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지난해 러시아로의 중고차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차 판매는 급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현지 자동차 시장이 신차 공급은 줄고, 중고차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전쟁이 낳은 ‘풍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와 중고차 업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중고차 수출 규모는 지난해 1만9,626대로 전년도(2021년) 2,358대에서 732.3% 늘었다. 수출 금액은 같은 기간 4.534만 달러(약 572억원)에서 5억7,276만 달러(약 7,228억원)로 무려 13배나 뛰었다.
러시아의 차량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현대 중고차 가격/캡처
하지만 수출 비중은 보면 미미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출된 중고차 대수는 모두 40만4,653대다. 이중 1만9,626대가 러시아로 갔으니, 4.9%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를 선호하는 수요가 상당부분 신차에서 중고차로 옮겨갔다고 보면 된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아프토스타트(Autostat) 발표(1월 10일)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총 11만9,70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66.5%나 하락한 수치다. 현대차는 전년(2021년) 대비 66% 줄어 5만4,017대를, 기아는 67% 감소한 6만5,69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러시아의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151만대) 대비 58.7% 급감한 62만6,281대로 쪼그라든 것을 감안해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과하다. 하긴 러시아에서 팔고 싶어도 팔 차량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
가동을 멈춘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홈페이지 캡처
러시아로의 중고차 수출이 지난해 급증했다/사진출처:@СС0 Public Domain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부터 서방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대체 수요가 우리나라와 일본 중고차 업계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중고차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러시아 수출 중고차의 대당 가격은 2만9,200달러(약 3,681만원)로 전년 평균 가격(1만9,200달러)보다 1만 달러나 올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보이콧' 흐름에 따라 현지 수출을 중단하고 현지 공장 가동 역시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다만, 현대·기아차에 대한 유지 보수 등 애프트서비스(A/S)는 가동중이다. 러시아에서 한국산 중고차는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