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章 - 道德經에서 찾는 道
1. 道의 정체
老子가 81章에 걸쳐 표현했던 道를 정리해보자. 老子의 표현들을 종합하면 그 정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1) 빅뱅 이전
마구 섞여 이루어진 어떤 것은 절대 불변의 존재자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창조하고 불사조처럼 죽지 않는다. 극도로 응축되어 무겁기에 팽창하여 부드러운 우주를 창조한다. 무거움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고 유지한다. 마구 섞여 회오리치며 시작도 끝도 없으며 뱀이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문 것처럼 순환한다. 인간은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분별하지 못한다. 그 본질은 절대로 훼손되지 않으며 어둡고 침침하며 담담하고 맛을 느끼지 못한다. 우주를 만들어낸 어미와 같기에 매우 크며 그 깊이를 모른다. 우리는 그 정체를 모호하게 느낄 뿐이다.
2) 빅뱅 이후
마구 섞여 회오리치는 불변의 존재자가 우주를 창조했다. 자식은 어미를 따랐지만 그 특징은 사뭇 다르다. 어미는 응축 상태인데 자식은 멈추지 않고 팽창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우주에 쏟아내는데 沖氣로 조화를 이룬다. 너무도 부드럽고 가볍기에 우주 어디에도 있으며 부딪혀 끝없이 변화한다. 우주에 만물을 만들고 그 내면에 깃들어 生氣를 부여하고 기른다. 만물은 그의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의 의지에 따라 생장쇠멸을 반복한다. 물처럼 부드럽고 만물을 이롭게 하며 다투지 않는다. 우주의 모든 것을 아이처럼 대하며 그들의 뜻에 동조한다. 生氣의 충만함을 머금지 않은 만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비로운 것은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의지와는 다르다. 절대로 나서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머물지 않으며 억지스럽게 하지 않으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고 스스로 물러나기에 그 존재를 모른다. 우리는 만물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그의 존재와 의지를 확인할 뿐이다. 그는 무심해보이며 만물의 生死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움직임을 반복할 뿐이다. 대칭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순환한다. 행위는 엉성해 보이면서도 모든 것을 품기에 만물은 그를 천하의 어미라 부른다.
3) 色界
만물에 스며든 그의 존재로 生氣가 동하면 탄생하고 생기가 사라지면 죽는다. 우주 어미가 부여한 生氣의 의지대로 눈을 뜨고 色界를 깨달아 화려한 물질세상을 향하여 달려간다. 물질과 권력, 명예를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많이 얻고자 몸부림치면서 죽음을 재촉한다. 등 따시고 배부름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탐욕으로 행동이 어지럽다. 그는 만물에 生氣를 부여하면서 부드러움을 유지하기를 바랐는데 탐욕은 그칠 줄 모른다. 더욱 많은 물질을 탐하고자 學을 통하여 知하고, 智하여 결과적으로 賢의 탐욕을 배양한다. 모든 죄악은 賢에서 시작하여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고 生氣를 없애버린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不道로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한 老子는 色界에서 빅뱅이전으로 復하여 영원히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復命曰常이다. 덜어내고 덜어내면 無爲에 이른다. 無爲의 끝은 빅뱅의 순간이다. 물질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다. 丁壬癸가 한 쌍으로 균형을 이룬 有物混成의 상태다. 생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드러운 상태다. 老子는 그곳에 머물라고 한다. 언제라도 생기를 만들 수 있고 長生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은 중력(丁)쪽으로 욕망이 강해진 세상을 살고 있기에 無爲에 이르지 못한다. 老子의 요구는 너무 과하다.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道德經에 나타난 道의 정체를 파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움직임과 특징을 규정했을 뿐, 그 정체를 여전히 모른다. 老子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