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요엘서
히브리어로 ‘주님께서는 하느님이시다.’라는 뜻을 지닌 요엘 예언자는 1장 1절에서 프투엘의 아들이라고 소개됩니다. 예언자의 이름이 주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요엘은 하느님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엘 예언서에는 프투엘의 아들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요엘 예언자가 누구인지, 어느 시대에서 활동했던 예언자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엘 예언자의 활동 시기와 요엘 예언서의 연대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추정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유의미한 것들이 있는데, 먼저 요엘 예언서는 성전 예배와 예루살렘 느성과 상징적 이름인 시온의 운명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바빌론 유배를 마치고 돌아온 뒤 예루살렘 성진이 재건되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안정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다음에 요엘 예언자가 활동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로와 사제들이 공동체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임금이나 왕정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마찬가지로 바빌론 유배로 인해 왕정 체제가 끝이 났고 이후 종교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식민 시대를 살아가던 당시에 요엘 예언자가 자리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4장에서 하느님 심판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언급이라는 묵시 문학적인 주세들이 등장하는데, 묵시문학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니엘서나 즈카르야서 등이 후대에 작성되었음을 생각해본다면 요엘서 또한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요엘 예언서의 작성 연대를 대략적으로 페르시아 시대(BC 539-332), 좀 더 자세히는 BC400-350년경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요엘 예언서는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짧은 예언서입니다. 그리고 1-2장으로 이루어진 전반부와 3-4장으로 이루어진 후반부로 나누어질 만큼 구조도 명확합니다. 먼저 1-2장은 공동체에 닥친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1장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메뚜기 새앙과 가뭄이 닥친 상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메뚜기 때가 들이닥쳐 농작물을 다 갉아 먹었고 남은 것들은 황층이 다 먹어버렸습니다. 요엘 예언자는 메뚜기 떼가 쓸고간 자리의 황폐함이 마치 셀 수 없이 많고 힘센 족속이 쳐들어온 것과도 같은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땅은 메말라버렸고 사람들의 기쁨도 말라버렸습니다. 요엘 예언자는 사제들과 제단의 봉사자들 그리고 원로들에게 자루 옷을 두르고 슬피 울며 단식하고 기도하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2장에서는 ‘주님의 날’이라는 요엘 예언서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전면으로 등장합니다. 메뚜기떼 재앙은 그 자체로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큰 시련을 안겼지만, 이는 단순한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건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늘 생각하면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주님의 날에 대한 예라고 요엘 예언자는 말합니다. 주님의 날은 아모스, 이사야, 스바니야, 에제키엘 30장, 오바느야, 말라키 3장 등에서 여러 예언자가 오래전부터 예고했던 것처럼 심판의 날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엘 예언자는 “정녕 주님의 날은 큰 날 너무도 무서운 날 누가 그날을 견디어 내랴?”(2,11)라고 말한 뒤 회개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의 하느님께 돌아오너라.”(2,13)의 말씀처럼 이제 이스라엘은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하느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주님의 날, 즉 심판의 날 앞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회개할 것을 촉구하면서 당신의 자비로움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은 당신 땅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계시며, 당신 백성을 가엾이 여기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메뚜기와 황충과 풀무치가 먹어 치워 황폐해진 시간을 갚아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하셨고, 한껏 배불리 먹고 수치를 겪지 않게 해줄 것임을 약속해주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님의 날은 심판의 날이면서 동시에 하느님께 성실한 사람들,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날이 됩니다.
후반부인 3-4장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이스라엘이 재건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먼저 3장에서 하느님께서는 주님의 날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요엘 예언자는 하느님의 영, 즉 성령을 받아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언합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핍박하던 민족들을 심판하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여호사팟 골짜기로 그들을 데려가시는데 여호사핏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심판하신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포로로 잡아가고 소년, 소녀를 팔아넘기곤 했던 이스라엘의 적대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제물들을 빼앗아갔으며, 유다와 예루살렘의 자손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기까지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결판의 골짜기인 여호사팟 골짜기로 불러서 그들의 행실에 따라 심판하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회복이 선언됩니다. 심판의 날이 지나가고 하느님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때 이스라엘은 다시금 새 포도주가 흘러내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회복됩니다. 이집트와 에돔은 황무지가 되지만 유다와 예루살렘에는 대대로 평화가 주어지게 됩니다.
주님의 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요엘 예언자는 하느님의 참된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율법과 경신례를 잘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옷이 아닌 마음을 찢는 참회가 있어야지만 하느님의 영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주님의 날을 구원의 날로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3장 1절에서 요엘 예언자가 말하였듯이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사람 모두가 아들딸, 노인, 젊은이 할 것 없이 환시를 보게 되고 꿈을 꾸고 예언을 하게 되는 것처럼 구원의 날을 위해 참회하는 마음으로 회개하는 준비는 요엘과 같이 선택받은 몇몇 예언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몫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3년 10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