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겁게 다녀야 합니다. 저도 여행아닌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때론 즐거움으로, 때론 의무감으로 갔습니다. 즐거움이든 의무감이든 - 단순히 구경이 아닌 - 사람과 사람끼리의 만남은 마치 첨성대를 구경 못한 아쉬움 보다 더 크답니다.(이게 여행의 맛이라 생각합니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크게 맛보진 못하셨나봅니다. 아침/저녁의 바다는 신비로울 때가 많답니다. 구름사이에 비취는 햇귀는 절로 탄성이 나온답니다. 저녁의 까치놀은 하늘의 물감입니다.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과 저녁을 보는 것이, 백두산 천지를 보는 것 만큼이나 쉽진 않지만 말입니다.
다음 여행 때는 단순히 여행지를 거니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서 얻는 따뜻함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다음에 부산에 오시면 제가 곰장어 구이 대접을 하겠습니다. 멋은 없어도 앂이는 맛이 재격입니다.
--------------------- [원본 메세지] ---------------------
아주 좋았습니다.
첫날 밤기차로 아침에 진주에 내려서 다솔사 찾아가는길에 좀 헤매긴 했는데(사실 진주에선 계속 헤매긴 했네요) 시간을 정해놓고 다닌게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헤매는 것 쯤이야..(사천 다솔사로 많이 알려져 있음)
다솔사 입구에서 내려 다솔사까지 들어가는 길이 상당히 멀었는데 걸어갈만한 했습니다. 저한테는.
중간 매점있는 곳에서 부터 나무 숲길이 나오는데 평소에도 그런길을 좋아하는데, 통도사도 들어가는 길에 나무들이 울창하죠..내소사도 빼 놓을 수 없고요.
절은 참 아담했어요. 잠깐 둘러보고는 바로 등산길로 들어섰는데 정상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높이는 생각이 안나네요) 금방 올랐는데 정상에 전망대가 있더군요. 땀 뻘뻘 흘리고 올라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란건 안해보면 모르죠.
암튼 나무 의자에 벌렁 누워서 하늘에 구름가는거 좀 바라보다 내려왔는데 가을이라 소풍철인지 꼬마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여있더군요..
그 경상도 말씨의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 한번 상상해 보세요.
진주로 다시 나가려 도로까지 나왔는데 제가 도착하기 바로전에 버스가 떠났다네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기다리면 되지..
그러면서 앉아서 들고갔던 책 펼쳐놓고 서문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있어 웬 갤로퍼가 서더니만 스님이 저보고 급하게 타라고 손짓을 하시데요. 뭘 망설이겠습니까..좋아라고 탔죠.
허허 근데 이 스님 보세요. 급한일 끝내셨다고 저보고 놀다 가라네요. 연락처까지 물어보시고 자기 연락처 적어주고..ㅎㅎ 암튼 터미널에 내려주시고 가셨는데 잠깐 가슴 철렁 했습니다.
그리고 경주로 넘어가려고 알아보니 진주에서 직통이 없어서 부산으로 가려고 터미널 가는 버스를 타긴 탔는데..
흠.. 버스가 시골길을 달리더라구요.
ㅎㅎ 잘못탄게 확실한데, 경치가 좋길래 그냥 드라이브 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시골구석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더군요.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내에 나오나 모르겠어요.
암튼 그렇게 돌아돌아 터미널로 나와서는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산 서부터미널에 내렸는데 오호~ 환락가가 따로 없었습니다.
정신 없어서 주변 돌아볼 엄두도 못내고 찜질방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웬 찜질방? 여관보다 안전하고 저렴하고(요즘 찜질방은 대개 24시간인데다, 수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답니다) 혼자서 다니는데 아주 유용했습니다.
아침에 노포동 터미널(서부터미널과는 반대쪽 끝인데 이 주변은 허허벌판이에요)에서 버스타고 경주로 향했습니다. 원래 나가면 식당엘 잘 안가게 되서 전날 밤에 사뒀던 사과 하나 꺼내서 먹고..
물은 찜질방에서 보충하고..
그렇게 경주 오자마자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경주가면 어디가 좋냐고 물어볼때마다 남산을 꼭 얘기하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삼릉에서 시작해서 포석정 쪽으로 내려왔는데 코스가 워낙 다양해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경주 일때가 다 내려다 보입니다.
포석정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기억엔 그래도 괜찮았었던것 같은데 이거 원 영 아니더군요..
뭘 기대했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감포 해수욕장엘 갔는데 사실 여긴 문무왕릉에 간다는게 지명을 잘못 알아서 가게됐습니다. 어쨌거나 감포 가는길이 완전히 드라이브 코스여서 오며 가며 보는 풍경들이 정말 보는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할만 했죠.
감포해수욕장은 크기는 작은데 그날 휴일이어서 그랬나 몰라도 바다 낚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구경 좀 하고..
사실 저는 바다보다는 산에 정이 더 가긴 하지만도 역시나 지저분한게 해변가가 이게 모야 하는 생각이 먼저..
돌아오는 길에 보문단지 들러서 그 넓다는 호수 구경하고..
허수아비 축제라고 전시중이어서 그것도 보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무조건 택시타고 찜질방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학생 혼자 다니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재미없게 그게 뭐냐시는데..
흠 혼자 다니는 묘미를 모르시는 말씀이죠.
암튼 이 나이에 학생이라니..ㅋㅋ
그 다음 날 기대하며 토함산으로 갔습니다.
9시쯤에 도착을 했는데 안개가 많아서 전망은 역시나 보기 힘들었고..
석굴암에 들어가는 길은 기억이 나더군요.
거기 산책로가 아주 좋습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벌써부터 많이 북적거리고 있었고요.
석굴암에 들어가서 가만히 불상을 보고 있으려니 한 십년도 전에 수학여행때는 그냥 불상인가보다 했었는데 다시 본 그 모습이 왜그리 인상적이었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불국사에 내려와서 그 유명한 계단하고, 다보탑, 석가탑 보고..
수학여행온 학생들, 소풍나온 유치원 꼬마들 그리고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
북적북적북적..
불국사 근처 유스호스텔에서 묵으려고 했었는데 자리가 없다더니 단체 손님들이 꽉 차 있었던가 봅니다.
결국 그래서 또 찜질방이었지만..
그리고 간 곳이 문무왕릉..
사실 결론적으로 무엇때문에 여길 그렇게 와보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더군요.
뭔지 모를 의무감 같은걸 느끼면서 찾아왔는데 그 지저분한 모래사장을 보니 정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무덤은 모 그냥 바위죠. 갈매기가 잔뜩 덮고 있더군요.
감포보다는 물은 깨끗해 보였는데..
바다에서 새삼 느꼈던건 저렇게 끊이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신기했다는거..
그렇게 뒤로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감은사 삼층석탑을 지나가면서 보고..
안압지에 들러서 한바퀴 둘러 보고..
이틀동안 사실 가방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었는데 안압지 갔을때쯤 발이 아프기 시작한데다 가방이 무겁게 느껴져서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이틀 연속 등산을 하기도 했지만, 발이 작아서 몸을 지탱을 못하는건지 원..
아직은 단풍이 시작할 즈음이어서 이쁘지는 않았는데 연못의 잉어들은 뭘 먹고 그렇게 통통한건지..
옛날의 왕들은 이렇게 좋은데다 이런 경치를 만들어 놓고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산걸까..그러다 포석정에서 술마시다 견훤한데 공격당한 얘기가 떠올라서 기분한번 울적해 보고..
경주박물관이 근처라 가서 보니 '문자로 보는 신라전'(문자인지 글인지 정확치 않음)을 하고 있더군요. 몸이 피곤해서 제대로는 안봤는데 주로 비석들, 탁본, 글자가 새겨진 유물들을 전시 중이었습니다.
본 전시관엔 들어갈 엄두를 못내고.. 울산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바로 나와서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사실 여행은 여기서 끝이고요.
울산엔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잠깐 들렀던 거라..
저녁먹고 그날 밤 심야버스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정리차원에서 여행을 갔던건데..된건지 안된건지 마음이 신숭생숭하네요.
사실 여유있으면 또 가고 싶어요.
경주도 왕릉쪽엔 가보질 못했죠. 첨성대를 못봐서 좀 아쉬웠는데 다음에 오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올 여지를 남겨둔거라고 해야 하나..
사실 첨성대도 보면 별거 아니네 할지 몰라도 눈으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쓸데없는 생각인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을이라..
더 휘젓고 다니고 싶었는데..
시간도 그렇고 경제력도 그렇고..
이번엔 여기서 참을렵니다.
참 양동마을에도 못 들려봤네요.
다음에 갈 데가 많다는게 더 마음을 설레게 해요.
못가더라도 말이죠.
카메라에 담아온게 얼마나 건져질지 좀 걱정이네요.
슬라이드라 스캔이 힘들어서 언제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가을에 바람 정말 많이 쐬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음도 바람이 난 것같은 이 기분..뭘까요..
울적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