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스트랫퍼드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세계의 국기는 축제를 완성시키는 시각적 요소였습니다. 또한 올림픽 내내 승리를 전하는 자리에서도 선수들은 자국의 국기를 들고 뛰었으며, 국민은 선수와 일심동체가 되어 애국심에 충만한 환호를 보내고 감동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국기란 나라를 상징하는 기입니다. 여기에는 나라의 역사와 이상이 담긴 독자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화려한 세계의 국기가 단 몇 가지의 색으로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검정, 하양, 빨강, 노랑, 주황, 파랑, 초록의 7가지 색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국기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배색방법은 프랑스어로 ‘2개의’라는 의미인 비콜로(Bicolore)배색과 ‘3개의’라는 의미인 트리콜로(Tricolore)배색입니다. 주로 2~3가지 색상이나 색조의 조합에 의해 명료성이 강한 배색으로 표현되며, 대비에 의한 변화와 리듬감을 주며 간결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양은 십자가와 태양, 달, 별 모양입니다. 십자가는 대개 기독교를 뜻하며 태양은 빛과 생명을 주는 존재로 표현됩니다. 달은 별과 함께 주로 쓰이며 이슬람교를 상징합니다. 별도 이슬람교를 상징하나 중국, 북한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표현하기도 하며 미국과 필리핀, 브라질에서는 주의 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사용되는 색의 숫자가 적고 도안도 간략하다보니 비슷한 국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폴란드와 인도네시아의 국기는 흰색과 빨간색의 띠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폴란드는 아랫면이 빨간색이고 인도네시아는 윗면이 빨간색으로 상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같습니다. 그러나 폴란드의 빨강은 독립을 하양은 환희를 뜻하며, 인도네시아의 빨강은 자유와 용기, 하양은 정의와 순결을 의미하여 조금은 다른 상징체계를 갖습니다. | |
모나코의 국기는 아예 인도네시아 국기와 똑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국기 전체의 가로 세로 비율은 약간 다르지만 시각적으로 같아 보입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 독립한 모나코가 1881년 이 국기를 제정하자 인도네시아가 변경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나코는 이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왕실의 색인 빨강과 하양으로 독립된 나라의 국기를 만들었습니다. | |
아프리카 대륙의 라이베리아는 영어의 리버티(자유)라는 단어에서 유래합니다. 라이베리아는 19세기 초 주로 미국의 남부지방에서 독립을 원했던 노예들이 미국식민지협회의 후원을 받아 다시 아프리카로 귀환, 이주하여 세운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미국의 한 주를 연상하기라도 하듯 붉은색 줄무늬와 별이 조합된 성조기와 비슷한 국기를 만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또 다른 미국이라는 느낌입니다. | |
네팔은 산스크리트어로 ‘산기슭’이라는 이름을 갖습니다. 그런 이름에 걸맞듯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 모양의 국기를 갖고 있습니다. 두 개의 빨간색 삼각형을 겹쳐 놓은 모양인데 가장자리는 파란색 띠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파란색은 세계를, 빨간색은 행운을, 삼각형은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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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경우는 카다피의 군사 쿠데타로 공화국이 된 엄격한 이슬람국가입니다. 이집트와 같은 삼색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1977년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중동지역 평화의 길을 열고자 아랍권 국가원수로서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에 분개하여, 이집트와 단교하고 국기 전체를 이슬람교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바꿨습니다. 카다피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국기인 셈입니다.
국기에 담긴 색의 상징성은 큰 범주로 묶어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강은 심리적으로는 사람의 피를 연상하면서 결국 인류의 화합과 독립을 위해 흘렸던 투쟁의 역사를 상징합니다. 하얀색은 하얀 눈에서 보이듯 순수와 순결, 평화와 평등을 나타냅니다. 파란색은 바다나 하늘을 연상시키며 자유로움을 뜻하고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물의 소중함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초록색은 이슬람의 상징으로 주로 사용되며 숲, 평야, 희망 등을 나타냅니다. 주황색은 용기, 혁명, 번영의 미래적 의미를 상징합니다. 노란색은 부귀, 명예, 행복을 뜻하며 특히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는 광물자원을, 서남아시아에서는 지도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검은색은 힘, 대지를 뜻합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국기에서 자주 보이는 데 이때 검은색은 주민(흑인)과 아픈 역사나 고난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분명 국기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전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불과 7가지 색으로 만들어지는 국기들과 그 비슷비슷한 모양들을 보면서, 색깔에 대한 인식은 제한적이지 않지만 색으로 표현될 수 있는 우리의 가치체계는 제한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벌써 다음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 기대됩니다. 그 땐 각 나라의 기수들이 높이 올린 세계의 국기들을 보면서 그 상징성을 다시금 읽어가는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국기의 색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적 맥락에서 대표적인 가치체계를 상징하며 국민을 깨우는 소리임이 분명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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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
안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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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에서 채색화와 색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화폭에 향수 사랑 희망의 빛깔로 채색된 우리 마음의 우주를 담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