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言)의 창세와 말세 ㅡ 언어 종교 역사
이것들이 어찌되거나 말거나, 이따금 신의(神意), 창세도구, 신법(神法), 율법, 중천금(重千金), 천 냥 빚 따위에 비유되는 말도 있을뿐더러 심지어 막걸리, 걸레, 똥 따위에 비유되는 말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인간에게 길들면 자신의 등(背)에 인간을 태워앉혀-승좌(昇坐)시켜 걷거나 달리는 말과(馬科)에 속하는 동물”도 말이라고 말된다.
물론 거의 모든 한국어사용자는 “신이나 인간이 하거나 씨불이거나 쓰는 말”과 “인간이 타거나 몰거나 먹는 말”을 눈치껏 후루룩 뚝딱 분간할 수 있겠으리라.
하여튼, 하필이면, 죡변의 괴악하고 얄궂은 눈에 띄거나 뛰어들거나 붙들려서, 다음과 같이 소집된 말 대여섯 마리와 이 말들 각각의 등에 한 명씩 올라탄 인간 다섯 명은 서양에서 역사상 실재했거나 창작된 꽤나 유명한 말들과 인물들이다. 이 말들 중에 마지막 말은 ‘노새’이지만 수탕나귀와 교잡된 암말의 새끼로 태어나는 “말과 포유류”이니까 말로 분류될 수 있는 동물이라고 말될 수 있겠으리라.
(1) 아랫그림은 잉글랜드 화가 존 컬리어(John Collier, 1850~1934)의 1898년작 유화 〈백작부인 거다이버(고다이바)(Lady Godiva)〉이다.
중세 잉글랜드 중부지역의 머셔(Mercia) 왕국에서 도시 커번트리(Coventry)를 다스린 백작 레프리크(Leofric, 968~1057)의 아내 거다이버(Godiva; 고다이바; 고드기퓨Godgifu, ?~1066/1086)가 발휘한 자비심-동정심-측은지심에 얽힌 전설은 흥미롭다.
그녀의 남편 레프리크는 커번트리의 교회들과 수도원들을 건축하고 후원하느라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했다.
그녀는 백성들을 괴롭히는 세금을 경감해달라고 레프리크에게 거듭 부탁했다.
그러자 레프리크는 비웃으며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커번트리를 한 바퀴 돈다면,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겠소”라고 농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한참 고심하다가 마침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알몸을 긴 머리카락만으로 겨우 가린 그녀는 말을 타고 커번트리의 길거리로 나섰다.
그녀가 순행(巡行)을 마칠 때까지 커번트리의 모든 백성은 각자의 집안에서 대문과 창문을 닫고 집밖을 내다보지 않았지만,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한 토머스(Thomas)라는 재단사만 유일하게 그녀의 알몸을 몰래 훔쳐보다가 결국 눈멀었거나 죽어버렸다.
그때부터 “훔쳐보는(엿보는) 톰(Peeping Tom; 피핑톰)”은 영어권에서 “절시꾼(竊視꾼)이나 觀淫症환자”의 대명사로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2) 아랫그림은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1513년작 동판화 〈기사, 죽음, 악마(Ritter, Tod, und Teufel)〉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Nietzsche, 1844~1900)는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ödie)》 제20절에서 뒤러의 동판화에 묘사된 무장기사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워(쇼펜하우어; Schopenhauer, 1788~1860)와 동일시한다.
☞ 귀족적 급진주의의 상징적 단초 뒤러 쇼펜하워 니체 브란데스
(3) 아랫그림 2편은 에스파냐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1615년작 장편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의 1863년판 프랑스어본에 수록된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의 삽화(위: 전체; 아래: 부분)이다. 이 삽화에는 ‘중세 편력기사소설(Romance; 로망스; 로맨스)들을 탐독하다가 해까닥 미쳐서 편력기사로 엉성하게 무장한 돈 키호테’가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Rocinante)’를 타고 편력을 개시하는 장면이 묘사되었다.
(4) 아래왼쪽그림의 원작자는 프랑스 화가 제롬-마르탱 랑글루아(Jerome-Martin Langlois, 1779~1838)였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시중에서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48~1825)의 1802년작 유화 〈알프스 산맥의 그랑-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Bonaparte franchissant le Grand-Saint-Bernard)〉로서 유명하다. 아래오른쪽 그림은 독일 화가 아돌프 노르텐(Adolph Northen, 1828~1876)의 1851년작 유화 〈러시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Napoleons Rückzug aus Russland)〉의 부분이다.
(5) 아랫사진 속의 인물은 1958년 11월 쿠바(Cuba) 라스 비야스(Las Villas) 지방에서 노새에 올라탄 아르헨티나 의사·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이다. 이 사진과 함께 프랑스 배우·가수 나탈리 카르돈(Nathalie Cardone, 1967~)이 부르는 노래(☞ 아스타 시엠프레 코만단테 체 게바라 ㅡ 나탈리 카르돈)도 감상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