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17.07.08(토)
2. 날씨 : 오전에 장맛비, 오후에 갬
3. 산행구간 : 안성탐방안내소 → 동엽령 → 백암봉 → 횡경재 → 지봉 → 대봉 → 갈미봉 → 빼재
4. 산행거리 / 소요시간 : 17.6km / 6시간 35분
올해 장맛비는 늦게 시작되는 것도 이상기후 영향이지만 내리는 것도 보통 때와 다르게 내린다. 비가 내릴 땐 집중적으로 내리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개이는 게 마치 소나기처럼 예측하기가 어렵다. 날씨는 케이웨더를 잘 보는데, 이번 산행 날씨도 무주나 장계는 오전에 비가 내리고 오후에 개인다고 하고, 덕유산 산악날씨는 오전에 개이고 오후에 약한 비가 온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산악날씨가 틀렸다.
버스가 안성탐방안내소로 가까워지자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하는데 슬슬 걱정이 된다. 비 맞고 산행할 준비는 했지만, 여름 산행에 비가 내리면 땀으로 젖는 것이나 비로 젖는 것이나 매한가지인데, 특히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면 걷기가 아주 불편해진다. 아무리 고어텍스 등산화라도 장시간 산행하게 되면 물을 먹어 잔뜩 무거워진 상태에서 물이 빠지지도 않아 아주 고역이다. 매번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지만 이번에도 스패츠만 하고 다녀서 등산화가 물을 잔뜩 먹어 버렸다.
안성탐방안내소에서 동엽령으로 가는 등산로는 매번 내려오기만 했지 올라보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장대비 속을 오르려니 중간에 있는 칠연폭포는 갔다 올 생각도 못하고 지나친다. 비가 내려 폭포가 좀 생겼을 텐데 ...
등산로는 초반에 산책길 수준이다가 한차례 계단을 지나고부터는 돌이 깔린 등산로가 시작되고, 등산로를 따라 물길이 생겨 물을 피해 걸어 올라간다. 빗속을 걸으니 비에 집중하느라 힘든 줄도 모르고 동엽령에 오른다. 능선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간간이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가 나는데 다행히도 벼락은 치지 않는다. 웅덩이가 생긴 등산로를 물을 피해 걸으며 백암봉에 도착하니 보이는 건 뿌연 비안개뿐이다. 백암봉은 그중 높은 봉우리인데 번듯한 정상석 하나 없다. 날씨만 맑으면 향적봉은 못 가더라도 덕유평전을 볼 수 있을 정도까지만이라도 가보고 오겠지만 안개가 끼어 볼 수 없을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빼재로 향한다.
백암봉 이후 능선은 횡경재를 지나서 지봉 오르기 전까지는 계속된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상당히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이후 지봉, 못봉, 대봉, 갈미봉을 가는 동안 평탄한 길과 급경사 내리막, 오르막이 번갈아 계속된다. 특히 대봉을 오르기 전에는 한참을 내려갔다가 대략 200미터의 고도를 짧은 구간에 올라야 해서 힘이 드는 곳이다. 이후 갈미봉과 뺴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면 멀리 무풍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 빼재에 도착한다.
도로 옆 도랑물에서 물과 흙에 흠뻑 젖은 등산화를 씻은 후 고제면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산행지도
산행내용
(08:33) 안성 도착하기 전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는 안성탐방안내소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차 안에서 어느 정도 산행 준비를 했지만 빗속에서 마저 준비를 마치고 동엽령을 향한다. 비가 내리니 사진을 찍기가 참 어렵다. 휴대폰은 방수가 안되니 몇 번 찍고는 그만 카메라 렌즈 안쪽에 습기가 차버렸다. 숲 속에서는 어두워서 똑딱이 카메라는 초점을 잡는데 한참 걸린다.
(09:25) 입구에서 얼마 동안 산책길을 걷고 그 후에 나타는 계단을 오르고 나니 본격적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중간에 300미터 떨어진 칠연폭포에 가 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빗속에서 사진 찍기도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예전에는 겨울에 오느라 폭포를 못 봤고 이번에는 비가 너무 내려 못 보니 좀 아쉽다.
(09:35) 등산로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비가 꽤 내렸는데도 물이 많지 않은 걸 보니 그동안 얼마나 가물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09:52)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등산로가 끝나고, 계단 길이 나온다. 이 계단 끝은 동엽령이다. 이렇게 긴 계단만 보면 지리산 삼도봉에 오르던 계단이 생각난다. 이것도 트라우마인가 ...
(10:00) 동엽령 오르기 직전에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무성한 풀잎과 나뭇잎을 보니 마치 원시림처럼 보인다.
(10:05) 1시간 30분 만에 동엽령에 도착한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안개가 끼어 오래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원한 느낌은 최고이다. 간간이 머리 위에서 천둥이 치는데 벼락만 안치기를 바라면 백암봉으로 진행한다.
(10:53) 백암봉가는 초반은 평탄한 등산로가 계속되는데, 등산로는 물구덩이가 많이 생겼다. 이리저리 물구덩이를 피하며 걸으니 백암봉을 오르기 위한 오르막길에 다다른다.
(10:55) 백암봉에 도착한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안개로 인해 시야가 별로 없다. 안개로 인해 덕유평전을 볼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잠시 머물다가 횡경재로 향한다.
(11:15) 11시가 좀 넘어서자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안개도 걷히기 시작한다. 등산로의 산죽은 물을 머금어 바지는 이미 다 젖었는데, 등산화 속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11:25) 횡경재 가는 도중 무명봉에서 뒤돌아 보니 경치가 조금 트인다. 이 구간은 숲에 가려져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 적은 편이다.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산을 넘어가는 모습은 장마철이 아니면 보기 힘든 모습인데, 오늘은 다행히도 비가 일찍 그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11:42) 귀봉은 별다른 표지석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 버리고, 횡경재로 향한다. 숲이 우거져 옷을 적시는 가운데 간간이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게 해준다.
(11:43)백암봉 이후로 두어 차례 급경사를 내려서면 횡경재로 가는 길은 평탄한 편이다. 횡경재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이렇게 멋진 철쭉 숲이 나타난다. 철쭉이 키가 커서 터널을 이루고 있어 꽃이 필 때면 장관일 것 같다.
(11:53) 횡경재에 도착한다. 횡경재가 재이긴 하지만 완전한 안부는 아니라서 아직도 좀 더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여기서 찰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마친 후 등산화와 등산양말에 머금은 물기를 짜내고 다시 신는다.
(12:30) 횡경재에서 좀 더 내리막을 내려온 후 평탄한 길을 30여 분 걸으면 나무 사이로 두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왼쪽 봉우리가 지봉이고 오른쪽 봉우리가 못봉이렸다.
지봉을 오르기 시작할 때에 나타나는 이정표. 빼재까지는 6.6km가 남았다. 생각보다 좀 빨리 왔다.
숲이 우겨져 싱그럽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풀잎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옷이 마를새가 없다.
(12:40) 지봉 오르기 전에 뒤돌아 보니 지나온 능선이 이어져 있다. 백암봉과 중봉, 향적봉 은 구름에 덮여있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12:40) 지봉 오르기 전에 뒤돌아 보니 지나온 능선이 이어져 있다. 백암봉과 중봉, 향적봉 은 구름에 덮여있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12:45) 지봉에 도착한다. 이 지봉 정상석은 세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의 산행 후기를 보면 이 정상석이 보이지 않고, 못봉이라는 평평한 정상석이 있었다. 최근의 몇몇 후기에는 이 지봉 정상석과 못봉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기도 한다.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보면 못봉은 여기서 좀 더 가서 더 낮은 봉우리로 표시되어 있다.
하여간 평평한 모습의 못봉 정상석은 그만 못 보고 지나쳤다.
(12:53) 지봉을 지나 월음재로 향하는 길. 처음에는 평탄하다가 ...
이후 급경사를 한참을 내려간다. 아마 이번 구간에서 가장 긴 내리막일 것이다. 내리막의 끝은 오르막인데 너무 많이 내려간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앞에는 대봉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13:08) 시간상 15분이 넘게 급경사를 내려오니 월음재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리고 대봉으로 오른다. 거의 내려온 만큼이나 올라야 하는데 후반부가 힘이 많이 든다.
(13:32) 대봉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완만해지는데 숲이 우거져 큰 산에 온 느낌이 마구든다.
대봉 오르는 길에 오른 편으로는 가야 할 갈미봉이 보인다.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고 ...
대봉 정상직전, 남쪽으로는 송계계곡과 나란한 능선이 보인다.
(13:40) 대봉 정상에 힘들에 올랐다.
대봉을 떠나면서 걸려있는 표지기를 보면, 산악회 소소님의 도자기 표지기가 걸려있다.
대봉에서 다시 잠시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갈미봉이다.
(14:04) 갈미봉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봉우리 정상.
(14:07) 갈미봉에 도착한다. 정상은 좁고 숲으로 인해 전망은 없지만 잠시 쉬다가 간다.
(14:17) 10여 분을 갈미봉에서 보내고 다시 긴 내리막을 내려간다. 여기도 상당한 급경사가 계속된다.
(14:21) 멋진 소나무가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급경사 길이 끝나면 완만하게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제 숲의 형상이 산 아래에 많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거의 다 내려온 것이리라.
낙엽송 숲 속에 한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홀로 빼어난 색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나무는 모두 비에 젖어 거무튀튀한데 홀로 은색으로 빛나고 있다.
다시 한차례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
왼편으로 안갯속에 다른 능선의 산이 보인다. 저 능선은 대봉에서 북쪽으로 가면 이어지는 능선이겠지...
빼봉인 듯한 봉우리에 다다른다. 뺴봉은 정상석이 없고, 세 개의 비슷한 봉우리가 연달아 있어서 구별하기가 힘든다.
(14:57) 이제 왼쪽으로 무풍 쪽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숲길이 잠깐 이어진다.
(15:05) 마지막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담장이 보이고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에서 왼쪽으로 잠시 걸으면 빼재에 다다른다.
(15:10) 빼재에서 산행을 마친다. 지난번 4월 22일에 진달래 꽃피는 계절에 오고 다시 한여름에 오게 되었다.
산행 후기
백두대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 몇 번은 비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오늘이 그날 중 하루이다. 그래도 여름철 장맛비를 맞는게 다른 계절에 비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무덥고 습기가 많기는 하지만 어디든 계곡이나 물에 씻을 수 있으니까 ...
이번 구간은 후반부에 오르내리는 곳이 많아 좀 힘이 들기는 했지만 비에 정신을 빼앗겨서 인지 아니면 바람이 불어 시원해서인지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마쳤다. 이번 구간이 전반적으로 내리막이 많아 좀 쉬운 것도 있을 것이다.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꽤 힘들 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도로 옆 도랑에서 등산화와 스패츠에 묻은 진흙 씻어낸다. 장마라서 그나마 이런 물이라도 있는데 다행이다. 등산화를 잘 씻고는 고제면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의 화장실에서 몸을 씻는다. 한여름에다가 오전에 비가 온 영향인지 다행히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불편을 끼치지 않고 씻을 수 있었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근무시간 중에는 화장실을 열어 놓는 것 같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항상 앞에서 방향을 잘 잡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산에 다니면 비는 언제든 맞을 수 있지요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파님 우중산행 수고 많으셨어 백두대간 완주하려면 앞으로고 여러어려움이 많이 있겠지만 후미레서 끝까지 홧팅해요
음, 이번 백두대간은 후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 (무슨소리???)
백두대간이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큽니다.
마지막 까지 안전하고 즐겁게 산행하기길 바랍니다.
비온 뒤 산과 나무와 구름과 계곡의 빛깔이 참으로 예쁘게 사진에 담겼네요. 비올때 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닌가 합니다. 글을 읽으니 산행을 다시하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