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6만, '아무르' 7만… 선전하는 다양성 영화]
다양성 영화의 봄?
- 올들어 2만명 넘긴 작품, 벌써 5편… 작년 전체 9편에 비해 고무적 기록
4050 여성 관객 18%, 흥행 이끌어… 수요 늘면서 상영관 수도 확대
"아직 갈 길 멀다"
- 한국영화 비중은 여전히 적고 개봉 1주에 막내리는 작품 많아
'다양성 영화'에도 봄은 오는가. 올해 들어 비주류 취급을 받아온 다양성 영화가 조용히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멸 감독의 '지슬'(지난달 21일 개봉)이 개봉 12일 만인 1일, 관객 6만(6만1431)명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에 관객 5만명을 넘긴 다양성 영화(상영관 100개 미만)는 '지슬'과 '아무르'(7만6778명) 두 편이다. 다양성 영화는 관객 2만명을 넘기면 '흥행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관객 2만명을 넘긴 다양성 영화는 이 두 편을 포함해 '문라이즈 킹덤' '더 헌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 모두 5편. 2012년 다양성 영화 중 관객 수 2만명을 넘긴 영화는 총 9편. 2010년과 2011년엔 각각 4편, 6편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다양성 영화 전용관 씨네큐브는 지난해 역대 최다 관객인 26만명이 찾았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의 다양성 영화 상영관인 무비 꼴라쥬 관객도 2010년 29만명에서 지난해 42만5000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수요가 늘자 상영관도 늘고 있다. CGV는 무비 꼴라쥬를 20개관으로 2배 확대한다고 1일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10개관을 운영하던 것을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사당동에 다양성 영화 전용관인 '미니시어터 아트나인'이 문을 열었다.
◇'4050' 여성 관객들 흥행 주도
다양성 영화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40~50대 여성 관객이다. 무비 꼴라쥬의 경우, 전체 관객 중 40~59세 여성 비율이 2006년 9.05%에서 지난해 17.37%까지 늘었다. 이 세대는 수입 영화가 다양해지고 한국 영화가 부흥기를 맞았던 1990년대 극장의 주요 관객들이었다. 즉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세대들이 다양성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영화 저변이 넓어지면서 기존 상업영화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다양성 영화의 고정 관객층이 된 것"이라고 했다.
자본 열세 때문에 소극적 마케팅을 펼쳐온 다양성 영화들이 새로운 마케팅 활로를 찾은 것도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업 영화처럼 온·오프 라인 광고나 스타 배우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칠 수 없는 대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마케팅에 주력한다.
소수 관객과 접점을 찾기 위해 감독이나 배우, 평론가,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꾸준히 이어온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무비 꼴라쥬의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객석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주부 관객들이 많은 평일 오후에 가장 인기"라고 했다.
◇다양성 영화도 '부익부 빈익빈'
영화계 일각에서는 "최근 다양성 영화의 선전도 소수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다. 한 다양성 영화 배급사 대표는 "다양성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은 전쟁에 가깝다. 일단 개봉해도 1주일도 못 버티고 내려오는 작품이 다수"라고 했다. 5만명을 돌파한 '아무르'와 '지슬' 배급사는 모두 다양성 영화 전용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그 덕을 봤다.
다양성 영화에서 한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다양성 영화 10위 안에 든 작품 중 한국 영화는 '지슬'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두 편뿐이다. 같은 기간 상업영화를 포함한 한국 영화 전체 점유율은 69.4%로 과반을 넘겼다. 지난해 12월 열린 '독립영화정책포럼'에서는 "한국 다양성 영화의 제작과 배급 등에서 정부의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양성 영화란
영화진흥위원회는 2007년 '시네마워크 사업계획안'에서 다양성 영화를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통칭'한다고 정의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대규모 제작비가 투여되거나 대규모 개봉을 하는 상업 영화와 영화 자체의 형식, 내용만 다른 게 아니라 제작·배급·상영 규모 면에서도 작은 영화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