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설 연휴 귀성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로또 복권 열풍이 전국에 몰아치고 있다.
8일 추첨에서 1등 당첨금이 사상 최고액인 4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의 이월 횟수 제한 방침으로 이번 주가 사실상 마지막 대박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국의 복권 판매점에는 3일 오전부터 로또 복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국민은행 일부 지점에는 개점시간과 동시에 몰려든 시민들로 복권 판매 창구가 하루 종일 북새통을 빚었다. 또 연휴 직후 직장과 가정에서
덕담을 나누던 시민들도 상당수가 로또를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3일 오전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은 월요일에다 연휴 직후여서 평소에는 고객이 뜸할 시간이지만 이 날만은 복권 판매 창구에 시민들이 30명 이상
길게 줄 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로또 기입 용지 40여장을 가져간 최모씨(24)는 "출근하자마자 직장 상사들 심부름으로 용지를 가지러
왔다"며 "각자 번호를 채운 뒤 오후 중 다시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1등 당첨금이 천문학적 숫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평소 목·금요일에 집중되던 로또 판매량이 월요일부터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점의 경우 평소 100만원대에 그치던 주초 로또 판매량은 3일 하루만 600만원을 넘어섰다. 여의도 영업점 이모씨(31)는
"지난주 월요일보다 7∼8배 가량 판매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로또 복권 구입층의 특징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어졌다는 점. 자신이 번호를 직접 고르는 재미와 상상을 초월하는 당첨금이 맞물려 20·30대
직장인은 물론 70대 노인들까지 로또 구입 행렬에 나서고 있다. 복권 업무와 출납 업무를 동시에 맡은 상당수 은행 창구에 복권 구입 행렬이
몰리는 바람에 잔돈 교환 등 출납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국민은행 영등포 구청 지점에도 구 직원은 물론 70대 노인들까지 몰려들어 직원까지 당첨 번호를 기재하는 방법을 듣느라 귀를 기울였다. 정모
할머니(73)는 "설에 아들 내외가 준 용돈으로 2만원어치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로또계를 하고 있다는 영등포구 직원 손모씨(34)도
"동료가 번호 4개를 맞춰 26만원에 당첨돼 오늘 점심을 산다는 얘기를 듣고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로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로또 연습 게임과 회차별 당첨 숫자 분석,해외 당첨 숫자 통계 등 사행심을
부추기는 사이트와 카페 등이 속속 개설돼 네티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주초부터 몰아친 로또 광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다. 직장인 박모씨(33)는 "하루종일 동료들이 복권 얘기만
하는 통에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언제까지 복권 열풍에 온 나라가 휩싸일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500억에 건다" 로또 광풍시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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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립 민속 박물관이 평소 바람과 다짐을 적는 소지 끼우기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로또 복권 당첨을 기원하는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돌탑 앞에서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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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쪽박 울고 웃는 인생 역전
'1등 당첨금 최소 500억원'의 로또 복권 열풍으로 사회 전반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로또 시장이 매년 1조원 규모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밋빛 꿈에 부푼 신종 '로또 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대박의 꿈을
좇아 로또 복권을 다량 구입했다가 상실감만 맛보는 '깡통 투자자'도 속출하고 있다.
● 기지개 켜는 '로또 산업'
로또 복권 판매가 2개월을 넘기면서 로또 관련 신규 사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번창 일로인 로또 판매 대행업.
로또 판매점이 전국 5,000여곳으로 한정되어 있는데다, 로또 열풍으로 장시간 판매점에서 대기해야 하는 실정에 착안한 것이다.
우선 전문 판매점(5.5%)보다 다소 낮은 판매대금의 5%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고 판매를 대행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10여개나 생겨났다.
인터넷상에 당첨 비법을 전파하거나 공동 구매를 주선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현재 인터넷상의 로또 관련 카페는 무려 200여개.
'전국민 부자되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펀드를 모집 중인 사이트는 "로또의 번호 조합 경우의 수가 814만5,060가지이므로 이를 모두 복권으로
사려면 162억9,012만원이 든다"며 "16만2,901명이 10만원씩 투자해 로또를 구입, 1등 상금 500억원을 나눠 가지면 투자금의 3배인 30만원을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첨금의 5%를 챙기고, 그 나머지를 인원수와 투자 금액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사이트도 성업 중이다.
로또 관련 서적이나 잡지 시장 규모도 확대일로다. '로또, 행운의 숫자 조합하기' 1권을 각종 집계 베스트셀러에 올렸던 ㈜스마트럭은 주식처럼
당첨 번호의 차트를 분석하는 내용의 2권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로또 홍보 대행사에서 발행하는 로또 관련 주ㆍ월간 잡지 시장도 10만부를 돌파했으며, 곧 유사 잡지들도 등장할 기세다. ㈜스마트럭 유승은(柳承銀)
대표는 "출간을 앞당겨 달라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 로또에 우는 '묻지마' 투자자들
이와 달리 로또에 쏟아 부은 거액의 투자금으로 인해 빚더미를 안거나, 사행심에 사로잡혀 막무가내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음식점 주인 김모(41ㆍ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씨는 "'로또가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다'라는 확산을 갖고, 매회 200~300만원어치를 로또로 구입했다"고
전했다.
지난 해 말부터 지인 10여명과 함께 '로또계'를 조직, 매주 '분산 배팅'을 했다는 이모(30)씨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직접 인터넷에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이씨는 "50명이 1인당 100만원씩 모으면 종자돈이 5,000만원으로 커진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돈을 입금시켰다"며 "회원 중에는
도박으로 날린 1억원을 로또로 만회하자면서 벼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 김정운(金珽運ㆍ여가정보학) 교수는 "로또 열풍은 월드컵으로 집단 심리학적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로또를 매개로 또 다시
집단적 흥에 젖어드려는 후진적인 문화 현상"이라며 "로또 수익금을 청계천 복원, 공원 조성 등 국민들의 문화 활동 공간 창출에 재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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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