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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어제.
노아이 라운지 카페에서 행해졌던 '커피 한잔 콘서트'에 다녀왔다.
자본주의의 개미로 전락해
바쁜 일상에 젖은 필자.
방구석에 쳐박아 놓은 통기타는 주인의 손길을 잊은지 오래로
마치 묵언의 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해탈에 경지에 다다른 수도승의 마음으로
담담하게 하루하루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사한 후, 짐을 풀지도 못해. 박스안에 갇혀버린 악보들과 음악노트들은
노란 테입으로 봉해버린 상자속에서
그리움에 질식할것만 같은 갑갑함을 참지 못해 필자에게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과거 8분 음표와 높은 음자리표를 그리며
오선지위에 춤을 추는 콩나물 대가리를 한손 한손 짚던 필자는
어느 순간 되돌아 보니 딱딱한 모니터 앞에 앉아 월봉과 주봉을 따지며
차트위에 오르 내리는 그래프를 보며 일희일비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필자에게 한통화의 전화가 왔으니...
홍대에서 좋은 공연이 있으니 함께 가지 않겠냐는 지인으로부터의 연락이 온것이다.
"토요일날 시간 괜찮아?"
:
:
: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때 이토록 기뻤을까?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깨달음을 얻어 유레카를 외쳤듯
필자는 "토요일날 시간 괜찮아요" 를 반복하며 뛸듯 기뻐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뛸듯 기뻐할때
주변 사람들이 '미친놈'이라며 비웃었듯
통화를 하던 필자를 누가 보았다면
마찬가지의 반응이 나왔으리라...
기대하던 토요일이 되었고
필자는 평소 늘 즐겨입던 작업복을 벗고
(여기서 말하는 작업복이란 정장에 넥타이...)
그날은 편한 청바지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40분정도 먼저 도착한 필자는
자기 동네에서도 길을 잃고 헤메는 방향치이기에
복잡한 홍대거리에 혼자 배회하는것이 두려워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피씨방에 들어가 지인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지인은 일찍 도착을 했고
사용 시간이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
피씨방비 1500원을 낼것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던 필자에게
이쁜 피씨방 알바님은 사용료 500원만 받았다.
천원을 굳힌 필자는 오늘 운수대통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한입 베어 물었고,
"단돈 천원에 이렇게 행복해 하다니.. 이놈 왜이리 단순해?"
라는 표정을 짓는 지인을 따라 노아이 라운지 카페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우측에 무대가 있었으며
입구 좌측에는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무대에서 입구 쪽으로는 좌식으로 앉을수 있게 이쁜 방석이
군대식 표현으로 오와 열을 맞춰 이쁘게 배치되어 있었다.
평소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소개 안내지나 영화소개 프로따위는 거들떠도 보지안고
無의 상태에서 예술 작품을 접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필자는
(사실 귀찮았는지도 모른다...)
그날 공연에 어떤 팀들이 공연할지도 공연장 입구에 붙어진 안내지를 보고 알게되었다.
필자의 지인은 평소 도량이 넓고 성품이 좋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인지라,
아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고
자신의 삶에 예술과 음악이란것이 비인기 종목 스포츠 경기장의 관객석처럼
이미 텅텅비어 아무것도 남지않게되어버린 필자는
아는 인맥도 전혀 없는지라
마치 놀이방에 새로 들어온 어린아이처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앞쪽으로 자리를 잡아 방석위에 이쁘게 앉았다.
(사실 이쁘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공연에온 설레임이 한접시 한접시 쌓여
'가슴이 벅차다' 라는 표현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닫고 있을쯔음
첫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첫공연은 캐비넷싱얼롱즈의 보컬로 활동을 했던 '김목인'님의 무대였다.
공연이 시작하기전 장비 점검을 할때, 분명 베이스를 치시는 분과 아코디언을 든 여성분이 한분 더 있었는데
막상 공연을 시작하자 여성분은 없고 클레식 기타를 든 김목인님과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남자분만 !!!
한마디로..
남자 두명만
무대에 오르는것이 아닌가?
"뭐야!! 여자분은 어디간거야~!!!"
라고 속으로 외치던 필자는
어느 순간 김목인님의 구수한 입담과
매력적인 그의 노래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여성분은
2부무대에 오른 '좋아서하는밴드'에서 아코디언을 맡고있는 안복진님이었다.)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라는 곡으로 무대를 연 김목인님의
진가는 그의 구수한 멘트에서부터 그 진면목이 발휘되었다!!
학교마다 한명씩 있을법한..
마치 윤리선생님 같은 담담하고 꾸밈없는 김목인님의 말투..
하지만 그의 멘트는 관객들을 사로잡고 관객들과 호흡하고
더욱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노래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버스에서 만난 취객과의 경험으로 쓰게 되었다는 그의 곡을 들었을때는
정말 어느 술취한 아저씨가 필자의 귓가에 대고 술내를 풍기며
자신이 헤어진 사랑하던 여인의 이야기.
그녀가 살던 그 고향의 이야기를 하는듯 하였고..
(개인적으로 멘트에서 느꼈던 느낌과 실지 노래에서의 아저씨는
너무 대조적이라 적잖은 반전을 느꼈며,
코믹한 가사에 웃음을 지으며,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에 가슴 한켠을 저미는 느낌을 받은것은
필자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고깃집 아주머님의 구수한 입담으로 1절을 만들고
훗날 편의점에서 봤던 어느 여성분들의 대화를 듣고 2절을 완성 시켰다던
'입담'이라는 곡을 들으며 필자는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많은 관객들과 함께
배꼽을 잡았다.
그는 살아가며 느끼고 지나치는 삶의 작은 편린들을 놓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 곡으로 소화해낸다.
그의 섬세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그의 곡들은
그의 일상이며, 그의 일기이며, 그의 삶.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자신의 곡이 2분 남직으로 굉장히 짧아,
40분이라는 무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에 관한
고민아닌 고민을 하던 김목인님의 공연은
담담함속에 섬세한과 많은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노래와
그의 구수한 멘트로 어우러져 어느덧 40분이란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필자는 그의 공연을 보며 故김광석씨의 무대를 떠올렸다.
필자가 너무 어린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故김광석씨 이기에
필자가 그의 무대를 접할수 있는것은
그저 비가 오기라도하면 홀로 자취하던 옥탑방에서 그의 콘서트 동영상을 틀어놓고 그의 노래를
안주삼아 병맥주나 마시는것이 고작었으니...
김목인님의 구수한 멘트에 발을 들이다보면 어느덧 그의 음악과 그의 감성에 빠져
관객들로 하여금 어느세 온몸이 자신도 모르게
가랑비에 속옷이 젖듯 '김목인화'되어 버리는 그의 마법같은 공연..
감히 필자는 그의 공연을 접하며 본인의 멘토인 故김광석씨의 무대를 떠올렸다.
아...
그리고
무대 후반에 '좋아서하는밴드'에서 아코디언을 맡고있는 안복진님이 함께 무대에 올라
당신의 마음을 식혀주세요.
라는 곡으로 김목인님과 함께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그곡은 안복진님이 가사를 쓰고 김목인님이 음을 붙였다고 하는데..
노랫말이 상당히 비수가 되어 필자의 가슴을 후벼팠으니..
그 곡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30분 가량의 휴식시간이 지난후 이어지는 2부 무대.
필자의 지인이 강력 추천을 해주었던
'좋아서하는밴드'의 무대였다!!!
총 4명의 맴버로 구성된 밴드로
베이스, 퍼커션, 아코디언, 기타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평소 왁자지껄하고 신나는 노래를 주로 불렀다던 '좋아서하는밴드'는
이날 공연에서는 잔잔한 분위기의 곡 위주로 진행을 했다.
리더로 보이던 조준호님은 평소와 다르게 잔잔한 곡 위주로 선곡을 했기에
관객들의 반응에대해 여러가지로 염려가 된다는 식의 멘트를 했으나,
당당해보이는 그들의 모습.
자신들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싶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좋아서하는밴드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던 필자로서는
처음 접하게되는 그들의 공연이 평소와 다른 구성으로 꾸며졌다는것에 대해
굉장히 '운이좋다'라고 생각을 하고 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날 피씨방에서 1500원이 아닌
500원을 낸것부터 시작해, 이날의 일진이 굉장히 좋았다고 볼수있겠다.)
어느 밴드든 그 밴드의 '색'이란게 있기 마련이지만
'좋아서하는밴드'의 곡들을 듣다보니
한곡 한곡이 개성있고
하나의 밴드에서 굉장히 다양한 색을 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생각없이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알고보니 딸기맛 바닐라맛~!
더욱이 과자 안쪽에 초코렛까지 숨어있었을때
그 다양한 맛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공연 중반에 퍼커션인 조준호님의 멘트로 알게된 사실에 따르면
'좋아서하는밴드'는 '보컬이 따로 없는 밴드'이다.
더욱이 보컬만이 지정되지 않은것이 아니라.
맴버 각자가 모두 자신의 곡을 쓰고 그 곡을 자신이 부른다는것이다.
이것이 좋아서하는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밴드든 밴드의 색이란게 있고
간혹 그 색이 너무 진하다보면 그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 밴드의 노래는 좋은데 다 비슷비슷해"
라는 지리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에 비해.
4명의 맴버가 모두 싱어송라이터이며
각자의 개성있는 곡을 핸드가 하나가 되어 연주하고 화음을 넣어
좋아서하는밴드의 색으로 소화해내는 시스템.
더욱이 뛰어난 편곡력으로 각 곡마다의 색깔이 뚜렷하다.
각기 다른 4가지의 개성있는 입맛의 재료들이 모여
'좋아서하는밴드'라는 레시피를 만나
너무나 맛있고 먹을때마다 신선한
세상에 단하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레시피중 하나는
무엇보다 '좋아서하는밴드'의 우수한 편곡능력을 꼽을 수 있겠다.)
철학적인 가사에 보사노바 리듬으로 어우러 만들어진
'1인용외출증' 이란곡.
(사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본인은 이곡의 가사가 굉장히 철학적으로 받아들여졌음.)
코믹하게 시작해 젊잖은 처절함으로 무장하며 쓸쓸함을 남기는
'옥탑방에서'
(불과 한달전까지 옥탑방에서 자취를 했던 필자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곡이었다.)
'옥탑방에서'와 비슷한 맥락에서 볼수 있는
'보일러야 돌아라'
1시 모임이면 으레 3시에 모이는 밴드의 불문율을 모르고
약속에 2시간이나 먼저 나와버려 다른 맴버를 기다리며 쓰게된
'인생은 알수가 없어'
2년 여의 기간동안 busking을 하며 느끼고 경험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여행이란 소재로 소화해낸 '여행의시작'
등등 '좋아서하는밴드가'이날 공연해서 들려주었던 많은 곡들은
나름의 색을 가지고 나름의 맛으로
다양한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와 주었다.
아...
그리고.
공연 도중에 개그맨 박지선씨가 왔다.
'좋아서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온것 같았다.
(친분이 있는듯...)
1층을 휘리릭 지나 2층으로 올라가 버려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실물로 보니 굉장히 이쁘고 미인이셨다.
앵콜곡 '신문배달'을 끝으로 '좋아서하는밴드'의 공연은 그렇게 끝이났다.
멋진 공연을 마치고 팬들에게 CD도 팔고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이 여느 인기 연예인 못지 않았다.
필자의 자리 바로 옆에서 CD를 판매하는 바람에
화장실에 갔다와 한동안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들의 실력만큼이나 엄청난 인기였다!!!
그리고 휴식시간이 이후 이어지는 마지막 3부 무대.
'신나는 섬'의 무대가 이어졌다!!!
에코 어쿠스틱 밴드인 '신나는 섬'
그림처럼 6명의 맴버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한곡중 한곡만 노랫말이 있었으면
나머지 9곡 모두 모두 연주곡이었다.
연주 실력이 굉장히 우수했으며
맴버 한명한명의 기량 역시 굉장히 뛰어났다.
말괄량이 삐삐가 자기전에 먹는 나이를 먹지 않는 완두콩의 이름에서딴 곡
'크루멜리스'
엄청나게 빠른 속주로 시작하는 이곡에서
필자는 맴버들의 뛰어난 합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날은 어두워져 필자는 공연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인과 함께 KFC에서 스파이시버거를 먹었다.
맛있게 버거를 먹고..
(정말 맛있었다...
감자튀김은 너무 식어서 별로였음..)
역에서 헤어져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인의 명령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인디밴드문화나 음악에 조예가 깊은것도 아니며...
그냥 아무것도 아닌 자본주의의 개미일 뿐이다.
그저 한명의 관객으로서 이날 본 커피한잔콘서트에
느낀 점을 끄적이고 있을 뿐..
이날 이루어진 커피한잔콘서트가 나뿐이 아닌 이날 공연을 본 많은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와 그들의 가슴에 한송이 꽆을 피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것이다.
이만 글을 줄이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피씨방임ㅋ)
2월 19일날 이루어진
커피한잔 콘서트로 인해.
이 작은 한마리의 개미는
골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묵언의 수행중인 기타를 꺼내고
질식할것 같은 그리움속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악보를 꺼내어
이날 느낀 감동을 되뇌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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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후기 잘봤습니다~ 상세하고 재미나게 써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