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피드백
첫 연재글(352호·2020년 3월호)에서 이산화탄소 이야기를 했지요. 매년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과 토지사용 변화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5ppm 이상인데, 약 3ppm 정도는 해양과 육상의 식생(주로 숲)이 흡수하여 대기 중에는 약 2ppm씩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해양과 육상의 식생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극심한 지구온난화에 시달렸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즉, 지구의 기후시스템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완화해주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가 연구한 미래의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양의 피드백(feedback)이 현재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고, 미래에는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는 예측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산림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토양 수분 손실 등 건조 현상이 잦아지면 산림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를 예전처럼 흡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경우 식생으로 흡수되어야 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 많이 쌓여 지구온난화는 증폭합니다.
그뿐 아니라, 해양의 이산화탄소 용해도는 온도와 반비례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납니다. 예를 들면 차가운 탄산음료 안에는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용해) 있는데 상온에 두면 김이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따라서 지구온난화로 해양이 따뜻해지면 온난화 진행 속도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메탄 피드백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메탄, 이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눈여겨볼 온실가스는 메탄인데, 메탄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하면 지구온난화를 28배나 더 일으킨다고 합니다. 다행히 대기에 존재하는 메탄의 농도는 이산화탄소보다 현저하게 낮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메탄은 일반적으로 습지(22%)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외에도 화석연료 및 천연가스(19%), 가축의 되새김질(16%), 쌀을 생산하는 논(12%), 화재(8%), 쓰레기 매립(6%) 등에서 배출됩니다. 자연적 발생뿐 아니라 인위적인 요소가 작용하며 대기 중 메탄가스 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북극 주변의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입니다. 영구동토층이란 지층의 온도가 연중 0℃ 이하인 부분을 말합니다. 지난 연재에서 얘기했다시피, 북극 일대는 가장 빠르게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 지역인데 해빙뿐 아니라 얼어 있던 육지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곳엔 다량의 유기물이 지표 아래에 매몰되어 있는데요.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표면에 두껍게 덮여 있던 눈이 녹고 습지가 형성되며, 얼어 있던 미생물들이 토양에서 활성화해 메탄가스를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불타는 얼음’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인데, 일부 영구동토층이 녹은 지점에 불을 붙이면 가스레인지보다도 잘 타는 것을 가리킵니다. 바로 땅속 메탄가스가 타면서 만들어내는 현상인데요. 이렇듯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 지역이 녹으면 메탄가스를 통해 양의 피드백을 만들어내고 계속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기 때문에 현재 학계의 관심은 이곳에 쏠려 있습니다.
▲ 알래스카에서 촬영된 메탄가스 연소 사진. (출처: 알래스카 대학 Todd Paris)
기후 티핑 포인트
티핑(tipping)은 ‘균형을 깨뜨리는 것’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앞서 언급한 피드백이 처음에는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특정 순간 갑자기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하면 이를 ‘기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30cm 막대자를 책상 위에서 천천히 밀어낼 경우, 무게중심이 되는 자의 15cm지점이 책상을 벗어나는 순간, 자는 툭하고 떨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임계점이 기후 현상에서도 존재한다는 이론이 바로 기후 티핑 포인트입니다. 과거 빙하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에 관해 기록된 자료를 보면 급격한 기후변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11,500년 전쯤에 그린란드의 온도가 40년 동안 무려 8℃나 상승한 기록이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2004)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 빙하기가 닥쳐오는 대재앙 상황을 그려냅니다. 영화에서 북극의 빙하가 다량으로 녹아서 해양의 염도가 낮아지고, 그 결과 난류의 흐름이 끊겨 갑자기 빙하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설정은 고기후 연구에서 발견한 과학적 내용을 배경으로 삼은 것입니다. 아직도 과학자들은 이러한 기후 티핑 포인트가 어느 시점에 생길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구 시스템 모형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도입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자명한 것은 지금 기후 시스템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기후 임계점, 기후 티핑 포인트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산화탄소의 수명
국제에너지기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류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세계 에너지 소비가 6% 감소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도 8%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습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기간이나 2차 세계대전 끝 무렵보다도 훨씬 큰 폭의 이산화탄소 감소량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조기 사망과 경제적 트라우마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였을 뿐 경제 상황이 회복되면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와해되면 그동안 분출하지 못했던 소비심리가 단기간에 증폭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산화탄소 문명’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한 가지 슬픈 소식을 전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이미 우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미래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도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해서 1,500ppm이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현재는 410ppm 수준입니다.) 늘어난 이산화탄소 중 65%에서 80%는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해양이 흡수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몇 백 년에서 몇 천 년 동안 서서히 줄어든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수천 년간 계속 대기 중에 남아서 계속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현상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한들 이미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중 일부는 몇 천 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서 계속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지구온난화라는 큰 짐을 지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비가역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이산화탄소 농도 미래 전망 결과. (출처: Inman, 2008 Nature Climate Change)
김진수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대기과학) 재학시절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훈련을 받으며 하나님 나라와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포항공대를 거쳐 현재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엘니뇨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과 탄소순환, 기후변화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4월부터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으로 임용되어 북극과 고위도 기후연구를 진행한다.
첫댓글 지구야~~ 건강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