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거듭해서 세 권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한 권은 호기심으로, 또 한 권은 숙제를 하듯이,
그리고 이번 소설은 먼저 책방에 갔을 때 다른 책이 없어서
우리나라 소설 한 권을 더 골라 들었는데
마침 읽을 책이 마땅치 않아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문학동네’라는 출판사의 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낯선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마굿간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작중 인물 춘희는
태어날 때 이미 7킬로그램에 가까웠고
열네 살이 되기 전에 백 킬로그램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우화적으로 시작되어 진행이 매우 빠른데
그야말로 흔히 볼 수 없는 ‘한국 현대소설’과는 결이 아주 다른
낯설고 특이한 이야기 전개라는 점에서
‘특이한 소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짜임새의 엉성함이라든가
불필요해 보이는 수사(修辭)들은 낯설다기보다는 어색했고
전체적으로도 사실주의와는 거리가 먼
설화적, 또는 우화적 이야기로 엮어내다 보니 그 비현실성이
마치 독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소설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엮어낸 이야기들이
현실의 그림자, 또는 현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오히려 독자는 환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끝까지 그냥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어색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재미가 없는 소설은 아닙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단지 재미있다고 해서 그것만이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은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습니다.
다만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맛이라고 하면
그것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실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맨 뒤에 류보선이 작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에서도
그런 말은 보이지 않았으니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이 소설은
그리 울림 긴 것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흥미로웠고,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했지만
그런 것이야 아주 오래 전에 즐겨 읽었던 무협지에서도 느꼈던 것,
묵직하면서도 ‘내 이야기’ 또는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이 쉽게 와 닿는
그런 소설 한 편을 만나고 싶었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간단한 정리를 한,
‘내게는’ 한 때의 소설 한 편이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