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저자가 책 집필 당시) 코로나19가 모든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이후, 단연 화두는 백신 vaccine 에 모아졌다. 백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천연두를 한번 앓은 사람은 다시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제너는 이 사실을 근거로 8살 소년의 양팔에 상처를 내고 소젖을 짜는 여성의 손에 난 물집에서 뽑아낸 고름을 소년의 상처에 주입했다. 그러자 소년은 며칠 앓다가 회복했고, 제너는 6주 뒤에 다시 천연두 고름을 주입해 우두법(牛痘法)의 효능을 확인했다. 천연두 백신 실험이 최초로 역사에 기록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백신을 인체에 접종하는 종두법(種痘法)이 탄생했다. 하지만 종두법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슬람 세계에서 사용되면 처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종두법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이 임상 실험에서 천연두에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초의 실험 대상은 빈민층이었고, 이후에 귀족과 왕족에게 확대되었다. 백신은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 바카에서 나왔다. 천연두를 사라지게 해준 암소의 이름이 백신에 남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백신 접종자라는 말이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백신 접종자는 영어로 vaccinee 라고 하는데, 이 말은 vaccine 에 프랑스어 접미사 -ee 가 붙어 만들어졌다. 영어로 치면 -ed 같은 동사의 과거형 접미사로, 백신주사를 맞은 사람을 가리킨다. 앞서(책에) 소개한 피고용인 employee 도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