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도 없으면서 믿음 있는 척, 영성이 바닥이면서 마치 깊은 영성이나 있는 것처럼, 온갖 쓸데없는 규칙이나 규례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던 사람들이 바로 바리새인들이었다. 믿음과는 상관없는 것들을 제정해서 그것을 믿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보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믿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행위에 치우쳐서 마음도 없으면서 형식만 쫓아가는 율법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바리새파의 형태가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소위 프레임을 만들어 그 속에 사람들을 가두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프레임 가운데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힘들고 고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이런 프레임을 타파하고 바르고 정직한 마음을 세우는 것이 예수님이 하신 일이었다.
복음서에 종종 찾아볼 수 있던 예수님과 바리새인의 논쟁은 주로 이런 부분이 많았다. 가장 종교적인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비신앙적인 것들이 소위 바리새인들이 만들어 둔 규칙들이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붙여서 만든 것들이지만 다 자기들의 지배권을 이용하려는 속셈이었고 백성들을 통제하고 움직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블레셋과 싸울 때 사울이 그랬다. 자기의 바닥난 영성을 감추려고 불필요한 명세를 세워서 군사들을 허기지게 만들고 오히려 방귀를 뀐 놈이 성낸다고 자기 잘못을 아들 요나단에게 덮어씌우려고 했다.
(삼상 14:29) 요나단이 이르되 내 아버지께서 이 땅을 곤란하게 하셨도다 보라 내가 이 꿀 조금을 맛보고도 내 눈이 이렇게 밝아졌거든 (삼상 14:30) 하물며 백성이 오늘 그 대적에게서 탈취하여 얻은 것을 임의로 먹었더라면 블레셋 사람을 살륙함이 더욱 많지 아니하였겠느냐
요나단은 위기 가운데서 믿음으로 블레셋 진영을 흩트려 놓은 전쟁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 사울은 아무런 모험도, 도전도 그렇다고 믿음도 발휘하지 못하고 진 중에 숨어서 쓸데없는 명령만 남발한 졸장부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오히려 “누가 하나님의 법을 어겼느냐?”고 큰소리치면서 신앙이 있는 척하는 모습이 백성들에게 다 보였다.
(삼상 14:37) 사울이 하나님께 묻자오되 내가 블레셋 사람들을 추격하리이까 주께서 그들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기시겠나이까 하되 그날에 대답하지 아니하시는지라 (삼상 14:38) 사울이 이르되 너희 군대의 지휘관들아 다 이리로 오라 오늘 이 죄가 누구에게 있나 알아보자
그렇게 제비를 뽑아보니 사울과 요나단이 뽑혔다. 사울은 매우 난감했을 것이다. 왕으로서 내린 명령이었고 이젠 그 명령의 칼끝이 자신과 그 아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저주를 포함한 명세를 어긴 것이 자기의 아들 요나단이었음이 판명되었다.
(삼상 14:44) 사울이 이르되 요나단아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내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고 했지만 어디 그의 마음이 그랬겠는가? 자기가 내뱉은 허언을 주워서 담기 민망해서 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적극적으로 요나단을 옹호했다.
(삼상 14:45) 백성이 사울에게 말하되 이스라엘에 이 큰 구원을 이룬 요나단이 죽겠나이까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옵나니 그의 머리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은 그가 오늘 하나님과 동역하였음이니이다 하여 백성이 요나단을 구원하여 죽지 않게 하니라
예수님 당시 수많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적폐들이 산적해 있었다. 앞으로 나가려는 개혁을 가로막고 변화를 거부하며 소위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원초적인 목적을 외면한 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영적인 적폐들이 유대 사회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런 적폐들은 사회를 무너뜨리고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 결국은 그 공동체를 도태되게 한다. 이런 영적 적폐가 우리에게는 없는가? 결국 적폐를 만드는 것은 자기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이기심이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에겐 그런 신앙의 적폐가 없습니까? 우리 교회는, 우리 교단은 그런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폐단이 없습니까?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무너지게 될 그런 상황에도 나만 살고, 우리만 지키면 된다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적폐는 없는지 돌아봅니다. 개혁과 혁신이 정답이지만 그것을 실천할 용기는 없고 자리만 보전하고 싶은 영적 적폐 더미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눈을 밝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