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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성호고 인라인스케이트 선수 이명규 |
[스포츠2.0 2006-10-09 18:41] |
2006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주니어부 3관왕을 기록한 이명규.(사진 김병준)
한국은 9월 9일 안양에서 막을 내린 2006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금 7개, 은 8개, 동 8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한국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주니어종목에 출전한 이명규(17)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규는 트랙 T(타임 트라이얼)300m, 트랙 3,000m계주, 로드 500m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고 트랙 500m와 로드 T200m에서 은메달, 로드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내 한국이 획득한 21개 메달 가운데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2004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주니어 트랙 5,000m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가능성을 보였던 이명규는 2년 만에 한국 인라인스케이트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이명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형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고 학원 다니는 틈틈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나간 전국대회에서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되고, 그 해에 바로 동계훈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 들었다. 중학교에 올라가 보니 학년별로 나눠 경기를 하는 초등학교부와 달리 전 학년 선수들이 함께 경기에 나서는 것이었다. 이명규는 고학년 선수들과 경기 하면서 몸싸움을 하는 게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기량이 성장해 중3 때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명규는 곧이어 자신의 첫번째 목표인 태극마크를 달고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주니어부 장거리선수로 나서게 된다. 그 대회에서 외국선수들의 스케이팅 자세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때 경험이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느껴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 동영상을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 이명규는 이같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순발력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래서 숙제를 푸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점프, 계단 뛰기,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규는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내년에 합류하게 될 시니어무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게 된 것이다. 주니어부에서는 세계를 호령했던 궉채이 선배가 시니어부에서는 눈물을 삼키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시니어부의 기록이 얼마나 빠른지도 직접 느꼈다. 타임트라이얼 경기는 1,000분의 1초차로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이명규의 기록과 시니어부의 기록은 0.5초 정도 차이가 난다. 0.5초는 눈 깜빡하는 순간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인라인스케이팅 단거리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다.
이명규에게는 꼭 있었으면 하는 게 있다.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는 인라인스케이팅 전용훈련장이다. 이명규의 소속학교가 있는 오산에는 인라인스케이팅 전용훈련장이 없기 때문에 안양으로 서울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훈련할 수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곧바로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는 것이 이명규에게는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명규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시니어부로 출전하는 2007년 콜롬비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명규는 인라인스케이트선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높지만 꼭 넘어야 하는 시니어의 벽이기에 오늘도 세계를 향해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를 굴리고 또 굴린다.
이명규
생년월일 1989년 3월9일
신체조건 170cm, 69kg
약력 경기도 오산초-오산 성호중-오산 성호고 2학년 재학 중
SPORTS2.0 제 17호(발행일 9월 18일) 기사
이유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