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너무 비싸"…지갑닫은 기관, 쌓이는 매물
코로나19(COVID-19) 특수로 골프 인구가 늘며 가격이 치솟은 골프장들에 대한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팔고자 하는 매도자의 눈은 높아졌는데 매수 의사가 있어도 자금을 모으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골프장 너무 비싸"…지갑닫은 기관, 쌓이는 매물© MoneyToday
2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경기 이천·경북 구미 마이다스CC, 강원 홍천 클럽모우CC, 전북 김제 스파힐스CC 등 전국 골프장 10여곳이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며 인수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3배 치솟은 이용료에도 수도권은 물론 충주, 홍천 등 '범수도권' 골프장까지 주말은 물론 평일 부킹(예약)도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 이어졌다. 저금리에 부동산 시장까지 달아오르면서 골프장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도권에선 '홀당 100억원'은 '기본'이 됐다. 지난 6월 포스코그룹 부동산 관리회사 포스코O&M은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를 홀당 약 16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3월 센트로이드PE가 인수한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는 홀당 96억원이었다.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매도자가 오히려 '갑'이 되는 상황도 펼쳐졌다.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27홀) 주인인 모아건설과 하나금융은 칼론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2500억원(홀당 92억원) 제안을 뿌리쳤다. 2020년 말 두산중공업에서 1850억원에 산 골프장인데, 700억원의 차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황은 급변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국내 골프장 수요 대체도 가능해졌다.
골프장 인수에 돈을 대던 금융사,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도 지갑을 닫았다. 금리인상 여파로 돈줄이 마른 M&A(인수·합병) 업계가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는 가운데, 오를만큼 오른 골프장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 5대 증권사 IB 담당 본부장은 골프장 인수 관련 투자는 아예 검토도 하지말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실제로 특히 지방 골프장 인수협상을 진행중인 PEF(사모펀드)들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골프장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운동으로서의 골프 열풍도 있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게 더 크게 작용했다"며 "투자업계에 유동성이 사라졌는데 여전히 비싼 골프장 투자는 위험부담이 커 투자자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