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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진리부 건물 외벽에 쓰인 세 표어’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외벽의 세 표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도 당의 표어이지만, 이 세 문구와 함께 건물 외벽에 쓰였다고 명시된 것은 아닙니다.
3. 소설 속에서는 무슨 뜻인가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眞理部·진리부: 참 진, 다스릴 리, 마을 부—이름과 달리 거짓을 만드는 국가기관) 기록국에서 일합니다.
그의 업무는 과거의 신문과 문서를 현재 당의 주장에 맞도록 고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이 어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
그런데 실제로 오늘 배급량을 줄였습니다. 그러면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1984》의 당은 과거 신문을 다음과 같이 고칩니다.
“당은 초콜릿 배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러면 기록상으로는 당이 약속을 어긴 적이 없어집니다. 오히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셈이 됩니다. 실제로 소설에는 초콜릿 배급 약속을 과거 기록에서 고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1984》 제1부 제4장 관련 원문
과정은 간단합니다.
현재 권력이 신문·책·사진·통계를 장악함
→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주장에 맞게 고침
→ 시민들은 조작된 과거만 배우게 됨
→ 현재 정권이 언제나 옳았다고 믿음
→ 정권이 미래에도 계속 지배함
4. “현재를 지배하면 과거를 지배한다”는 뜻
과거에 일어난 사건 자체는 바꿀 수 없습니다. 이미 일어난 전쟁이나 죽음, 승리와 패배를 시간 속에서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권력자는 다음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권력자가 이것을 장악하면 사람들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도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표현 1표현 2
| 혁명 | 반란 |
| 독립운동가 | 폭도 |
| 정복 | 통일 |
| 침략 | 진출 |
| 쿠데타 | 구국의 결단 |
| 학살 | 질서 회복 |
| 항복 | 자발적 귀부 |
사건은 하나인데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영웅과 반역자가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는 말은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현재의 권력자는 과거의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거를 기록하고 해석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지배할 수 있다.
5. “과거를 지배하면 미래를 지배한다”는 뜻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이 다음과 같이 배운다고 해보겠습니다.
“현재의 지배자는 옛날부터 나라를 구해 온 정통 세력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현재의 권력을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반대로 정권에 반대하는 집단을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면 어떨까요?
“그들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나라를 어지럽힌 반역 세력이다.”
시민들은 그 집단의 현재 주장도 의심하게 됩니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해석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거 해석
→ 현재의 정당성 판단
→ 정치적 선택과 행동
→ 미래의 권력관계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구였는가”를 결정해 주는 세력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6. 오웰이 이 말을 쓰게 된 역사적 맥락
《1984》는 1949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오웰이 이 소설을 쓸 당시 세계는 전체주의와 선전 정치의 참혹한 경험을 겪은 직후였습니다.
첫째, 스탈린 체제의 역사 조작
소련의 스탈린 체제에서는 숙청된 정치인이 공식 사진과 역사 기록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한때 혁명의 공로자였던 사람이 스탈린과 대립하여 제거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제까지 혁명 영웅이었던 사람이 오늘 반역자가 되고, 과거부터 반역자였던 것처럼 기록이 고쳐진 것입니다. 오웰의 비판 대상에는 특히 소련 스탈린 체제의 역사 조작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그는 영국의 전시 선전기관에서 경험한 정보 통제의 방식도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런던대학교 고등연구원 해설
둘째, 나치 독일의 선전
나치 독일은 독일 민족의 과거를 자신들의 인종주의에 맞게 다시 해석했습니다.
역사를 이용하여 현재의 독재와 전쟁을 정당화한 것입니다.
셋째, 스페인 내전에서 본 거짓 선전
오웰은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정치 세력이 사실을 자기편에 유리하게 바꾸어 보도하는 모습을 경험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본 사건마저 신문에서는 전혀 다르게 기록되는 것을 보고, 오웰은 ‘객관적인 역사적 진실이 정치 선전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1984》는 단순한 공상소설이 아닙니다.
나치즘·스탈린주의·전시 선전·검열의 경험
→ 기록 조작에 대한 오웰의 두려움
→ 진리부와 기억 구멍이라는 장치
→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표어
7. 역사 연구와 연결하면
이 말은 역사 기록을 읽을 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후삼국의 역사를 보면 고려가 최종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 뒤 고려의 자료를 바탕으로 궁예·견훤·왕건의 역사가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기록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구도가 전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궁예의 숙청, 견훤의 경주 침공, 왕건의 포용 정책은 역사적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고려가 승자가 아니었다면 세 사람의 모습이 지금과 똑같이 기록되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왕건은 후삼국의 영토를 통일했고, 고려는 후삼국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8. 그렇다고 모든 역사가 권력자의 거짓말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주의점입니다.
오웰의 말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다음과 같은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역사는 모두 승자의 거짓말이다.”
역사는 권력의 영향을 받지만, 권력자가 마음대로 완전히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자료들이 조작을 견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역사학(歷史學·역사학: 지날 역, 역사 사, 배울 학—과거의 인간 삶을 자료로 검증하는 학문)의 역할은 권력자가 만든 이야기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을 서로 비교하고, 빠진 목소리를 찾고, 사실과 선전을 구분하여 과거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일입니다.
결론
친구야, 질문하신 문장은 실제로 《1984》에 나오는 당의 표어가 맞습니다. 원문에 “Party slogan”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출전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오웰이 권력자의 행동을 긍정하며 내세운 신념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오웰은 현재의 권력이 기록과 언어를 장악하면 과거의 기억을 바꾸고, 바뀐 과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미래까지 지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요점 정리
그러면,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와 미래를 모두 지배한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나요?
친구야, 그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오웰의 두 문장을 논리적으로 합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하고, 그렇게 재구성한 과거를 통해 미래까지 지배한다.”
논리 구조는 이렇습니다.
현재의 권력 장악
→ 기록·언론·교육 통제
→ 과거에 대한 집단기억 지배
→ 현재 권력의 정당화
→ 사람들의 판단과 선택 통제
→ 미래의 권력 유지
다만 다음처럼 단정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지배한다.”
이 문장은 오웰의 뜻을 잘 압축하지만, 실제 과거의 사건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자체를 마음대로 바꾼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가장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의 기억을 지배하고, 그 기억을 통해 미래의 방향까지 지배하려 한다.”
조금 더 강렬하고 간결하게 표현한다면 다음 문장이 좋습니다.
“현재의 권력은 과거의 기억을 만들고, 과거의 기억은 미래의 방향을 만든다.”
후삼국 역사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려가 현재의 승자가 됨
→ 궁예·견훤·왕건의 역사를 고려 중심으로 기록함
→ 왕건의 통일을 정당한 역사로 기억하게 함
→ 고려 왕조의 미래와 정통성(正統性·정통성: 바를 정, 거느릴 통, 성품 성—통치할 정당한 자격)을 강화함
요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