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
감독: 루이스 마일스톤 / 출연: 루 에어스, 루이스 울 하임, 존 레이
우리 군의 역할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강력한 공격력이 최선의 방어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적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해 평화를 지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4~5일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알리고, 중·러를 비롯한 각국 정상에게 사드 한반도 배치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도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영화의 마지막, 나비를 향해 뻗은 파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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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개봉,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전투 장면 등 화려한 볼거리나 메타포·미장센 등 영화적 기법보다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다. 전 세계 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 250편 중 하나인 이 작품은 1930년 개봉한 그해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후속편으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귀향을 소재로 한 ‘더 로드 백(The Road Back·1937)’이 만들어졌고, TV 영화로 1979년 리메이크됐다. 고전 영화여서 유튜브 등에 전편이 공개돼 있으므로 감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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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중인 독일 배경
1차 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 독일의 한 학교. “지금은 조국을 위해 싸워야 할 때다.”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교사의 연설이 한창이다. 연설에 감동 받은 소년들은 저마다 조국을 가슴에 품고 전쟁터로 나간다. 전장의 현실은 알려진 것과 다르다. 진흙탕을 구르는 비인간적 훈련소, 독가스 때문인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병사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 같은 참호전, 총탄에 하나둘씩 스러지는 친구이자 전우들. 영웅심을 가졌던 파울 바우만(루 에어스)은 결국 전쟁의 의미를 찾지 못해 회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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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레마르크의 소설을 영화화
영화는 유명한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반전 메시지를 충분히 드러낸다. 물을 퍼내고 흙을 다지며 한창 참호를 정비하던 파울은 근처에 내려앉은 나비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다. 카메라는 그의 얼굴에 이어 그의 오른손을 클로즈업한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인생의 평화를 찾고 싶은 그의 마음, 아니면 그와 같은 소년병들의 간절한 마음일까? 순간 저격수의 총구가 어딘가를 향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된다. 이어서 화면을 가득 채운 오른손이 가늘게 떨다 움직임을 멈춘다. 하나의 세계가 사라졌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1차 대전 참전용사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레마르크는 전쟁의 공포를 다룬 소설을 주로 써 나치 집권 이후 핍박을 받다가 독일을 탈출했다. 영화화된 그의 소설로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외에도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개선문’이 있다.
나치의 방해로 상영 중단되기도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군 병사의 관점에서 1차 대전의 비극을 그려 반전 영화의 이정표로 꼽힌다. 광신적 군국주의를 그려낸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나치의 득세를 예견한 작품이 됐다. 반전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1940년 초까지 몇몇 국가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미국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프랑스에서는 1963년이 돼서야 공식 상영됐다. 반독일 정서를 가진 작품임에도 대중의 관심 덕분에 1930년 초 독일에서 잠시 상영했지만 나치의 방해로 곧 중지됐다.
정치적 군국주의 비판적으로 그려내
영화가 주는 아이러니는 독일에서 전쟁에 나선 소년과 이들을 내몬 어른의 이야기가 대비되는 대목이다. 파울이 부상으로 잠시 고향으로 돌아와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지만 몇몇 어른은 겁쟁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이 영화는 교사 등 어른의 시선과 정작 목숨을 내건 파울의 심리 변화를 통해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군국주의를 비판적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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