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伊尹)은 하(夏)나라를 떠나 은(殷)나라로 들어갔고,
전요(田堯)는 노(魯)나라를 떠나 연(燕)나라로 갔으며,
개자추(介子推)는 진(晋)나라를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전요는 노(魯) 애공(哀公)을 섬기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전요가 애공에게 말했다.
“저는 임금을 떠나 황곡(黃鵠)처럼 살까 합니다.
” 애공이 “무슨 뜻이오?” 하고 묻자 전요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임금께서는 닭을 보신 적이 없습니까?
머리에 갓을 이고 있는 것은 문(文)이며,
발에 발톱을 달고 있는 것은 무(武)입니다.
또 적이 앞에 나타났을 때 용감하게 달려드는 것은 용(勇)이고,
먹이를 보면 서로 부르는 것은 인(仁)이며,
밤을 지키되 때를 놓치지 않고 우는 것은 신(信)입니다.
닭이 이와 같이 훌륭한 미덕을 갖추었건만 임금께서는 날마다 이를 삶아 먹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그 놈이 바로 사람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릇 황곡은 한 번에 천리를 날아 임금의 원지에 내려앉아서는
임금이 기르는 물고기와 자라를 잡아먹고 임금의 곡식을 쪼아 먹습니다.
닭처럼 다섯 가지 미덕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임금께서 그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사람으로부터 먼 곳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은 임금을 떠나 황곡같이 살겠다는 것입니다.”
애공은 이 말에 “잠깐, 내 그대의 말을 기록해 두어야겠소” 하였다.
그러자 전요는 이렇게 대꾸하였다.
“제가 듣기로 밥그릇에 밥을 먹는 자는 그 그릇을 깨지 않으며,
나무 그늘의 덕을 보는 자는 그 가지를 꺾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신하를 등용하지 않으면서 그 말은 무엇 하러 받아 적으십니까?”
그리고는 마침내 연나라로 떠나버렸다.
연 나라에서는 그를 받아들여 재상으로 삼았다.
그러자 삼 년 만에 연나라의 정치는 태평을 구가하였고 나라에 도적이 사라졌다.
애공이 이 소문을 듣고 크게 후회하고 탄식하며
석 달이나 내실에 들지 않았으며 가혹한 형벌을 줄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미리 삼가지 않았다가 뒤에 와서 후회하는구나. 어찌하면 다시 얻을 수 있을까?”
시에서는 이렇게 노래하였다.
“너를 두고 떠나가리. 저 낙원의 나라로.
낙원이여, 낙원이여. 거기 가서 나는 살리.”
-《한시외전(韓詩外傳)》-
첫댓글 입에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과 비슷한 뜻인듯.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인재를 앞에두고서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
훌륭한 임금은 어느 곳에서도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지만,
어리석은 임금은 훌륭한 인재가 곁에 있어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니,
이는 마치 눈뜬 장님과 같은 거입지요.
설혹 어리석은 임금이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훌륭한 인재를
얻었다 해도,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고 홀대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군주 밑에는 훌륭한 인재가 머물지 않겠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