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양한 민화의 종류
① 鑑戒畵(敎民畵) = 유교 관련, 그림으로 유교의 이상과 사상을 그렸다. 왕이 치세에 대한 교훈을 주는 그림, 왕비와 왕후를 대상으로 한 것을 비롯해 사대부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그림, 백성들을 교화, 교민(敎民)하기 위한 것 등이 있다. 약간 성격은 다르지만 백성들의 생활상을 그린 유민도(流民圖)나 안민도(安民圖) 등이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유민도는 재해로 인해 참상을, 안민도 태평성세를 상징한다.
② 花鳥圖 = 화조도는 민화 가운데 가장 많다. 자연 속에 숨 쉬는 온갖 꽃과 새들이 등장한다. 꽃과 새가 각양각색의 색조들로 이루어져 밝고 건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꽃과 새의 조화롭고 행복한 모습에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언제나 상징성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암 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인연을 상징한다거나, 애정을 상징한다거나 금슬이나 화합, 평화스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림은 부인방이나 신혼방, 혼례용 병풍으로 사용됐다. 꽃과 나무에는 모란, 매화, 연화, 동백, 송죽, 오동, 석류 같은 것이 많으며 조류에는 꿩, 학, 오리, 원앙, 백로, 봉황 등 장수를 상징하는 새들을 주제재로 즐겨 그렸다. 꽃과 바위그림은 일찍부터 자수에도 이용된 것으로 전통적인 화제로 보지만 조금은 다른 특색이 있다. 정물화의 대표적인 것은 문방구이며, 화초 등의 그림도 정물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본다.
③ 草蟲圖 = 초충도는 화초에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을 주로 그린 그림이다. 작은 풀과 꽃, 곤충류를 그린 초충도는 특별히 과장한다거나 화려하게 그리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져 조용하고 그윽한 정감을 주기 때문에 주로 부인방, 신혼방의 장식용으로 활용했다. 초충도는 소재로 오이, 호박, 포도, 가지, 도라지, 맨드라미, 꽈리, 원추리, 양귀비, 수국, 황국, 백국, 나팔꽃, 채송화, 갈대, 산나리 등의 풀꽃은 물론이려니와 개구리, 두꺼비, 잠자리, 벌, 나비, 여치, 반디벌레, 매미, 개미, 무당벌레, 베짱이, 하늘소 등 우리와 친밀하고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④ 逍果圖 = 채소와 과일을 주제로 한 그림을 소과도라 한다. 과일은 덩굴이나 가지에 매달린 형태로 많이 그리며 촘촘한 씨앗을 화면에 드러나게 그린 그림이다. 복을 기원하는 구복사상(求福思想)이나 잡귀와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사상(邪思想)이 짙게 깔려있다. 음양사상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으며, 불교나 도교사상을 나타내는 종교적인 것 또는 설화나 전설의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가지, 고추, 죽순, 석류, 참외, 불로초, 천도, 수박, 꽃과 새는 부부의 금술을 상징하는데 비해 열매와 씨앗은 자손이 번창이나 행운을 나타내거나 부를 상징"하고 있다.
⑤ 牡丹圖 = 민화에는 모란이 단일 꽃으로 많이 등장한다. 화려한 모란은 예로부터 부귀를 상징했는데, 모란은 병풍에 그려져 신혼방, 대갓집 부인방 등을 장식했다. 색상은 홍자색, 백색, 홍색, 담홍색, 주홍색, 자색, 황색 등 다양한데 민화의 모란꽃도 역시 다채롭게 표현되며, 한 나뭇가지에 여러 색의 꽃을 피워 조화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화면을 이룬다. 모란도는 궁중모란도, 괴석모란도, 화병모란도, 고성모란도 등으로 분류된다.
⑥ 十長生圖 = 심장생도는 해, 구름, 바위, 물, 소나무, 대나무 학, 사슴, 거북, 불로초 등 불로장생한다고 여겨진 열 가지 동식물을 모두 한 화면에 그려 놓은 그림을 이른다. 이처럼 십장생은 열 가지 불로장생의 상(象)이며 동시에 열 가지 우주적 에너지를 상징한다. 수복(壽福), 강령(康寧), 부귀(富貴), 다남(多男)이 삶의 지표였다. 십장생도는 주로 장수를 축원하는 연회나 사랑방의 장식용 병풍으로 쓰였다.
가정에서는 문배 그림으로 잡구l를 물리치는 부적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궁중에서 사용됐던 십장생도는 도화서 화원이 제작한 것으로, 짙고 화려한 색감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열 가지 장생이 모두 등장하는 경우 외에도 장생의 일부만을 등장시킨 그림도 있다. 동물과 식물을 통해 천문학적인 문자반을 그린 그림은 그 뜻이 심오하며 그 유통도 대부분 일반 서민사회가 아닌 궁중에서 이뤄졌다.
임금이 신년하례인사로 신하들에게 하사했으므로 세화(歲畵)라는 이름도 있다. 그리고 비록 화공(畵工)에 의해 모사(模寫)된 그림이라도 그림의 밀도나 설채는 불화 못지않게 오랜 공정과 비용이 들어서 속화처럼 개인이 입수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빨간색의 소나무 줄기를 비롯해서 녹, 청색 바위 등 실제 사물과는 다르게 설채된 그림은 장식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궁중 벽화나 공공성에 적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⑦ 冊架圖 = 책거리란 책을 중심으로 문방사우나 관련된 물건들을 뜻한다. 주로 선비들의 서재에 장식된 그림으로 고매한 학덕을 쌓기 위해 애쓰는 문인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책거리는 선비들의 애정물과 책과 문방사우를 중심으로 사랑방의 기물인 도자기, 화병, 화분, 부채 등과 여가와 관련된 술병과 술잔, 담뱃대, 악기, 도검, 활, 투호, 바둑판 등을 배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치밀한 비례와 안정된 구도가 그림의 격을 높여 주고 있으며 서양화의 입체주의 기법과 투시원근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⑧ 文字圖 = 문자도는 삼강오륜의 교훈적이고 길상의 뜻을 지닌 문자를 통해 소망에서 제작된 그림이다. 18세기경부터 사대부가의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세기경에 봉건사회가 이완됨에 따라 서민들에게 널리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 대개 병풍으로 제작되었으며, 효제도(孝悌圖)와 백수백복도가 주종을 이룬다. 대부분 병풍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쓰임새도 병풍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한편 문맹인 민중에게 그림을 통해 문자의 의미를 전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문자도는 단지 문자의 읽기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맞추어 가르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효제 문자도는 조선시대 유교사회에서 생활이념으로 정착된 문화형태의 한 반영인데, 물고기, 게, 새우, 제비 등으로 형상화해서 나타냈다. 그리고 정치의 안정화를 모색하기 위해 신분적 위계질서를 바로 잡으려고 시도했음을 보여 준다.
⑨ 漁蟹圖 = 어해도는 물고기와 조개류 및 게 등의 그림이다. 어해도는 다복다산의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인데 부인방이나 신혼방에 장식됐다. 또한 부부의 금슬로 상지하기도 하며, 벽사의 역할로도 쓰였다. 종류에는 붕어, 잉어, 숭어, 병어, 쏘가리, 메기, 상어, 홍어, 꼴뚜기, 게, 새우, 조개, 대합 등이 그려진다. 물고기들은 암수 쌍으로, 혹은 새끼를 거느린 모습으로 수초, 새우나 게, 꽃과 새들까지도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⑩ 虎圖 = 호도에는 까치와 소나무가 등장한다. 설화에 따라 까치가 약하면서도 힘세고 무서운 호랑이를 골려 주는 해학적이다. 서민을 대변하는 약자들을 상징적으로 크게 그리고, 강자는 바보나 얼빠진 모습으로 묘사해 억압받은 사회를 풍자한다. 민화 속의 호랑이는 산중의 왕인 무서운 호랑이가 아니라 바보스러운 표정으로 그려지며, 혹은 빙그레 웃고 있거나 점잖게 입을 다물고 있어 다정하고 친숙하다.
반면 정월 초에 대문에 붙여 잡귀(雜鬼)를 좇는 벽사용 호랑이의 그림은 위엄이 있으면서도 장난기 있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그려진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정초의 벽사용 세화로 청룡과 백호를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였다고 한다. 백호는 삼재(三災)가 소멸되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정감 넘친 얼굴은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호랑이를 섬기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화를 지켜주는 호랑이의 이미지는 우리 조상들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민화에는 호랑이를 상상해서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만을 자유자재로 표현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실제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속에 자유롭게 그려졌다. 그러한 민화는 비록 그림이 세련되지는 않았으나 까치와 호랑이가 대화를 하면서 친화력을 과시하는 주제가 확실하게 표현되고 있다.
호랑이 그림은 18세기 김홍도나 강세황 같은 화원들에 의해 그려진 바 있어서 호랑이의 의미가 생산자의 이념이었다는 사실이 선비 사회에서도 인식됐음을 알 수 있다. 민화 가운데 담배 피는 호랑이 그림은 생산자 이념의 상징임을 확인된다. 그림에는 호랑이가 긴 담뱃대를 물고 있으며 토끼가 불을 붙이고 있다. 호랑이와 토기가 두 축을 이룬다. 또한 '호랑이와 까마귀'의 그림은 악귀를 제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⑪ 龍圖 = 용은 왕으로 상징되는 절대적 통치자의모습으로 묘사되어 지배층의 신앙을 대변한다. 용은 여러 동물의 합성체로 오랫동안 상상해 온 동물이다. 특히 민화 속의 용은 크게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아 준다는 벽사 신앙의 청룡과 비를 내리게 해주는 운룡(雲龍)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청룡은 백호와 함께 그려졌는데 용이 하늘과 물을, 호랑이가 땅과 산을 다스리므로 그 자체로도 천지와 음양을 상징한다. <이하 생략>
오늘도 역사 공부 잘하고 갑니다.
민화는 주로 자연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용과 호랑이, 곤충 등 자연의 친밀한 것 뿐만 아니라 이상의 세계도 나타납니다.십장생도에서는 인간의 유한성을 자연에 소망을 담아 확대하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