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어딜가나 '아리가또 ~' 라는 인삿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우리가 노랑머리에 흰 피부를 하고 있으면 모두 영어권 사람으로 알고 있듯이 먼저 꼭 일본인이냐고 부터 묻는다. 그리고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곤란한 일엔 '스미마셍~' 아니면 'sorry' 라고 할 수 있는 장난이 통하기도 하는 혼돈) '선진국 한국' 이라는 국민 교육의 힘은 어디가든 당연히 우리를 '한국인'이라고 알아볼 줄 알았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의 열기 덕분에 '아..까올리(한국).축구, 축구! '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고. 얼마 안 가서 택시를 타거나 누구든 만나게 되면 '아..까올리.대장금~' 이 외국사람 한국인을 반갑게 대하는 인삿말이 되었다. (예전 어른신들이 미쿡사람보면 '헬로~초코렛 찹찹'하며 마냥 신기해 하던 때처럼.) 그리고 우리도 볼 수 없던 한국 드라마를 수감자가 교도소내 UBC로 보고는 '아짠~ 춘일 보셨어요? 너무 재밋어요.한국 드라마 최고예요.'라고 한다. 춘일?...그것이 조인성.고현정씨가 나오는 '봄날'이라는 인기 드라마였다는 것을 한참의 열기가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언제부턴가 어지간한 곳에서는 바로 지난주에 방영된 한국드라마,영화,예능..등이 dvd,vcd로 나오고 적지 않은 가격에도 절찬리 판매가 되었다.
선교사역 중반기에는 중부지역에 교회건축과 교회개척에 집중하며 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했는데 '한글교육' 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좋아하는 K-POP 가수의 이름과 노랫말을 공책에 빼곡히 적어와서 뜻을 묻는다. 학교행사,교회, 단기 선교팀들까지 한국 대중가요 뿐 아니라 한국에 관한 문화공연은 필수조건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말하는 모든 것이 관심 대상이였고 젊은 청년팀들의 방문은 '한국 연예인'과 같은 인기에 어리둥절 하기도 했다.
이제 내가 일본이나 중국인이냐고 묻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초면에도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를 해맑게 인사하고 대화에 영단어가 섞이듯 한국말을 많이 알고 사용한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면 '한국 드라마 정말 재밌어요~' 라고 한다. 일반 상점에 한국 음식점이 생기고 한국 식료품도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 한국 것으로 둔갑한 한국 식품과 상품 화장품도 허다하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보고 SNS로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교류한다. 스마트한 시대에 사는 태국인에게 보여지는 나, 한국사람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