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더라도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법원에 공탁금을 낼 수 있도록 한 개정법이 최근 시행되면서 되레 '꼼수감형'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가해자가 법원에 피해회복금을 공탁할 수 있는 개정 공탁법(형사공탁특례제도)이 지난해 12월9일 시행됐다. 형사공탁은 형사 사건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두면 추후 피해자가 이를 수령해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게끔 한 제도다.
개정법 시행 전엔 피해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을 알아야만 공탁금을 낼 수 있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 확인이 어려워 공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선 피고인이 합의 의사가 없는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알아낸 뒤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됐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 대신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사건번호 등만 알아도 공탁이 가능하다.
문제는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음에도 피고인이 무작정 피해회복금을 맡기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이를 감형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돈만 있다면 '꼼수 감형'이 가능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