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 1,017m봉 오르는 중에
봄을 맞는 만상(萬象)
한 뜻으로 쓰고 있는
푸른 시(詩) 한 수
――― 김일로, 『迎春萬象一首詩』
▶ 산행일시 : 2013년 5월 11일(토), 맑음, 박무
▶ 산행인원 : 12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스틸영, 드류, 온내, 사계, 상고대, 신가이버, 해마,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7분
▶ 산행거리 : 도상 12.3㎞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4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43 -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上安里) 정자골, 산행시작
09 : 03 - 능선 진입
09 : 18 - 임도
09 : 49 - 주릉 진입, 1,017m봉
10 : 41 - Y자 능선 분기봉, 1,083m봉, 오른쪽으로 감
11 : 18 - 1,050m봉, ┣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법흥사로 감
11 : 32 - 1,087m봉, 구봉대산 ㉯ 지점, 점심
12 : 36 - 구봉대산(1,095m)
15 : 23 - 795m봉
15 : 50 - 가마골
16 : 51 - 870m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903m봉 경유하여 구봉대산으로 감
17 : 50 -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雲鶴里), 산행종료
1. 철쭉, 나지막한 산길에 만개하였다
▶ 삿갓봉 주릉, 1,017m봉
횡성군과 영월군을 남북으로 가르며 동서진하는 해발 1,000m가 넘는 주릉 중 삿갓봉은 실한
지능선을 사방에 여럿 거느리고 있어 우리 오지산행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그 주릉은 계절을
달리하면 또 새로운 산이기도 한다. 작년 겨울 상고대 만발하던 날 상안리 정자골 서쪽 능선
을 누빈데 이어 만상(萬象)이 봄을 맞느라 분주한 오늘은 동쪽 능선이다.
상안천(上安川)을 정자교로 건너고, 낼 모래가 석가탄신일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산사(山寺)로
조용한 백련사를 지나고, 지능선이 슬그머니 일어서려는 산모퉁이에서 멈춘다. 시간절약을
위해서 산행채비는 오는 도중 차안에서 이미 마쳤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덤불숲 헤친다. 이내
산죽과 잡목 숲 사이로 난 소로에 든다.
텔레비전 안테나선인 동축케이블과 함께 가다 녹슨 안테나 지나자 소로는 더욱 흐릿해진다.
오늘 낮에는 여름더위라더니 낮까지 기다릴 것 없이 아침부터 덥다. 더구나 오늘 새벽 잠자리
에서 일어나자 아무 까닭없이 허벅지 안쪽이 가래톳 선 것처럼 걷기에 불편하더니 완만한 지
능선 오르는 데도 진땀난다. 어기적거린다.
멧돼지들이 파헤쳐놓은 넙데데한 능선 마루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방향 틀어 삿갓봉 주릉을
향한다. 임도가 나온다. ‘사재산마을 등산로’ 방향표시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그다지 반
갑지 않은 인적이다. 임도 절개지 흙 절벽을 기어오르고 벌목하여 시원스런 초원을 간다. 왼
쪽 멀리 문재 넘어 오봉산, 표때봉이 보이고, 오른쪽 멀리로는 전재 넘어 매화산, 천지봉, 치
악산이 보인다. 백설이 만건곤한 겨울이면 그리운 산들이다.
김일로 시인이 읊은 ‘한 뜻으로 쓰고 있는/푸른 시 한 수’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봄날 이 푸른
산릉을 걷는 오지산행의 발걸음, 그 족적이 바로 시다. 굽어보면 현호색, 제비꽃, 돌양지꽃,
고개 들면 진달래꽃, 산벚꽃, 귀 기우리면 산비둘기와 검은등뻐꾸기 지저귀는 소리, 만상(萬
象)에 만감(萬感)이 스치지만 짐짓 태연히 산길을 간다.
삿갓봉 주릉 1,017m봉. 삿갓봉은 오른쪽으로 0.8㎞ 떨어져 있다. 선두부터 1,017m봉 정상에
모여 정상주 분음하며 춘유하는데 맨 후미에서 ‘심봤다아~’ 고 외친다. 기껏해야 더덕이나 잔
데 한 뿌리 발견하고서 저 호들갑인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어서 와서 탁주나 한 잔 하시
라, 다 떨어지기 전에.
그런데 아직 오지산행 어법에 물 들지 않은 참말이었다. 온내 님의 손에 산삼 한 뿌리가 들려
있는 것이 아닌가? 뒤이어 오는 스틸영 님의 손에도 산삼이 한 뿌리가 들려 있다. 주릉 근처
에서 간벌한 나뭇가지 피해 게걸음하다 발견했다고 한다. 온내 님의 청문이다. 전에 채삼한
경력이 있는지? 없다. 근래 적선적덕(積善積德)한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몽조(夢兆)는 어떠
했는지? 꿈 자체를 꾸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비젼이 있다는 얘기다.
2. 산속 덤불숲으로
3. 능선 마루에서 솟는 목천(木泉)
4. 삿갓봉 주릉 가는 길
5. 삿갓봉 주릉 가는 길
6. 문재 지나 오봉산
7. 온내 님이 삿갓봉 주릉 약간 못 미친 사면에서 캔 산삼
8. 고비(Osmunda japonica), 고빗과의 여러해살이풀, ‘구척(狗脊)’이라고도 한다
9. 치악산 비로봉
▶ 구봉대산(1,095m)
내 눈에 헛바람이 잔뜩 들어갔다. 이제는 산삼이다, 내 눈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되었다 하면
서 사면 기웃거리며 애먼 천남성이나 오가피나무 뿌리 들쑤셨다. 이도 산죽지대가 나와서 그
만 두었다. 이러다 산마저 잃어버릴라 맘 다잡는다. 우회로 마다하고 봉봉을 직등하여 오르내
린다. 바위 슬랩 오르고 내린다.
1,083m봉.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왼쪽은 사자산, 백덕산으로 가고 오른쪽은 구봉산, 법흥사
로 간다. 우리는 구봉대산 쪽으로 간다. 길 좋다. 키 작은 산죽 숲 사이로 난 길이다. 한차례
뚝 떨어진 안부는 기해목이다. 네이버 지식에 따르면, “1932년 계해년(癸亥年)에 있었던 장마
와 산사태로 그 넓은 밭들이 모두 자갈밭으로 변하여 경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즉, 계해년부
터 밭이 묵었으므로 ‘계해목이→기해목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은 계해년(癸亥年)에 착오가 있은 듯하다. 1932년은 임신년(壬申年)이고, 계해년
(癸亥年)은 1923년이다. 계해년에는 국내외에 사건 사고가 특히 많았던 해였다. 당시 신문을
보면 숨 가쁜 한해였다. 그해 1월, 목포에 폭설이 일주야 계속되어 1척이나 쌓였고, 경북 영일
천령산에서 설중(雪中) 5명 등반참사가 발생했고,
그해 4월 폭풍으로 2,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그해 8월 평양과 진남포 지역에 미증
유의 대홍수와 해일로 불인정시(不忍正視) 참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해 9월 일본에서는 관동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기해목 안부에서 바닥치고 오른 1,050m봉. 법흥사로 내리는 길도 뚜렷하다.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1,087m봉 정상은 공터다. 점심밥 먹는다. 해마 님에게 굳이 가져
오게 했던 버너와 코펠이 전혀 소용없지는 않았다. 어느 해 봄날 산중 그 입맛을 못 잊어 엄나
무 순 따서 데쳐 먹을 요량이었으나 이곳 산릉은 아직 봄이 늦어 가망없는 일이 되었고, 그 대
신 짜파구리 조리로 여러 입을 즐겁게 했다.
1,083m봉 넘고 암릉이 나온다. 꽤 긴 암릉이다. 직등하는 희미한 인적이 보여 손맛 느끼며 살
금살금 진행하다 인적 끊겨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간다. 1,095m봉. 영진지도에는 ‘구봉대산
△870.0m’라고 잘못 표시되어 있다. 1,095m봉에서 동진하면 널목재 지나 구봉대산 1봉, 2봉,
3봉 ~ 9봉으로 간다.
우리는 남진한다. 너무 일찍 하산할라 발걸음이 늘어진다. 소나무 그늘 드리운 평원에서 쉬어
간다. 게으르던 발걸음은 795m봉 넘고 가마골로 내리는 사면에서 정신 바짝 든다. 절벽이다.
트래버스도 조심스럽다. 가파른 내리막을 주춤주춤 내리고 무덤 나오자 길이 풀린다. 가마골
계류를 사방댐 양쪽 옹벽으로 내리고 올라 건넌다.
가마골에서 양지말 지나 운학리로 가는 길은 차가 지날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났다.
두 팀으로 나눈다. 도로 따라 곧장 운학리로 가는 팀과 당초 산행코스인 870m봉을 넘어 가는
팀이다. 나는 산돌배나무꽃 구경하다 어정쩡하게 후자 팀에 끼었다. 녹아난다. 인적 없는 가
파른 생사면을 오르고 올라 겹겹한 지능선을 제치고 또 제친다. 고도 360m를 오른다.
한여름의 진한 땀으로 오른 헬기장에서 사계 님과 스틸영 님은 탈출했는가 싶었는데, 아까 가
마골 계류에서 낯 씻느라 벗어둔 나침반을 그대로 두고 왔음을 뒤늦게 알고는 다시 계류로 가
서 그 길로 양지말로 빠졌다. 영희언니, 신가이버, 가은, 해마, 나 이렇게 다섯이 남았다. 신가
이버 님과 해마 님이 교대로 뒷배 본다. 실은 몰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봉대산 가는 갈림길인 870m봉에서 한참 널브러졌다가 냉탁주로 정신 수습하고 하산 길로
든다.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암릉 암봉이 나온다. 왼쪽으로 길게 돌아 슬랩을 내린다. 간벌한
너덜 길 나뭇가지 헤쳐 지나고, 666m봉 넘고서야 숨 돌린다. 산자락은 산빛이 눈부시도록 곱
고, 산길은 철쭉꽃이 만발한 꽃길이다.
운학리. 여태의 희희낙락하던 산행분위기를 뜻밖으로 잡치게 하는 봉변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주민이 단단히 부아가 났다. 우리가 경방기간임에도 자기네들 개인 소유인 산에 무단으
로 들어가서 산나물과 약초 등속을 채취한 것으로 오인하였다. 횡성에서 산릉 타다 영월 구봉
대산으로 넘어오는데 여기가 개인 산인지 어떻게 아느냐 하는 산행사정은 아예 무시한다.
우리 차를 가지 못하게 막고 서서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인근 경찰서에 연락하는 한편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을 대라고 을러댄다. 서글픈 일이다. 발단에 불을 집히게 한 것은 무심코
손에 든 길섶의 돌미나리와 산길에 흔한 산마늘 몇 줄기이지만 이 깊은 산골의 인심이 무섭도
록 야박하다. 양측이 흥분을 다소 갈아 앉히고 상고대 님이 대표로 무조건 사과하여 그들의
퇴로를 열어주었다.
차창 밖 봄을 맞는 만상을 둘러보며 남원주로 간다.
식후 아이스크림은 온내 님의 몫, 먹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10. 앞 골짜기는 가마골로 이어진다
11. 홀아비꽃대(Chloranthus japonicus), 홀아비꽃댓과의 여러해살이풀
12. 조팝나무
13. 가마골 주변
14. 낙엽송 숲
15. 철쭉
16. 철쭉
첫댓글 앞으로 적선적덕하며 살아가라는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서울 2차를 올라오는 버스에서 수소문하여 준비하였는데 썰렁해져 버렸습니다.
귀경이 너무 늦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준비하겠습니다. 쿠폰 1장 비축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산행기 탐독하였습니다.
역시 봄은 좋은 계절입니다...산삼, 사삼 맛을 보았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산행중에 만난 나물은 체취해도 된다고 생각(사실은 않되지만)하나(저만 빼고 아백작도 포함)
마을 주변에 있는 나물은 절대로 탐내면 않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프로이니까요
수고하셨습니다^^
형님과 저는 프로아니고 아마고수? ㅎ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산행끝내고 그런일이 있었군요, 마을분들이 근처산에 산약초나 산나물등을 키우는 모양이죠, 그쪽으로 내려갔으니 오해살뻔했네요........
해결 된 후 화 내시던 동네 부인분이랑 잠시 짬이 있어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장뇌를 치는 개인 산들인데 건너편에 몬된놈들이 장뇌를 싹쓸이 해 간 적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니 충분히 오해를 살만도 했지요^^ 저두 촌놈이라 그분들 맘 십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우리들만은 그런 일이 없어야 겠지요. 수고들 하셨슴다(꾸벅)
시골 인심이 박해 진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있은 후 차안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있었지만, 우리들이 시골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를 못해 하는 말씀이라 사료되옵니다. 요즘 도시인들이 참으로 너무 합니다. 논뚝 밭뚝 , 심지어 밭에 심어논 농작물까지 주인이 안보이면 슬쩍 캐 가고 손을 타니 시골분들이 예민해 할 수 밖에요... 그러면서 도시인들은 '요즘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어'......ㅠㅠ
사안을 확대하지 마시고(논둑, 밭둑 등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은 도둑질입니다. 그런 도둑질까지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날 일만 놓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산행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하산 때 밟아서는 안 될 개인소유의 땅인 줄 어떻게 압니까?)
손에 들고 있는 명이 몇 줄기를 빼앗아 내팽개친 그런 행동을 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나도 시골 출신이자, 농부의 아들입니다.
그들의 저간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나로서는 적이 서운합디다.
제 경험으론 시골 토박이는 인심이 좋습니다하세요 하시며 인사를 먼저 하신분도 있었고...
악 해버릴려다 꾸욱 참고 이해를 시키려는데 막무가네...
그날 우리 하산할때 주변에 주민들을 몇분 뵛는데
어떤부부는
어떤분들은 무관심이였고 또 단른 어떤분은 저사람들이 뭐하러 왔지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첫번째 부부와 무관심한 분들은 시골분들이셨고 마지막 사람들은 도시 생활후 시골에 생활하신분들 같았습니다.
그 뇨자분도 도시생활하다 시골생활하신분....
어줍짠은 농부...
그날 화
우리가 아니여도 노루,고라니,사슴,톰슨가젤,미어켓,누,오랑우탄,고릴라등이 보신 할 수도 있습돠^^
막판에 그런일이 .. 우리가 한것이 아니고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자주 이런일을 하니 오해를 받는거죠 ...
일들이 많았군요....
온내형님은 더덕도 지난번 처음 캐셨다더니, 대물을 낚으셨군요...
스틸누님은 대체 몇번째신지? 수시로... ㅎㅎㅎ
대단한 공력이십니다...
온내형님은 혹시 냄새로? ㅎㅎㅎ
시골이나 서울이나 성격 급하신 분 참 많습니다...
어제 회사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는데 누군가 골목길을 막아놓고 전화를 안받지 뮙니까? 약속시간은 늦고...
주위 가게들을 뒤져보니 차주인이 거기 있더군요...
해서 왜 전화는 안받고, 이집은 왜 맨날 골목을 막아놓느냐고 한소리했더니, 그집 주인이 되러 저한테 골목 막아놓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쌍소리를 하고 난리가 아니더군요... ㅎㅎ참
기가 막혀서 대꾸도 안하고 차나 빨리 빼달랬더니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참나 얼척이 없어서...
나보다 연배인듯 해... 아무 대꾸도 안했습니다...
참 그분 성질 대단하더군요....
XX는 피하라고 옛말에 있었는가???
저런 xx같은 이가 있군요,,,차~암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