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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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의 하여가. 고려를 개혁하고 자신과 함께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자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고려를 개혁하되 자신의 임금과 나라를 저버릴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정몽주를 설득하는 시이기도 하다. 고려 말, 고려는 권문세족과 혼란스러운 나라 상황으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데다 끝없는 약탈과 억압,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성계는 신진사대부와 함께 고려의 개혁과 새로운 나라의 건국을 꿈꿨다. 이미 기울어져 가고 있는 고려를 계속해서 이끌어나가기 보다는,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고 새로운 출발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뜻에 반하던 여러 사람들 중 정몽주가 있었다. 그러나 정몽주의 능력을 높이 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그를 설득하고자 하여가를 읊으며 자신의 뜻을 전달했지만, 정몽주는 단심가를 통해 자신의 확고한 뜻을 다시금 밝혔다. 그에 이방원은 문객을 보내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살해한다.
이방원과 정몽주의 사상과 가치관이 담긴 하여가와 단심가. 나는 그 중에서도 '하여가'를 인상깊게 봤다. 자신이 모시는 임금과 나라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정몽주의 올곧은 뜻도 분명히 높이 살 만하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는 정몽주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나는 개혁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고자 하는 이방원의 시가 기억에 남는다. 기울고 있는 '고려'를 붙잡고 있지 않고, 떠오르고 있는 '조선'을 선택해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그의 사상이 담긴 시. 나라면 조선을 택했을 것 같아 하여가에 담긴 뜻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내가 만약 고려에 살았다면 백성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조선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당시의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고려와 조선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또한 시대는 언젠가 변하게 되있으므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대로 고수하기보다는 자꾸 변하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 나의 생각을 바꾸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일 말이다. 또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단심가보다는 하여가가 더욱 인상깊었다.
뭐,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