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해서 살다 보니 법명(法名)에 가려
본명(本名)을 잊고 산다. 관공서 일이 아니면
본명을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면서
이곳저곳 성명을 쓰자니 ‘아하, 내가 조(曺)가 이구나’
하고 새삼스러운 느낌을 스스로 받는다.
曺(조)는 曹(조)와 같이 쓰는 한자인데,
한국의 조(曺)씨는 중국에서 온 성씨가 아닌,
신라 때 만들어진 독자적인 성씨이다.
그렇다면 조계종(曹溪宗)이라고 할 때
조(曹)는 성과 관계가 있을까?
선종사찰 순례 중에 남화선사의 조계(曹溪)라는 현판이
보이는 순간에 가히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알고 보니 조계의 조는
중국의 성씨이기는 하나 조씨와 관계가 있었다.
즉, 조계는 조씨 집성촌 앞의 계곡이란 뜻이란다.
현재의 한국 조계종은 중국의 조계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나는 조씨 성을 가진 조계종 스님이니
그 얽히고설킨 인연이 참으로 인드라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음의 고향, 태생의 고향인 글자, 조(曺)!
마침 추석 하루 전날에 고향의 중학교 동기인
종명 거사와 뒷산을 밟으면서
고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종명 거사는 마음 씀이 순수하고 담백하면서
고향처럼 속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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