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본 '위대한 작곡가 박시춘(朴是春) 선생 옛집' 3000여 곡의 작품 가운데 4곡이 '친일성향'으로 의심이 간다고 '위대한 작곡가를 핍박하던 고향 사람들'이 늦게나마 옛집을 개방했다. 문무대왕(회원)
지난 주말, 천년의 신비를 안고 있는 '밀양 얼음골' 소재 '에버미라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힐링을 하고 밀양관광에 나섰다. 먼저 찾아간 곳이 영남루(嶺南樓)였다.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란 현판이 클로즈업되고 누각 아래로 흐르던 밀양강도 얼어붙은 혹한의 찬바람이 매서웠다.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와 함께 지난 연말 국보(國寶)로 승격됐다. 곳곳에 국보 승격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영남루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 '위대한 작곡가 박시춘(朴是春) 선생 옛집'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가요계의 거목인 작곡가 박시춘(1913.10.28~1996.6.30:본명 朴順東) 선생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선생은 유년시절부터 유랑극단을 따라 다니며 여러 악기를 연주하다가 '몬테카를로의 갓난이' '어둠 속에 피는 꽃'으로 작곡가로 데뷔하였으며 1935년 '희망의 노래'에 이어 '항구의 선술집' '물방아 사랑'을 발표하며 인기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박시춘 선생은 '신라의 달밤' '전선야곡' '애수의 소야곡' '이별의 부산정거장' '럭키서울'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요 총 3000여 곡을 작곡하여 암울했던 일제 시대부터 해방 후까지 서민생활의 애환을 달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한국전쟁 때는 '전우야 잘 자라'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등 수많은 국민애창곡을 작곡하여 '한국가요의 뿌리이자 기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일제 때 작곡한 '아들의 혈서' '목단강 편지' '결사대의 안해' '혈서지원' 4곡으로 인하여 2005년 9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사로 거명되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리 가요계 1세대로 뛰어난 기타 연주자인 선생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선율이 특징이며 1961년 한국연예인협회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1982년에는 대중가요 작곡가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보관장을 서훈받았다.
2001년 5월 밀양시에서는 선생의 음악세계를 높이 기리기 위해 선생의 옛집을 복원하였다. 2010년 7월 밀양시장.>
밀양시장이 써 놓은 '박시춘 선생 옛집' 안내문을 읽어내려가는 데 박 선생의 작품 '애수의 소야곡' 선율이 귓전에 들려왔다.박 선생의 옛집이 이렇게 개방되기까지엔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박시춘 선생의 옛집은 복원됐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일반에게 공개되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박시춘 선생의 옛집' 안내문이 이렇게 버젓하게 소개되고 개방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연은 이렇다.
당초 밀양시가 박시춘의 옛집을 복원하고 일반에게 개방하려 했으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위원회' 측이 박시춘 선생을 친일 작곡가로 몰아세우고 '박시춘의 옛집' 복원과 개관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들의 반대에 부닥친 밀양시는 개관을 연기하고 다음과 같은 구차한 안내문을 게시했다.
<우리 고장 출신이며 한국 가요계의 거목인 박시춘 선생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01년에 '박시춘 옛집을 복원하여 문을 열어 왔으나 2005년 9. 25.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회에서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에 박시춘 선생의 명단이 밝혀져 2005년 10. 16일부터 관람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박시춘 선생은 '신라의 달밤' '애수의 소야곡' '이별의 부산정거장' '럭키서울'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요 3000여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혈서' '목단강 편지' '결사대의 안해' '혈서지원' 네 곡이 친일작품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민의 뜻을 모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밀양의 전통을 잇는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 11. 밀양시장>
밀양시장의 이같은 공고문을 목격한 필자는 '위대한 작곡가 박시춘을 핍박하는 고향 사람들'이란 제목의 고발 칼럼을 조갑제닷컴에 발표했다. 필자의 칼럼을 읽은 밀양지역 유림(儒林)과 뜻있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여론이 들끓었다. 조갑제 기자도 동참했다. '고향에서 핍박받는 위대한 작곡가 박시춘'에 대하여 강연과 칼럼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시춘은 나라 잃은 민족의 애환을 노래로 어루만져주고 위로한 위대한 작곡가다. 3000여 곡의 작품 가운데 4곡의 작품이 '친일성향'으로 의심이 간다고 해서 친일 작곡가로 매도한 나부랭이들의 버르장머리가 참으로 가소로와 보인다. 늦게나마 밀양시가 당당하게 밝히고 나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돌아오는 길에 영남루 맞은편 밀양 전통시장 '단골식당'에서 '밀양돼지국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 선수도 다녀갔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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