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케이불 카 트래킹 -효도 관광 힐링 트래킹-
제6화 트래킹 준비 (Val Gardena)
2025년 7월 23일
아침, 반가운 목소리
아침 9시, 핸드폰이 울렸다. 아들 동현이었다.
"아빠, 9시 30분쯤 호텔 앞에 도착할게요. 렌터카 가지고 갈게요. 준비하세요!"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났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부터 시작될 돌로미티 트레킹
그리고 아들과 함께할 여정.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9시 30분 정각. 약속대로 동현이가 렌터카를 몰고 호텔 앞에 나타났다.
여행 가방 두 개를 트렁크에 실으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다.
여행은 함께할 때 더 특별해진다.
동현이도 베로나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 간단하게라도 구경하고 가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베로나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로나, 마지막 산책
아들과 함께 걷는 베로나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가 지난 이틀 동안 걸었던 그 길들을
다시 한번 되짚었다.
브라 광장(Piazza Bra)의 여유로운 아침. 아레나가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났다.
어젯밤 그곳에서 본 발레 공연이 아직도 생생했다.
마치니 거리의 우아한 상점들을 지나 줄리엣의 집으로 아들에게도 발코니 아래서
사진을 찍게 하고 전설의 동상 앞에서 추억을 남겼다. 에르베 광장의 생기 넘치는 시장,
시뇨리 광장의 단테 동상. "아빠, 정말 아름다운 도시네요."
동현이의 감탄에 우리도 덩달아 뿌듯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큰 행복이 또 있을까.
루르드의 성모상 교회, 베로나의 마지막 인사 "베로나를 떠나기 전에 한 곳만 더 가보자."
산 레오나르도 언덕. 베로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루르드의 성모상 교회
(Santuario della Madonna di Lourdes). 렌터카는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1909년 오스트리아 요새의 폐허 위에 세워진 이 성소는 치타델라(Cittadella)
폭격으로 파괴된 성모 마리아상을 기리기 위한 곳이었다.
프랑스 루르드에서 발현된 성모 마리아. 베로나의 위대한 성인 조반니 칼라브리아의 권유로
이 성모상을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으로 모셨다고 한다.
도시를 보호하고 축복하는 자리.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고요함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조각가 우고 자노니의 루르드 성모상. 그 옆에는 루르드에서 성모를 목격했다고 전하는
젊은 여성 베르나데트 수비루의 상이 있었다. 조각가 비토리오 콜베르탈도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조였다.
중앙 제대 뒤편, 유리창을 통해 루르드의 성모상이 보이도록 설계된 제대가 특이했다.
빛이 유리를 통과해 성모상을 비추면, 그 자체가 하나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실내 벽에는 로마 화가 아론네 델 베키오가 그린 예수의 십자가상이 걸려 있었다.
고통과 구원, 죽음과 부활. 모든 것이 이 작은 성당 안에 담겨 있었다.
성당 밖으로 나왔다. 베로나에서 가장 높은 곳답게 도시 전체가 발아래 펼쳐졌다.
우리가 걸었던 거리들, 올랐던 탑들, 기도했던 성당들이 모두 보였다.
"안녕, 베로나."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의 시간들,
사랑과 예술이 숨 쉬던 순간들. 모두 가슴에 소중히 담았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여정
오전 10시, 렌터카는 베로나를 떠나 북쪽을 향했다. 목적지는 발 가르데나(Val Gardena).
돌로미티의 심장부로 향했다 브렌네로(Brennero) 고속도로. 이탈리아 북부를 관통하는
이 길은 로마 시대부터 알프스를 넘나들던 역사적인 통로였다.
트렌토(Trento) 지방을 지났다. 포도밭이 펼쳐진 언덕들, 중세 성들이 점점이 박힌 풍경.
이탈리아의 북부는 남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볼차노(Bolzano)를 지나자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산군(山群)들이 겹겹이 시야를 채웠다.
알프스. 유럽의 등뼈.
"와..."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편의 교향곡 같았다.
낮은 언덕으로 시작해 점점 높아지는 봉우리들. 초록의 목초지 위로 하얗게 솟아오른
석회암 바위산들. 이것이 돌로미티였다. 알프스의 또 다른 얼굴.
거칠면서도 우아하고,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발 가르데나, 동화 속 마을
3시간의 드라이브. 그림 같은 마을 오르티세이(Ortisei)를 통과하자, 우리의 목적지가 나타났다.
발 가르데나(Val Gardena).
셀라 산군(Gruppo del Sella)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마치 신이 특별히 선택한
장소 같았다. 고원 형태의 산들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전원적인 풍경과 현대적인
시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곳은 자연이 선사한 완벽한 휴양지였다.인근의 오르티세이가 더 유명하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래서 호텔비와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하지만 발 가르데나는 조용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는 완벽한 베이스캠프였다.
안타레스 호텔, 우리의 둥지
안타레스(Antares) 호텔. 우리가 앞으로 3박 4일을 보낼 곳으로 호텔과 펜션이 함께 있는
복합 시설로, 규모가 상당했다.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까지 갖춘 4성급 호텔. 돌로미티의 산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곳이었다.객실로 들어가 창문을 열자 시원한 산바람이
밀려들어왔다. 창밖으로 셀라 산군의 일부가 보였다.
호텔 뒤편으로는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져 있었다.
알프스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짐을 풀며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세 곳의 정상을 케이블카로 올라가 고원 트레킹을 할 계획이었다: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세체다(Seceda)싸소롱고(Sassolungo)
각각의 장소가 선사할 절경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휴식의 오후
오늘은 여유를 갖기로 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발 가르데나의 한적한 거리, 알프스 특유의 목조 건물들,
창문마다 피어있는 제라늄 꽃들. 모든 것이 그림엽서처럼 완벽했다.
저녁에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소박한 식사를 했다. 남티롤 지역의 전통 음식들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영향이 섞인 독특한 맛이었다.
식사 후 호텔 테라스에 앉아 노을 지는 산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석회암 봉우리들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돌로미티의 유명한 '알펜글로우(Alpenglühen)' 현상.
일출과 일몰 때 산이 분홍빛, 주황빛으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
"내일이 기대되네요."
동현이가 말했다.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베로나의 사랑과 예술도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사하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만날 시간이었다. 돌로미티의 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은 침묵하지만, 그 침묵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
밤이 깊어갔다. 호텔 창밖으로 별들이 쏟아졌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별들.
우주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내일이면 우리는 저 별들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돌로미티의 봉우리들 위에서.
오늘의 기록
걸음 수: 17,371보
순수 걷기 시간: 2시간 50분
이동 거리: 11.3km
마음의 상태: 기대와 설렘으로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