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목욕탕 / 아폴론 》
휴고 심베리
캔버스에 유화
부상당한 천사의 모습을 그린 그림
일반적인 천사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눈 위로는 붕대를 감고 날개는 피투성이가 된 채 들것에 올라간 모습이 눈에 띈다. 소년이라 해도 무방할 기수들은 장례식에 어울릴 것 같은 검은색 의복을 하고 있는데, 특히 뒤의 기수는 작품 밖의 청자를 노려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위기가 유독 을씨년스럽고 묘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림에 정보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심베리는 작품에 대한 해설을 거부하고 각자의 해석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경에서 언뜻 보이는 엘레인타르하의 풍경을 통해 그곳이 헬싱키의 중심지이며, 근처에 있는 여학교나 병원, 그리고 장애인의 집 중 하나가 그들의 목적지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핀란드에는 그림과 비슷한 내용의 전설이 있다. 날개가 꺾이고 쓰러진 천사를 발견한 두 아이가 그를 치료하기 위해 급히 마을로 옮기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천사는 완벽한 존재였기 때문에 믿지 못하고 도리어 천사로 위장한 악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천사에게 화형을 집행했고 천사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피눈물을 쏟으며 하늘로 돌아간다. 이후 마을에 전염병이 돌자, 두 아이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만다. 그 후 황량해진 마을에 천사의 피눈물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는데, 그 꽃이 영원불멸의 꽃이라 불리는 아마란스라는 이야기이다
아마란스 전설과 유사한 이야기를 지닌 이 그림에는 나약한 천사와 다정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천사가 아마란스 전설에서처럼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당할지 아니면 손에 쥔 눈풀꽃의 꽃말처럼 치유받고 다시 부활할지는 청자의 시선에 달려있다
5일마다 한장씩 시리즈로 올라옵니다
#31 쾌락의 정원
#32 아옥석지모탕구도
#33 침대
#34 소크라테스의 죽음
#35 모견도
#36 가나의 혼인잔치
#37 푸른 말
#38 무정한 미인
#39 명백한 운명
#40 추수탈곡
D-9
첫댓글 재밌다
와 재밌다 고마워
아마란스에 그런 스토리가 있구나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