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면목3주택 재건축사업’과 관련,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박탈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따낸 후 현재까지 만 7년 되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과 경찰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이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에게 200억 원대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수사를 하는 중이라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면목3주택 재건축사업 사가정아이파크 조감도. 사진=현대산업개발
면목3주택 재건축은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인근에 일반주택가를 헐어 30층 짜리 11개동, 총 1505 세대의 대규모 ‘사가정 아이파크(가칭)’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9년 12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누르고 이 사업 시공권을 획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조합과 2012년 가계약, 2014년 12월 3120억 원 규모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시공권을 가져오는 대가로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에게 약 135억 원(이사비용 명목)을 입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2009년 말 철거업자와 협력해 일부 조합원들에게 70억 원 상당의 금품을 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법인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조합장도 특정범죄가중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데 이어 곧 구속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일부 조합원들이 이 회사에 몰표를 줬기 때문에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보고 시공사와 조합의 유착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조합원들은 심각한 착공 지연과 납득할 수 없이 껑충 뛰어오른 공사비가 이러한 시공사와 조합의 유착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07년 9월 구역지정, 2008년 9월 조합 설립 후 2009년 시공사로 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착공예정일도 2012년, 2015년으로 연기되더니 이달 현재까지 본격적인 철거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조합원 A 씨는 “조합원들의 이사가 완료된 지가 언제인데 본격적인 철거조차 이뤄지지 않아 흉물스러운 빈 주택들만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례가 있듯 부정한 금품을 살포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시공권 박탈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최근 대법원은 주택재개발조합이 조합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건설회사를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했다면 결의는 ‘경쟁입찰’을 규정한 조합 정관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특별1부는 응암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 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재판부는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금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서면결의서 등을 받아 이를 총회에 제출하거나 금원을 받은 조합원으로 하여금 투표하도록 했다”며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정하도록 한 취지에 정면 반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면목3주택 재건축 일부 조합원들은 공사 지연으로 본계약 시점에서 가계약보다 착공기준 초과기간이 2년 9개월임에도 3.3㎡(약 1평)당 공사비가 91만 7000원(26.7%) 인상된 434만 5000원으로 늘어난 점을 문제 삼는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재개발 재건축사업에서 건설회사가 시공업체로 선정된 뒤 공사비를 부풀리는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조합원 B 씨는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를 올린 게 200억 원을 불법 살포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비슷한 시기인 2014년 다른 대형 건설사가 수주한 월등한 입지의 사당동 재건축 사업의 경우 3,3㎡당 공사비가 410만 원대 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면목3주택 재건축사업 사가정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건설 현장. 사진=사가정아이파크 조합원 카페
면목3주택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올 연말 철거, 착공, 일반 분양까지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착공이 늦어지며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재선성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들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 진행이 더딘 경우가 흔하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공사비가 인상된 이유는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는 사이 물가 등이 올랐기 때문으로, 조합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며 “일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도 있지만 조합에 200억 원의 금품 살포한 혐의와 관련한 수사에 당사는 성실히 임하겠다. 그렇다해도 이를 반영해 공사비를 올렸다는 의혹 제기는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면목3주택 재건축 조합장은 “경찰이 2009년 시공사 선정 당시 임원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착공 시점은 내년 4월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사업지 내 세입자 중 강제 집행을 불허하며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착공 지연과 관련해 조합원들로부터 불만이 많다. 최초에는 42층 건립 계획을 수립해 서울시까지 건축승인을 통과했지만 국방부에서 고도제한으로 불가 결정을 내려 설계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2~3년 표류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