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에서 지팡이로
나다
발목은 괜찮나 내가 토하고 어지러워 응급실 가는데 구급차인데 좀 응급실로 곧바로 와줄 수 있나
네
응급실 밀려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라는 구급대원의 말에 2시간 정도요
네
마침 1시간 거리에 있어 의지하는 스틱 보도에 툭툭 치며 전철역으로 가 엘리베이터도 타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못 찾으면 계단으로 가 난간 붙잡고 마지막 힘내려는데 아래에서 난간 붙잡고 스틱 툭툭 치고 올라와 옆으로 옆으로, 아, 아픈 사람들이 참 많구나
스르륵
아, 보호자이시군요, 차문이 열리고 임시 발판이 나오고 올라오는 이가 발목보호대 차고 스틱 딛고, 참으로 애절하고도 난감한 눈빛을 보내도, 부자는 좁은 생명 재생 공간에서, 건강, 건강만을 간절히 바라고
스르륵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고 들어가니 잘 듣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던지는 질문이 너무 커 소리가 크다고 내 목소리가 올라간 건 서서 말하는 내가 힘들어 내게 짜증을 낸 것 같아, 아, 건강해야, 그래, 건강해야, 보호자도 하는 건데
끄응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하시며 몸을 일으키는 걸 보니 정신이 돌아오신 것 같은데, 아, 이런, 지팡이를 놓고 왔네, 그때, 아들이 스틱을 건네니, 길쭉한 거네, 불편하지 않나, 하시며 스틱에서 지팡이로 이름만 변한 스틱을 딱딱 소리내며 앞장서고, 의지할 스틱 없는 아들은 게우게우 발목에 허리에 아픈 통증 참고서 링거 잡고 뒤따르는데, 아이고 위태로워라, 그걸 본 간호사들 깜짝 놀라 링거폴대 얼른 가지고 오고, 아, 살았구나,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링거폴대가 나를 지탱시켜주는구나
스르륵
검사 결과도 이상 없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귀가를 명받고 약 받으러 홀로 가려는데, 주섬주섬 준비하는 아버지 보고, 차마, 스틱을 가져갈 수 없고, 게우게우, 약 받아 오니 환자복 벗고 옷까지 입은 아버지, 스틱 딱딱 거리며 응급실을 나서고, 이제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는 아들은, 정신이 몸을 이긴다며,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내 택시까지 잡아낸다
감사합니다
택시 타고 택시 내리고 또 아버지 집 문앞까지 살짝 걷는 동안 고지가 바로 저기라며 게우게우 힘을 내는데, 문앞에 던져져 있는 스틱들, 아니지, 지팡이라고 해야겠지, 그걸 보며, 얼마 전 존스 홉킨스 의대 지나영 박사의 말, 'I have to walk'가 아니라 'I get to walk', '나는 걸어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걸을 수 있다'로 바꾸니, 그 자체에 감사하니, 많은 게 좋아졌다는 말, 그래, 나도, 그래야지, 그래야겠지, 그러면 언젠가 좋아질까
덜그럭덜그럭
발목만 물어오는데 차마 허리까지 아픈 건 말할 수 없어, 퍼져 있는데, 관절만 아프다는 아버지는 덜그럭덜그럭 덜컥덜컥 부산부산, 바삐 저녁밥을 차리는데, 아, 눈물을 흘려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그 순간, 화가 나는구나, 어찌 이렇게 아파, 민첩하게 움직이지를 못하니, 오호, 슬픈 건지, 짜증이 나는 건지, 그래도 이만큼에 감사하며 나아지기를 바래야겠지, 그래야겠지
쌩쌩
어둠은 침묵으로 오고 밤은 불빛에 번들거리고 내일은 또 내일대로 쌩쌩 오려나, 아니, 무심히 덜컥 또 오겠지,
스틱으로 걷든 지팡이로 걷든, 스틱에서 지팡이로 걷든, 아버지
걸음이든 아들 걸음이든, 세상은 툭툭
스르륵 딱딱 덜그럭덜그럭 빙그르르 돌고 또 돌겠지, 아하, 그렇게, 게우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