다. 주초 삼성전자(63,800원 ▲ 300 0.47%), SK하이닉스(92,200원 ▼ 1,200 -1.28%)가 ‘어닝쇼크’에 가까울 정도의 부진한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증시는 이틀 연속 1%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부터 1일(현지 시간)까지 이틀간 진행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의 직후 나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진입을 인정하면서 국내 증시는 반등했지만, 주초 하락 폭을 상쇄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주(2월 6~10일)에는 특별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지는 않지만,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FOMC 회의 이후 연준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시장에 팽배한 가운데,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연준의 시각을 재확인하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재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위원의 입에 쏠린 눈… 파월·뉴욕 연은 총재 발언 예정
오는 8일에는 파월 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발언이 예정되어 있다. 이어 11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의 발언도 나온다.
미 연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4.50~4.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준 금리 인상 폭은 시장의 예상대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25bp(1bp=0.01%포인트) 인상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면서 “성명서에서 향후 금리의 ‘인상 속도(pace)’를 ‘인상 정도(extent)’라는 표현으로 수정하면서 25bp가 기본값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4차례 연속 기준 금리를 70bp 인상했고, 12월이 되어서야 50bp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장 참여자들은 2월 FOMC 회의 결과보다 회의 직후 진행된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최근 반가운(gratifying)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처음 시작됐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공식적으로 물가 둔화를 인정한 것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기자회견 이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파월의 ‘디스플레이션’ 발언에만 초점을 맞추며 환호하고 있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기준금리가) 적절히 제약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 두어 번 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가속화 우려는 완화됐으나 되레 금리 인하로의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연준이 과대 긴축을 통해 물가가 빠르게 하락하기를 유도하기보다 점진적 물가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연준의 관심이 물가와 성장, 어느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주 예정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MSCI 정기리뷰 발표… 카카오페이·한화에어로 편입 예상
9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정기리뷰 결과가 발표된다.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EM0) 지수를 추적하는 자금 규모는 1조4000억달러(약 1721조원)에 달하고, 이 중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의 규모는 3300억달러(약 400조원)로 추산된다. 이에 일년에 4차례 이뤄지는 MSCI 지수 정기변경에서 새로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은 대체로 주가가 상승하는 ‘지수 편입 효가’를 누린다.
이번 MSCI 정기변경에서는 카카오페이(65,700원 ▲ 2,500 3.96%)의 편입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1,400원 ▲ 900 1.12%)의 편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진투자증권은 MSCI 편입으로 카카오페이에는 약 64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770억원의 매입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강송철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경우 MSCI 편입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대감이 아직 주가에 덜 반영되어있다고 본다”면서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둔 매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편출 예상 종목으로 에스원(58,500원 ▼ 400 -0.68%)과 에스디바이오센서(29,300원 ▲ 0 0%)를 꼽기도 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0.1포인트로 전달(47.0포인트)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시장 예상치(48.0)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4개월 만의 첫 반등이다. 비제조업 PMI도 전망치(52.0포인트)보다 높은 54.4포인트를 기록했다. 같은 날 IMF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5.2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의 턴어라운드 기대가 커지며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의 예상 범위를 2410~2540포인트로 제시했다. 그는 “연준 긴축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글로벌 자금을 아시아 신흥국으로 꾸준히 유입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2월 FOMC에서 나타난 연준의 태도(스탠스) 변화에 환호하고 있다”면서 “유례없이 빠른 기준 금리 인상에 두려움을 느끼던 시장 참여자들이 안도감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FOMC 결과가 예상보다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품가격 급락에도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고, 은행도 대출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경제 지표 변화에 대한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