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온 보람으로 냉장고가 꽉 찼습니다.
위로부터 냉동실엔 엄마가 재어주신 돼지갈비가
한번 먹을만큼씩 나뉘어 3봉지 담겨있고
송편도 하나,둘,셋,넷...열개씩 세어 담아주신 봉지가 또 둘,
(잠깐 왔다 가는데 송편 빚을 새 없다고
엄마 혼자 미리 빚어 놓고 오빠네랑 저 도착할 시간 맞추어 쪄놓은 송편입니다요.
옛말은 그른 게 하나도 없어
울 엄마 송편 진짜 예술로 빚는데 두 딸을 그렇게 예쁘게 낳으셨네요 ^^)
밥 할때 놓으라고 직접 농사지은 햇콩도 제 두주먹만큼있구요.
6시간 동안 조수석에 앉아 수다 떨며 오느라 피곤하다고 낮잠 자는 사이에
새언니랑 엄마가 부친 부침개도 한봉지있지요.
냉장실을 열면
아직은 설익은 총각김치랑 배추김치가 한통씩
지난번 가져온 배추김치 다 먹기를 기다리고 있고,
금방 변한다고 바득 우겨서 조금 가져온 더덕무침은
벌써 한번 먹을치 밖에 안 남았네요. (아 아쉬워라)
그 옆에는 게장이 한통,
멸치조림은 안 상하니까 큰 걸로 한통,
야채실이 사과로 넘쳐 그위로 올라와버린 포도도 잔뜩입니다.
40년 가까이 양복일을 하시다가 읍내에서 나오셔서
마당한켠에 포도나무도 키우시고
텃밭에는 콩이며 옥수수며 고추, 파, 감자, 양파를 심으시더니
비때문에 이제서야 딴 포도를 맛 보라시며 아빠가 자랑하셨습니다.
"야, 아빠도 농사 잘 짓지 않냐?"
"응, 맛있네."
"거봉도 한번 먹어볼까?"
당장 거봉 한 송이 따오시면서
"이 거봉 좀 봐라. 진짜 거.봉.이다, 거.봉!"
진짜 거봉 알이 굵더군요. 이름답게 큽니다.
"이 거봉, 올해 처음 딴 거다. 비가 많이 와서 그동안 안 익었었거든"
"아빠, 원래 그냥 포도는 더 일찍 나오고 거봉이 요즘 나오는거지?"
"그렇지"
"젤 늦게 나오는 건 머루포도구"
"그치. 그건 종자개량한거지"
"아빠, 그럼 머루포도는 진짜머루랑 포도랑 접붙이기한 거야?"
"너무 자세히 묻지 마라. 아빠도 원예는 잘 몰라. 자꾸 물어보면 거짓말하게 된다."
아 네~ -.-
다른 사람들은 늘 냉장고에 있는 거일지도 모르지만
제키만한 냉장고가 늘 무안하게시리 텅텅 비어있던
자취생으로서는 요즘 너무 흐뭇합니다.
찌게나 카레없이도 있는 반찬 꺼내면 진수성찬이거든요 ^^
아, 찬장에는 그 유명한 광천 조양김도 있네요..
아..진짜 신난다.
엄마 밥 먹고 살고 싶어서 고향가서 살까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지만,
서른 넘어서 결혼 않고 내려오는 딸이 반갑지는 않겠죠?
첫댓글 언니집에 언제갈까여? 냉장고 청소하러 가야겠네요.
침넘어 감 꿀꺽^^*
권희님 집이 우리집과 아주 가깝죠, 아마?? ㅎㅎ..우리집 냉장고는 지금 텅텅 비어 있는데..-.-;;
너무 대조적이군...울집 냉장고 청소한지가 며칠 안되었는데...냉장고 문을 열면 노란 불빛만 선명하다. T.T
권희야 빨랑 날 잡아라..
꽉찬 냉장고가 넘 부담스럽죠? 함 쓸러갈께요...
권희 실수했다~~!수많은 인간들이 입만 달고 쳐들어갈텐데...나한테만 살짝 알려줄 일이지~~~~~!
진짜루 2천원 들고 '희망 집들이'합세다!!! 어때요???
어..벌써 두개 끝났는데? 글구 이집에 이사온지 4년이 다 되가요..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쥐....롱!! 고정관념을 깨자!!! 집은 암때나 들어도 되자나....하자하자!!
권희님 댁^^에서 다정히~ 포도 먹어 봤으면.... ^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