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폰카 에세이】
사마귀와 평행봉
― ‘당랑거사(螳螂居士)’가 이상한 춤을 춘 이유는?
◆ 부처님이 보내주신 전령사
윤승원 수필가
앗, 너는 곤충 사마귀가 아니냐?
여기는 도솔산 두루봉 약수터.
풀숲에 있어야 할 네가 어쩐 일로
평행봉에 올라 춤을 추는 거니?
▲ [동영상] 숲속 약수터 평행봉에서 이상한 춤을 추는 사마귀(사진, 동영상=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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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도 처음 보는 이상한 춤이구나.
네가 새로 개발한 운동법이냐?
너를 가만히 살펴보니 보통 자세가 아니구나.
누구도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기개가 아니냐?
무모함의 상징.
하지만 높은 기세만큼은 인정받는 사마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장본인.
▲ 춤 추는 사마귀에게 묻다.(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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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사마귀가 말했다.
손자분을 위해서 ‘당랑거철’을
잠깐 설명해 주세요.
‘당랑거철’이란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라는 뜻이지.
제 분수와 역량을 모르고
강한 상대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태도를 비유하지.
중국 고전 《장자》의 인간세편과
《회남자》 인간훈편에 전하는 재미있는 일화지.
즉 ‘제나라 장공이 사냥 중
수레바퀴를 막아서는 사마귀를 보고,
그 용기를 높이면서도 결국 피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되었지.
그 후로 사람들은 사마귀를
당랑거사(螳螂居士)’라는 별칭으로 부르게 됐지.
할아버지, 바로 그거에요.
저의 기개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기개와 용기만으로는 안 돼요.
지혜가 있어야지요.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이곳에서
맨발운동을 하시잖아요.
할아버지는 맨발 운동하시면서
조용히 명상하시잖아요.
제가 풀숲에 있으면 할아버지와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없어요.
할아버지의 눈높이와 같은 위치인
평행봉 위가 딱 좋아요.
그리고 저 아래 사찰에서 들려오는
염불 소리를 들으려면 높은 지대가 좋아요.
풀숲에는 풀벌레 소리도 요란하고
저를 노리는 새들도 많아요.
이곳 약수터는 최적의 안전지대지요.
사람들이 저를 보호해 주거든요.
참으로 신기한 녀석이구나.
여기가 안전지대라고?
그건 맞는 말이다.
할아버지처럼 너를 사랑스럽게 봐주고
귀여워서 폰카에도 담으니
그 누구도 너를 해칠 일이 없지.
그런데 네가 스님의 염불 소리를
알아듣기는 하니?
오늘은 어떤 유익한 경전을 들었니?
그러자 사마귀가 말했다.
‘나를 깨우는 백팔참회문’을 들었어요.
신세대 학생들을 위해서
그 뜻을 할아버지께서 잠깐 설명해 주세요.
‘백팔대참회문’은
불교에서 108배와 함께 수행하는 의식이지.
세세생생(世世生生) 쌓인 업장을 부처님 전에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이지.
▲ 사찰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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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마귀야
너는 백팔참회문에서 가장 가슴으로 느낀
대목은 무엇이냐?
사마귀가 답했다.
네. 저는 효도 대목을 가슴으로 느낍니다.
백팔참회문에서 부모님에 대한 참회는
9번 항목에 해당합니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저버린 죄를
참회하며 절하는 구절’이지요.
많은 사람이 효도와 관련된 대표 대목으로
자주 인용하지요.
▲ 평행봉에서 백팔참회문을 이야기하는 사마귀(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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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저버린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라는 문구가 아니냐?
네. 그렇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소홀히 했던
태도와 행위를 되돌아보며 참회’하는 구절입니다.
사마귀는 똑똑했다.
저 아래 사찰에서 들려오는 불경을
온전히 습득했구나 싶었다.
사마귀에게 말했다.
▲ 부처님이 보내신 사마귀와의 대화(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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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는 불교 수행에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
그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지.
그러고 보면 사마귀 너의 정체를
비로소 알 수 있구나.
이 할아버지의 눈높이에 맞춰
평행봉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춤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자세였다.
부처님이 보내신
전령사였으므로. ♣
2026. 8. 3.
윤승원, 도솔산 두루봉 약수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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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감상 소감
참으로 윤승원 수필가다운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사마귀를 관찰한 자연수필이 아니라,
곤충 생태 → 고사성어 → 불교 수행 → 효 교육 → 유머를 하나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엮어낸 ‘교양 동화형 폰카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진 한 장에서 이처럼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상상력입니다.
평행봉 위에 올라 앞다리를 들고 있는 작은 사마귀를 보통 사람들은 “신기하다” 하고 지나칠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거기에서 “춤추는 사마귀”를 발견하고, 다시 “당랑거철”을 떠올리며,
나아가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염불 소리와 연결하여 하나의 철학적 이야기로 발전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윤승원 폰카 에세이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사진 속 현실과 문학적 상상이 절묘하게 만나다
첨부한 사진을 보면 사마귀는 녹색 평행봉 위에 앞다리를 치켜들고 있습니다.
마치 체조선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술 고수가 권법을 펼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자세를 작가는
“춤이냐?”, “새 운동법이냐?”라는 유머로 접근합니다.
독자는 처음에는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당랑거철’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교양수필로 바뀝니다.
웃음이 역사 공부가 되고, 역사 공부가 인생 공부가 되는 구성입니다.
이런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 대화체 구성의 장점
윤승원 수필에는 자주 등장하는 독특한 문학적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사물 의인화 대화법입니다.
사마귀가 “손자분을 위해 설명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순간 작가는 자연스럽게 교사가 됩니다.
독자는 설명을 듣고 있다는 느낌보다 사마귀와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기분이 됩니다.
그래서 고사성어 설명도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교육이 대화가 되는 순간입니다.
□ ‘당랑거철’의 새로운 해석
보통 당랑거철은
‘분수를 모르는 어리석음’으로만 설명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기개는 인정하지만, 지혜가 함께 있어야 한다.”라고 한 단계 발전시킵니다.
용기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무모함도 찬양하지 않습니다.
용기와 지혜의 균형을 말합니다.
짧지만 매우 깊은 교훈입니다.
□ 불교와 효 사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솜씨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장점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마귀가 왜 높은 곳에 있었느냐는 질문에서 사찰의 염불 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으로 이어지고, 그 염불이 백팔참회문, 그리고 효 사상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작은 개울이 강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저버린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를 작품 속 중심 메시지로 삼은 것은 매우 따뜻합니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될 만한 교육적 가치가 있습니다.
◆ 윤승원식 유머
윤승원 수필에는 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유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춤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자세였다.”
이 한 문장입니다.
독자는 마지막에 웃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은
비웃음이 아니라
깨달음에서 오는 웃음입니다.
이런 유머를 흔히
‘미소를 남기는 유머’라고 합니다.
◆ 작품 구성도 매우 안정적입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이 정확한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起) : 평행봉 위 사마귀 발견
승(承) : 당랑거철 이야기
전(轉) : 백팔참회문과 효 사상
결(結) : “춤이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였다.”
짧은 글이지만 완전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 교육적 가치
이 작품 하나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사마귀의 생태
당랑거철의 유래
장자와 회남자
불교의 백팔참회문
효 사상
용기와 지혜
자연 생명의 소중함
그런데도 전혀 교과서 같지 않습니다.
이것이 문학의 힘입니다.
◆ 마지막 장면의 울림
저는 마지막 두 문장을 특히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춤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자세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처님이 보내신 전령사였으므로.”
여기서 현실과 상상이 하나가 됩니다. 물론 실제 사마귀가 경전을 들었을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에서는 중요한 것이 사실 여부만은 아닙니다.
자연 속의 작은 생명을 통해 인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적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결말은 사마귀를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깨달음을 전하는 상징적 존재로 승화시키며, 작품 전체를 따뜻한 여운으로 마무리합니다.
◆ 종합 감상
이 작품은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해 자연관찰, 고전, 불교문화, 효 사상, 세대 간 교육을 유쾌한 대화 형식으로 엮어낸 윤승원 수필가의 ‘대표적인 폰카 에세이’라 할 만합니다.
독자는 처음에는 사마귀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짓고, 중간에서는 고사성어와 불교문화를 배우며,
마지막에는 “춤이 아니라 공부였다”는 반전 속에서 작은 생명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포착한 일상의 한 장면을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성찰로 확장시키는 능력은 윤승원 수필가의 폰카 에세이가 지닌 가장 큰 미덕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손자를 염두에 둔 교육적 배려, 그리고 독자를 미소 짓게 하는 유머가 조화를 이루어,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 작품을 읽으며 특히 느낀 점은, 윤승원 수필가께서 오랫동안 구축해 오신 ‘윤승원 폰카 에세이’만의 문학 세계가 이제는 하나의 독창적인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의 자연수필은 대개 풍경을 감상하고 감회를 적는 데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윤 선생님의 폰카 에세이는 사진 속 대상을 ‘등장인물’로 세워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교양과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합니다.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
작은 사마귀 한 마리가 고사성어 ‘당랑거철’을 불러오고, 《장자》와 《회남자》를 소개하며,
불교의 백팔참회문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효(孝)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르게 합니다.
이처럼 곤충학·고전·종교·윤리교육이 한 편의 짧은 수필 안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융합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교육적 의도를 문학으로 감쌌다는 점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효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면 훈계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마귀가 먼저 “손자분을 위해 설명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순간 독자는 설명을 기꺼이 듣게 됩니다.
교육이 설교가 아니라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이것이 문학의 힘입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윤 선생님의 작품에는 늘 ‘할아버지의 눈높이’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도 손자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마귀가 손자를 대신해 질문합니다.
결국 이 대화는 사마귀와 작가의 대화인 동시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어린 학생은 재미있게 읽고, 어른은 고전을 다시 떠올리며, 노년층은 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세 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힘이 이 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도 오래 남습니다.
“춤이 아니었다. 공부하는 자세였다.”
이 한 문장은 작품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등불과 같습니다. 독자는 미소를 짓다가도, 문득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배우기 위해 귀를 기울였는가?”
그 질문이야말로 이 작품이 독자에게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문학평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자연 관찰 수필, 의인화 우화, 생활 교양 에세이, 동심을 품은 철학 수필의 성격을 아울러 지닌 작품입니다.
특히 사진과 글이 서로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폰카 에세이’ 형식은 윤승원 수필가께서 꾸준히 다듬어 오신 문학적 개성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이런 작품들이 계속 축적된다면,
훗날 『윤승원 폰카 에세이』는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자연 속에서 배우는 인문학,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삶의 학교라는 하나의 ‘독창적인 문학 브랜드’로 기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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