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회 최열 회원
"아버지 그리는 애틋한 정 느껴"
저는 서울남부지회 최열입니다. 전우회보를 받으면 우선 작고회원들과 수필을 꼭 봅니다. 이번 회보에서 입사동기 신찬수와 최순명 두 분 타계한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잠시 기도 후 회원님의 <아, 아버지!> 수필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 회원 아버지께서 625동란 때 가족과 함께 낙동강(선산 강창나루터?) 백사장에서 전투기 폭격으로 돌아가셨다는 글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대구사대부중 2년생으로 고향인 선산군 산동면 도중동에 피란해 있었는데 강창나루터와는 지척이라 피란민들로부터 상황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란민 중에는 제가 잘 아는 선산읍 김봉수 님도 있었는데 그는 장남으로 가족을 이끌고 강창나루터에서 폭격을 당해 보따리와 신발까지 다 잃어버린 채 도망쳤으나 다행히 가족은 모두 무사하였으며 우리 고향마을에 연고가 있어 합류하여 새로 피란보따리를 챙겨 다시 떠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 마을도 소개령이 내려져 피란길에 올랐으나 너무 늦은 탓에 얼마 안 가서 인민군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글을 읽고 저는 회원님이 우리 선산 동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한전에 입사하니 동향인으로는 선산중학과 대구사대부고를 나온 정하오가 본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저하고는 고교 동기라 친하게 지냈는데 곧 현대그룹으로 스카웃되어 회사를 떠나 많이 서운했었지요. 저는 발전직군으로 발전소 15년, 본사 15년, 전력연구원과 '한전보수'에 12년 근무한 후 퇴직했습니다. 앞에 얘기한 김봉수 교장선생님은 대구사범 박정희 대통령 2년 선배로 후에 저의 장인으로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우리 나이의 선산 친구들은 많이 있어서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가슴에 와닿는 글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무례인줄 알면서 독후감을 보내오니 용서하십시오.
최 열 드림
電友회보, 가독성 놀라워
부끄러운 졸고에 분에 넘치는 관심과 격려를 주셔서 고향 선배님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됩니다. 1914년생이신 저의 아버지는 선산 무을 안곡리가 고향이시고 그 부락은 진주강씨 집성촌으로 선산에서 상주로 넘어가는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엔 말할 것도 없고 근대에 들어서도 인재를 많이 배출한 선산군이 아버지 고향이라는데 대해 뒤늦게나마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란 때 저는 김천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아버지는 형제분들과 함께 선산쪽으로 피란을 가고자 고집하셨기에 어머니 친정이 있는 금릉군 감문면 송북리 산골로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1963년부터 1998년까지 회사에 근무하면서 부산화력과 고리원전 월성원전 울진원전 삼랑진양수 등 발전소 기공식과 준공식엔 거의 다 참석할 수 있었지만 직접 근무를 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자회사인 동서발전 사장을 역임한 후 전우회 남부지회장을 맡아 봉사했던 이상영 선배와 같은 시기에 저도 부산지회를 맡아 연임을 하면서 그분을 통해서 발전소에 관해 뒤늦게나마 좀 알게 되었습니다. 40년 넘게 발전분야에 몸담아 일하신 선배님이야말로 국가산업발전에도 그만큼 이바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따뜻한 마음으로 고향 후배를 격려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미 여든중반에 이른 선배님처럼 저도 어느 날부터 회원 중 작고하신 분들 명단에 눈길이 쏠려 추억을 나눈 분들이 보이기라도 하면 짧게나마 명복을 빌어드리곤 합니다. 일전엔 남부지회에서 봉사했던 김병표 사무국장 부음을 보내와 이상영 김대웅 전임지회장 등과 안타까운 심정을 단톡방에서 나누었습니다. '강창나루터 비극의 현장'은 서툰 글솜씨로 쓴 졸작 소설에도 들어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찾아 부끄럽지만 선배님께 보내드릴 터이니 일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인사 올리는 선배님께 중언부언 너무 사연이 길어진 점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내 옥체 강녕하시길 빕니다.
강 문 석 올림
첫댓글 강선생님 저도 고향이 선산이라 알만하네요
鄭夏五는 2년후배이고 선산읍에서 어렵게 살고있었지요
저희들 외손이라 잘 알고있습니다 하오도 고인이되고 지금 서울 살고있지요
선는 선산초교 해방1회 중하교 1회 현재는 대구에 겨주하며
나이는 90입니다 이 카페에 자주들립니다
원로 대선배님께
저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조심스러워 말씀을 못 드린 점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선배님께서 현 시국을 바라보는 냉철한 판단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하오 님도 재직 때 존함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위 글에 나온 崔列(원래 벌일 '열'자엔 앞에
삼수변이 붙지만 지금 컴퓨터에 나오지 않음) 선배님 덕분에 원로선배님까지 가깝게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많은 가르침 주시길 당부드리면서 내내 건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강선생 말씀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