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책읽는 이의 살아남기
핸드폰이 필수품이 되면서부터
지하철은 조용하게 책읽을 수 있는 장소에서 멀어졌다.
DMB가 필수품이 되면서부터
예의없는 사람들이 이어폰이 아닌,
막강 스피커로 DMB를 시청하면서
지하철은 이제 책읽는 것을 포기해야할 듯 싶다.
특히 나처럼 주의산만한 사람이 옆사람의 전화통화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TV 소리를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소리를 막으려고 MP3 플레이어를 가지곤 다니는데,
나의 게으름은 그것을 꼭 챙기는 습관이 없다.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다행으로 삼아야 하나?
어쩌다 오랫만에 올라탄 지하철에서
운좋게 주변에 전화통화를 없고
주위에 스피커를 통해 DMB를 보지 않는 상황이 되면,
대중교통 중 가장 좋은 환한 조명 아래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는 <의천도룡기> 시리즈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전화통화소리, DMB TV 소리를 압도하고 있다.
책속의 주인공들의 무공에 빨려들면,
나의 내공도 상승해서 그런지 그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1. 운명
장취산은 스승에게 우연히 배운 의천도룡지공을 사손 앞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그 실력에 놀란 금모사왕 사손은 바로 패배를 인정하였다.
장취산은 한반산도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하였다.
하지만, 사손은 그가 도룡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장취산과 은소소에게 귀를 막게 한 다음,
사자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을 모두 미치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장취산과 은소소를 데리고 자신의 배에 태우고 그 섬을 떠났다.
그런데, 배의 항로가 본토의 방향이 아닌 동쪽의 망망대해로 갔다.
사손은 도룡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향해 가고 있던 것이다.
이에 장취산은 어둠을 이용하여 금모사왕을 공격했지만,
은소소가 도와주질 않아서 제압하지 못했다.
사실 은소소는 무인도에 가면 자신이 사랑하는 장취산과 평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도와주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런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은 사손과 은소소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큰 풍랑을 만나서,
다른 선원들은 모두 죽고, 배의 돛대도 망가져서 더이상 배를 조절할 수 없었다.
그냥 배가 흘러가는 대로 둘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배는 점점 북쪽으로 향했다.
정처없이 떠다니던 배는 북쪽으로 계속 움직이다 빙하에 부딪혀서여 멈출 수 있었다.
그들은 예전에 악한 행동을 접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도 하였는데,
은소소가 사교인 천응교의 교주 은천정의 딸이라는 사실에 장취산은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사손은 과거에 배신을 당해 아들을 포함하여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고 하였는데,
이에 장취산은 그를 측은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한동안 얌전한 사손은 시간이 갈수록 미친 증세를 보이곤 하였다.
광증을 보일 때 사손은 난폭하고 절제하지 못하여 장취산과 은소소를 공격하였다.
사손의 공격에 위협을 느낀 은소소는 엉겁결에 사손의 눈에 암기를 쏘아
사손의 눈을 멀게 한 후에 장취산과 은소소는 도망을 갔다.
하지만,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떠가는 빙각에 몸을 의지하였다.
떠가는 빙각은 떠밀려 북극에 있는 어느 섬에 도달하였다.
그런데, 얼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섬에는 화산활동을 하는 활화산이 있어서,
동식물들도 번성하여 먹는 것에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만한 동굴도 있었다.
은소소의 말대로 신선들이 사는 곳처럼 보였다.
장취산도 더이상 흔들리는 마음을 막지 않았다.
장취산과 은소소는 그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였다.
은소소도 다시는, 나중에 중원에 돌아가서라도,
악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지금까지의 그녀의 악행은 근묵자흑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본성은 착함이었고, 이제 그녀는 작은 동물도 죽이지 못하는 여린 여인이 되었다.
2. 행복한 십년이 지나고...
그렇게 둘만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사손이 그곳에 왔다.
눈이 먼 사손은 청력이 좋아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먹질 못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렸다.
마음씨 착한 장취산은 그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보살피게 되었고,
사손도 장취산에게 고마움을 갖게 되었고,
사손도 인근에 있는 동굴에 은거하면서 도룡도의 비밀에 몰두하였다.
은소소는 임신을 하고, 출산일이 가까워졌는데
사손의 광증이 다시 도지기 시작하여 장취산이 걱정하였다.
그러데 그 걱정이 현실이 되어 사손이 그들을 공격하였고,
장취산은 사손의 맹렬한 공격앞에 죽음을 감수하고 있었는데,
그때 은소소가 아이를 낳았고, 이 아이의 울음소리에 사손의 광증은 갑자기 사라졌다.
사손은 아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를 알아챈 장취산과 은소소는 자신들의 아들을 사손에게 양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손은 이에 흥쾌히 여기고, 이름도 자신의 죽은 아들과 같은 '무기'로 지었다.
사무기.
그렇게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사무기(후에 장무기)가 태어났다.
사손은 그 이후 광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무기에 대한 애정 또한 극진하였다.
사손은 장취산과 의형제를 맺고,
무기가 어느정도 자라면서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그들에게 이런 행복을 준 섬을 얼음과 불이 공존한다 하여 빙화도라 하였다.
그런 행복한 시절은 빨리 흘러가는 법.
어느덧 무기의 나이 9살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사손은 중원으로 돌아가자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은소소는 그곳에서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아들 무기를 생각해서는 중원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들은 뗏목을 만들고, 북풍이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손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왜 악행을 저질렀으며, 왜 도룡도의 비밀에 집착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손의 스승은 혼원벽력수 성곤이었다.
성곤은 술 취한 상태에서 제자 사손의 아내를 겁탈하였다.
성곤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사손의 어린 아들을 포함하여 모든 가족들을 죽였는데,
이 사실을 사손이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복수를 하기 위해 사손은 성곤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성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사손은 중원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고,
성곤의 이름을 남겼다.
이는 성곤이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사손 앞에 소림파의 공견대사가 나타났다.
그가 말하길 성곤은 무공이 세서 사손이 이길 수 없으며,
성곤은 이미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서 용서해주길 요청하였다.
하지만, 사손은 그럴 수 없다 하자
공견대사는 자신에게 부상을 입히면 성곤이 나타나기로 하였다면서,
자신에게 13번 공격 안에 부상을 입혀보라고 하였다.
이에 사손은 속임수를 사용하여 공견대사에게 중상을 입혔다.
미쳐 생각치 못했던 공견대사의 중상에 사손은 공견대사에게 잘못을 빌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죽음에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속했던 성곤이 나타나질 않자, 공견대사마저 성곤의 배신을 알고,
사손에게 도룡도의 비밀을 얻으면 복수할 수 있을거란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그래서 사손이 도룡도를 얻게 된 것 이고, 도룡도의 비밀에 집착하는 것이었다.
이런 아픈 과거가 사손을 악행을 저지르게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악행을 저지르던 사손은 무기의 탄생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이제 그는 인자한 무기의 큰아버지일 뿐이었다.
3. 다시 중원으로
뗏목이 다 만들어지고 빙화도를 떠나던 날 갑자기 사손은 남겠다고 한다.
자신이 중원에 가면 원수들이 많아 자신 뿐만 아니라, 장취산, 은소소, 무기에게도 위험하다는
판단하에서였다.
장취산, 은소소, 무기는 사손을 계속 설득하지만, 사손은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하자
어쩔 수 없이 사손을 혼자 남겨두고 빙화도를 떠나게 되었다.
사손은 무기에서 앞으로 사무기가 아닌 장무기로 살아가라고 하였다.
빙화도를 떠난지 며칠, 그들은 드디어 배 두 척을 만나게 되었다.
그 배 위에서는 다툼을 하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한쪽 무리는 무당파와 곤륜파, 다른 무리는 천응교 무리였다.
장취산과 은소소가 중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장취산의 무당파와 은소소의 천응교가 서로 다투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장취산과 은소소를 발견한 무리들은 깜짝 놀라고 일단 싸움을 멈추었다.
무당칠엽 중 이대협인 유연주와 해후한 장취산은 기쁨에 겨웠다.
그리고 그간 소식을 짧게 들었다. 아직 삼대협 유대암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고,
장취산, 은소소, 사손이 한반산도에서 사라진 후,
서로 오해를 하고, 21개의 문파와 방회가 서로 치고 받고 싸웠다는 것이다.
특히 천응교는 모든 문파들의 공공의 적이 된 상태였다.
그들은 일단 싸움을 멈추고,
세달 뒤에 모임을 다시 갖고, 옛 일에 대한 시비곡직을 밝히기로 하였다.
하지만, 성미 급한 중원의 문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사손의 행방을 밝히지 않는 장취산과 은소소를 계속 추궁하거나 공격하였다.
유연주와 장취산, 은소소, 무기는 무당산으로 향했지만,
사손의 행방을 묻는 이들로부터 계속된 공격을 받았다.
몽골군으로 위장한 고수들의 공격을 받한 유연주는 심한 내상을 입었고,
무기마저 납치된 사건이 일어났다.
무기를 잃어버린 은소소마저 병이 생겨 간신히 무당산에 도착하였다.
힘겨운 중원으로의 귀환이었다.
다행히 장취산의 스승 장삼봉은 천응교의 교주의 딸 은소소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천응교에서도 그들에게 혼수를 잔뜩 전달해 와
장취산과 은소소의 결혼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을 알게 되었다.
장취산은 스승과 형제들에게
빙화도에 있었던 지난 10년의 일과 개과천선한 사손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해주었다.
이제 사손에 대한 일과,
10년전 용문 표국 살인 사건에 대한 것만 잘 해결하면 될 것처럼 보였다.
4. 비극의 끝
얼마 후 장삼봉의 100번째 생일이 있었다.
장취산이 돌아온 오랜만에 무당칠협이 모두 모여 장삼봉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들끼리 오붓하게 생일을 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중원의 모든 문파, 방회들이 장삼봉의 생일을 축하해준다면서
무당산에 오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장삼봉의 생일을 축하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사손의 행방과 용문표국 살인사건에 대해 추궁이었다.
이에 무당육협은 일단 그들을 제압한 후,
사부님과 의논하여 사손 문제와 용문표국 살인사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 곳에 예상치 못한 소림파도 찾아왔다.
공문, 공성, 공지 대사가 전부 왔기 때문에 무당육협도 함부로 무력행사를 하지 못했다.
소림파는 먼저 자신의 속가 제자가 운영하던 용문표국 살인사건을 추궁하였다.
하지만, 장취산은 자신이 결백하다며 더이상 답변하지 못했다.
이에 지략이 뛰어난 장송계가 나서서 이야기하기를
유대암이 폐인이 된 것은 소림파의 금강지력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소림파에게 물었다.
소림파도 그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만 하고 마땅해 해명할 길이 없었다.
이 서로 엇갈린 두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고,
소림파는 이번에는 사손에 대해 추궁하였다.
소림파의 공견대사를 죽인 사손에 대한 행방이었다.
이 추궁에도 장취산은 의리를 내세워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은소소는 자신 때문에 고초를 받는 장취산을 위해
그 자리에 나서서 용문표국 살인사건이 자신이라면서,
무당파와 관계없는 천응교와 관련있는 것이니까
천응교로 찾아가서 책임을 물으라고 하였다.
그리곤, 몸져 누워있는 유대암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유대암에게 암기를 쏜 사람이 자신이라면서 눈물의 용서를 구했다.
은소소는 자신의 오빠와 유대암을 공격하고,
그가 명문정파라는 것을 알고 오빠 몰래 용문표국을 시켜서
무당산에 보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유대암은 모든 것을 용서하려고 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취산은 분에 이기지 못하고,
모든 문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처절한 자살을 한다.
너무가 갑작스러운 일이라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이때를 맞쳐 장무기가 나타났다.
장무기를 납치한 이들도 이곳에 와서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장취산의 갑작스런 행동에 장무기를 방심했고,
이 틈에 장무기가 자살하는 아버지를 보고 뛰쳐나왔던 것이다.
은소소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문대사에게 사손의 행방을 알려주겠다 하였다.
그리고 귀속말로 이야기했는데, 정작 사손의 행방은 알려주지 않았다.
다른 문파들로 하여금 공문대사가 사손의 행방을 알고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들 무기에게 여자에게 속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장취산을 따라 자살하였다.
장삼봉의 100번째 생일은 그야말로 비극의 연속이었다.
사손의 행방을 추궁하러 왔던 여러 문파들과 방회들은 어색한 상태로 모두 떠나고,
무기를 잡아갔던 이들도 혼란한 틈을 타서 도망을 갔다.
장삼봉과 무당형제들은 슬픔에 빠졌지만, 그들의 비극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무기가 괴한들로부터 독수의 공격을 받아 심한 내상으로 입은 것이다.
가만두면 오래가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장삼봉과 유대암을 제외한 무당오협이 정성껏 치료하였지만,
2년이 지나도 근본적인 내상은 치유하지 못했다.
장삼봉은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구양진경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자신이 알고 있는 구양진경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서 무기와 함께 소림사에 갔지만,
외면을 당하고 만다.
책제목 : 의천도룡기 2 (빙화도에서 보낸 십년)
지은이 : 김용
펴낸곳 : 김영사
펴낸날 : 2007년 10월 10일
정가 : 9,500
독서기간: 2007.11.02 - 2007.11.06
페이지: 465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