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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배낭 여행 3편- 남미
세계일주 배낭여행의 아프리카 및 유럽 일정을 마치고 남미로 떠났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다니며 오지 배낭여행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지만 남미는 영어가 안 통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가 적어 다소 긴장이 된다.
남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있는 대륙이지만 일만오천년전 우리와 같은 동북 아시아인들이 시베리아 열도를 넘어 문명의 꽃을 피운 곳이어서 친근감이 간다. 어린 시절부터 간간이 듣는 중남미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이고 서양인들이 애써 평가절하(?)한 것 같아 더욱 궁금하였다.
학계에서는 고대 중남미 문명에 글자가 없었다고 십여년 전까지 주장했지만 지금은 많이 해석 되고 있단다. 또한 철기문화는 없었지만 철기와 거의 같은 강도를 갖은 청동합금 도구을 갖고 있었으며, 기온와 고도에따라 농작물 품종을 개발하였다. 그들의 돌과 물을 다룬 솜씨는 어느 문명에도 뒤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에콰도르를 출발점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갈라파고스, 잉카문명, 유유니, 파타고니아, 남미 끝단 우수아이아, 아마존 등을 4개월에 걸쳐 돌아보고, 중미로 넘어가 멕시코의 테오테라칸, 마야문명 등을 볼 예정이다.
1. 에콰도르
키토
남미 첫 기착지는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였다. 고도가 2,850m이어서 조금만 심하게 걸어도 숨이 차다. 현지인들은 저녁시간 으슥한 곳에 절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조용한 도시같지만 우범지대가 많단다.
에콰도르는 적도(ecuator)라는 뜻이다. 가까운 곳에 적도라인이 지나는 공원이 있어서 들렀다. 적도 라인 북쪽에 있는 배수구는 물이 시계방향으로 빠지고, 남쪽 배수구는 반대방향으로 빠진다. 적도라인 선상 배수구는 돌지 않고 그냥 빠진다. 여러 실험을 통하여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지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마리아 동상과 어마어마한 금으로 장식한 교회가 많다. 여행자의 눈에는 이 금을 녹여서 경제 발전에 투자하고 빈곤으로부터 국민을 해방시켜 줬으면 하지만 교회가 주는 영혼의 안식은 어떻게 하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옛 인디오들의 영혼의 안식은 어디서 구했을까?
갈라파고스 방문은 유네스코에서 일년에 입장객을 만명으로 제한한다. 예약을 하기 위하여 5일이나 키토에서 기다렸다. 빠른 일정과 스쿠버다이빙을 위하여 크루징코스를 신청하였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섬은 다윈이 진화론을 완성하는데 영감을 준 유명한 섬이다. 섬들은 19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거리가 멀어 크루징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밤에는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고 오전에는 육상 생태계를 구경하고 오후에는 다이빙을 하며 보냈다.
각 섬마다 새끼를 키우는 바다사자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지나가도 길을 안 비켜준다. 우리가 주인이니 방문객들은 돌아가라는 표정이다. 가끔 숫놈들은 자기 영역에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를 치며 덤빈다. 여기서는 우리가 구경꾼일 뿐 비켜줘야 한다.
적도이지만 훔볼트해류의 영향으로 수온은 조금 차다. 또한 영양분이 풍부한 프랭크톤이 용승하여 물고기의 종류와 수는 엄청 많다. 물속에서 미끈한 바다사자는 우리가 궁금한지 연상 가까이 와서 부딪치고 간다. 여기서는 거북이마저 사람을 보고 경계하지 않고 다가온다. 멋진 곳이다.
각 섬 환경에 따라 거북이나 핀치새의 진화가 빠르게 일어난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많이 의아해 한다. 혹시 위치가 적도라인에 있어서 진화 인자가 쉽게 발휘된 것이 아닐까? 적도 공원에서 느낀 자연의 힘이 새삼 다가온다.
알바트로스, 푸른발 부비, 붉은발 부비, 바다이구아나 등 다양한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자연을 보호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기에 너무 좋았다. 이 갈라파고스는 인류가 잘 간직해야할 유산이다.
2. 페루
. 투루히오
페루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내려가다 보면 여행 소개서에도 잘 안 나오는 투루히오가 있다. 아직 한참 발굴 중이지만 2,000년 전에 만든 달의 피라밋의 크기에 놀랐고, 또한 각 벽에 그려져 있는 동물과 용사들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해안가에는 여러 가지 형상의 조각품들이 널려 있다. 지금 현지인들은 너무 건조하여 농업하기에는 어렵고 어업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구조물을 만들려면 많은 인구와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었어야할 텐데 아마 2,000년 전에는 살기 좋은 곳이었나 보다.
. 나스카
지상에 그린 거대한 그림으로 유명한 나스카를 방문하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황량한 평지뿐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쩔 수없이 경비행기를 타고 보니 거대한 새, 원숭이, 도형 등이 다가 온다.
첨담 과학 기술을 갖은 외계인이 GPS가 없어 착륙장이나 구별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렸다는 학설은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그러나 누군가 높은 곳에서 보기를 기대하며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혹시 그 당시에 사람을 띄울 수 있는 거대한 연이 있었을까? 하늘님만 보시기에는 너무 아깝다.
. 쿠스코
12세기 잉카제국의 수도로 한때 100만명이 거주하였다는 고대 도시 쿠스코는 안데스산맥 해발 3,999m에 있다. 쿠스코는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이란다.
신전을 들러 보니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기술에 놀랬다. 지진이 많은 지역이어서 그런지 각 돌을 생긴 모양대로 잘 깍아 정확하게 맞물려 놓았다. 특히 하단으로 갈수록 면이 많아 상하좌우 흔들림에도 끄덕 없겠다.
신전 기초석 위에 작은 성당이 들어 서 있고 광장 옆에는 거대한 성당이 있다. 스페인 정복인들이 신전을 헐어 성당을 만든 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다른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이렇게 파괴할 수 있나? 스페인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그들 문화에 대한 좋은 인상이 바뀌었다.
한 작은 박물관을 구경하였다. 고대 잉카인들의 수준 높은 디자인과 그림을 보고 감탄하였다. 한쪽 구석에 파블로 피카소의 글이 써져 있다. 혹시 피카소가 이곳을 들러 보고 입체파의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까?
쿠스코 외곽에는 산속에서 소금이 녹아 내리는 물을 받아 건조시키는 염전이 있고, 옥수수 및 감자의 품종을 개발했던 계단식 논이 있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종자를 갖고 있었단다. 물은 농업에 꼭 필요한 요소로 이들은 안데스 산맥 정상에서 빙하물을 끌어 드리는 관개 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 잉카트레킹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가는 방법에는 쿠스코에서 3박 4일 걸어서 올라가는 트레킹코스가 있다. 세계 여러나라 젊은이들과 같이 걸었다. 각 나라를 대표하여 온 듯 열심히 걷는다. 이런 고도에서 속도전은 무리일텐데.
첫날 나는 힘이 많이 들어 꼴등을 했다. 1등은 암벽전문가 미국 젊은커플, 2등은 40대의 스페인친구 2명, 3등은 남아공에서 온 커플... 우리가 오르는 길은 잉카인들이 개발해 놓은 통신길이다. 말(馬)이 없던 남미는 마을과 마을을 통신 담당관들이 뛰어 다니며 연락했다. 이들의 속도는 지금 마라톤너 수준이란다.
둘쨋날에는 나는 윈기를 회복하여 1등으로 올랐다. 역시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얻은 경험이 한 몫 한 것 같다. 젊은이들이 조금 의외라는 눈치다. 오르는 길에는 산사면을 따라 계단식 옥수수밭이 많다. 잉카인들은 감자와 옥수수를 기온과 고도에 따라 품종을 개발하여 심었단다.
셋쨋날에도 오르는 동안 많은 주거지와 신전이 있었다. 현지 가이드가 뼈 있는 말을 한마디 한다. “잉카인들은 금 그릇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그 안에 있는 물이 더 중요했습니다” 전부들 스페인 친구들을 은근히 쳐다 본다. 이들은 죄인인양 고개를 못 든다.
남미에는 사금이 엄청 많다. 쿠스코의 신전 벽을 몇 인치 두께로 치장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금은 너무 물러서 연장으로 쓰기에는 나쁘고 단지 아름다운 색깔로 장신구 만들기에만 좋을뿐 이들에겐 효용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잉카트레킹에서 만나 가이드는 현지인이다. 내가 조상들의 예술성 및 과학에 칭찬을 하였더니 의아해 한다. 본인은 기독교인이고 잉카인들과는 관계가 없다는 눈치다. 나는 망연자실하였다. 훌륭한 선조를 두고 이 후손들은 정체성과 자부심은 어디서 찾는지 모르겠다.
물론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단점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조금 필요한 것 같다. 서양문화와 종교가 들어와 이들의 정신문화까지 너무 피폐해 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요즈음은 남미에서도 많은 이들이 옛 것을 찾고 보존하며 계승 발전시키려 한다는 좋은 소식도 있어 다행이다.
. 마추픽추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마추픽추는 아직 그 사용 용도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천혜의 요새이며 여름궁전으로 쓰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잘 만들어진 신전, 주거지, 농경지 등 도시 설계가 잘 되어 있다.
물을 구하기 어려운 이곳에 이런 대단한 역사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잉카트레킹에서 올라오며 보았던 농작지와 주민을 관리 하였겠지만 규모가 너무 크다.
마추픽추에서 아랫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굿바이 소녀가 있다. 버스가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오는 동안 소년은 사면을 직선으로 뛰어 내려오며 굿바이 인사를 대여섯번 한다. 어린 소년이 뛰어 내려오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푸노
푸노는 페루 남부에 3,850m고지에 있으며 티티카카호수의 옆에 있다. 잉카제국의 천신이 강림한 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호수에서 자라는 갈대로 뗏목을 만들어 그 위에 집을 짓고 살며 남미의 의상과 기념품을 판다. 아주 인상적이다.
호수 근처 유적지에 깔대기 모양을 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 줄을 서있다. 높이 7~8m에 지름이 5m 정도의 이런 큰 구조물은 보통 아랫면이 커야 안전 할텐데 지진이 많은 이곳에서 굳이 깔대기 모양을 갖고 있는 것이 의아스럽니다. 구조물 일부는 파괴 되었지만 어느정도 형태는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석조 기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3. 볼리비아
. 티아나쿠
티티카카호 동남쪽에 티아나쿠문명이 만든 신전이 있다. 이 문명은 잉카시대 이전 2,0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발굴중이지만 너른 평야에 거대한 신전이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다. 여행지에 소개가 잘 안되어 있어 아쉽다.
일부 석상은 동그란 눈에 손을 가지런히 배에 붙이고 있어 제주도 돌하루방과 비슷하다. 벽면 중간 중간에 사람 얼굴을 튀어 나오게 조각하여 아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영화 레이더스는 이 곳을 모델로 만들었다.
. 라파즈
볼리비아의 수도로 안데스 산맥 3,600m에 고지에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남은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 한국 젊은이들이 들어온다. 배낭여행의 묘미는 뜻하지 않게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는 항상 정보가 넘친다. 여러 곳에서 오는 친구들로부터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배낭여행자들이 아무리 편하고 좋은 호텔이 있어도 안 가는 이유다. 그러나 여독을 풀기 위해서는 가끔 편한 호텔을 골라 편히 쉬는 것도 여행하는 요령이다.
. 유유니
라파즈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과 유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떠났다. 방송국 PD, 방송작가, 건설업 등 직업도 다양하다. 유유니 출발지에서 65세 한국노부부를 만났다. 정년 퇴임을 하고 부부가 4개월 남미 투어하고 다닌단다.
3,600m고도에서 하룻밤을 지낸 노부부가 아침에 투어를 포기하고 내려간다. 밤새 숨을 못 쉴것 같아 잠을 못 잤단다. 고산지대에 빨리 올라오면 가끔 느끼는 현상이다. 아쉽지만 내려갈 수 밖에... 노부부가 아웅다웅하며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소금사막은 우리나라 충청남도 크기로 소금 두께는 1m에서 120m라고 한다. 지금은 우기여서 소금 위로 물막이 형성되어 있다. 하늘이 호수물 위에 반사되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할 수 없다. 환상적인 이곳을 자동차가 물을 차며 열심히 달린다. 지구상에서 이런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지형이 또 있을까?
숙박은 소금으로 만든 집에서 잤다. 침대, 식탁, 의자 등 모든 가구가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어마어마한 자원을 아직 개발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콜롬비아 소금 광산은 개발이 잘 되어 있던데... 아무리 훌륭한 자원이 있어도 운송수단과 항만같은 인프라가 구축 안 되어 있으면 소용없나 보다.
4. 칠레
. 이스터섬
거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을 가 보았다. 이제는 많은 연구가 되어 거석상들을 외계인들이 만들었다는 설은 사라졌고, 4~5세기경 서쪽에서 이주해 온 폴리네시아인들이 이 섬의 선조로 본다. 2,000Km나 떨어진 섬에서 이 곳까지 이주한 이들의 항해술에 놀랍다.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900개가 넘는 거석상들이다. 보통 높이는 3.5m~5.5m정도에 무게는 20톤정도로 위풍당당한 모습에 고개가 숙여진다. 모아이상을 만들던 채석장에는 아직 미완성으로 남은 조각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거석상을 옮길만한 나무가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번성하였다가 남획으로 멸종 되었다고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인구수는 증가하고, 경쟁과 반목속에서 자연을 고갈시키고, 공멸의 위기에서 화해의 방법을 찾아낸 이 섬을 연구하며 현대 과학자들은 인류의 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물속은 플랑크톤이 거의 없어 시야가 탁 트였다. 다이빙하는 동안 공중을 날라 다니는 기분이다. 프랑크톤이 없으니 바다 생물도 찾아 보기 힘들다. 정부에서는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모아이상을 만들어 물속에 넣어 놓았다.
. 나비막크루징
칠레의 북쪽도시 아리카로부터 남단끝 우수아이아까지 4,000Km를 버스로 내려가는 것은 정말 긴 여정이다. 그래서 푸에르토몬트에서 푸에르토나탈레스까지 4일간 배로 가는 나비막쿠르징 코스를 택하였다.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코스로 보통 예약은 몇 개월 전에 해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 예약을 못하였다. 혹시나 하고 항구에 갔더니 설상가상으로 6개월 전에 배 한척이 수리 중이란다.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발휘하여 새벽부터 기다리고 기다린 덕분에 예약 취소된 마지막 표를 건졌다. 동승한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기적이라며 축하해 준다. 항해중 바다에 떨어지는 빙하와 돌고래, 바다새, 바다사자들이 간간히 보인다. 남쪽하늘에는 멋지게 드리운 혜성도 보았다.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였다. 첫날 Las Torres봉우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수직암벽이 3개가 손가락처럼 솟아 있어 아주 멋지다. 암벽등반가라면 꼭 도전해 보고 싶겠다.
둘쨋날부터는 평평한 오솔길을 따라 하루 종일 걷는다. 호수와 산이 잘 어우러져 환상이다. 여기는 가이드없이 혼자서 지도와 식량을 들고 다음 대피소까지 찾아 가야 한다. 물은 곳곳에 호수가 있고 물이 맑아 마음껏 마셔도 문제 없다.
세쨋날에는 빙하가 덮혀 있는 산을 넘었다. 옆에서는 빙하가 계속 굉음을 내며 흘러 내린다. 위도가 남극과 가까워 낮은 산에도 만년설이 있다. 적도에서는 고도가 5,000m 넘어야 볼 수 있는 청빙이 여기에는 지천에 깔려 있다.
네쨋날 평지를 걸어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전체코스는 8박9일이지만 3박4일 코스로 줄였다. 이 곳은 대피소가 잘 되어 있지만 날씨 변덕이 심하고 바람이 거칠고 세기로 유명하다. 항상 준비를 잘하고 출발하여야 한다.
5. 아르헨티나
. 엘챨텐
남부 파타고니아 엘챨텐에는 유명한 피츠로이 봉우리가 있다. 칠레의 토레스 봉우리만큼 멋진 봉우리다. 특히 이 봉우리에는 항상 연기가 피워 오르는 것처럼 보여 옛 인디오들은 이 산을 연기나는 봉우리라 불렀단다.
습하고 강한 바람이 피츠로이 수직벽을 만나 상승기류로 변하고 올라 가면서 응결현상을 빚어 마치 불을 지피는 것처럼 산봉우리에 연기가 피어 오른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연무를 계속 볼 수 있었다.
. 모레노빙하와 갈라파테
움직이는 빙하를 잘 볼 수 있는 곳은 모레노 빙하이다. 빙하의 이동 속도가 어느 빙하보다 빠르기로 유명하다. 잠시 서 있으면 빙하가 굉음을 내며 호수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빙하 트레킹 코스가 있다. 아이젠을 싣고 빙하위를 조심스럽게 걸어 다녀 보았다. 군데 군데 갈라진 빙하에 물이 고여 있고 물속의 잠겨 있는 빙하의 색깔은 하늘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채롭다. 빙하의 색깔이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지 몰랐다.
가이드가 빙벽을 오르는 시범도 보여 주고 마지막에는 위스키에 빙하를 넣어 준다. 톡톡 터지며 녹는 빙하를 보여 주며 여러분들은 몇만년 전의 공기와 섞어 먹는 위스키라며 건배를 청한다.
갈라파테는 빙하가 흘러 내려와 녹은 호수가 많다. 배를 타고 하루 종일 호수에 잠겨 있는 크고 작은 빙산을 구경하였다.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다. 하늘, 산, 호수, 빙산이 어우러진 이 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 우수아이아
아프리카 최남단에서 시작하여 7개월만에 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도착했다. 벌써 이번 여행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다행히 한번도 아프지 않고 계획대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튼튼한 몸과 마음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우수아이아는 남극을 가는 교두보다. 세종기지에 보내는 물자와 인력이 이곳에서 집결하여 넘어 간단다. 남극크루징 2주 코스가 있어 기웃거려 보지만 비용과 일정이 만만치 않다.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청빙을 눈이 시리도록 보았지만 남극이 주는 의미가 커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 섰다.
우수아이아에도 유럽인 감옥소가 있었다. 유럽인들은 호주 뉴질랜드도 모자라 이곳에서도 유럽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 은근히 부와가 난다. 쓰레기가 있으면 그 땅에서 처리해야지 왜 딴나라에서 처리를 하나...
.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첫인상은 활기를 잃은 도시였다. 한때는 뉴욕과 견줄만한 도시였다는데 계속된 경제정책의 실패로 경기가 악화 되었나 보다. 한 도시의 인상은 시민의 눈초리, 목소리, 발걸음 등에서 느껴지는데 여기저기 둘러 보아도 조용한 분위기다.
이 도시에서 볼리비아 여행을 같이한 젊은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나는 남쪽으로 크게 돌았지만 젊은이들은 중부 지역 돌다가 이곳으로 왔단다. 여행 일정이 서로 달라 힘든 일이지만 요즈음은 이메일을 주고 받기 때문에 상대방 일정을 알 수 있었다.
반갑게 서로 만나 회포를 풀며 저녁 식사를 하였다. 내가 세상 돌아다니며 먹어 본 스테이크 중 제일 맛있었던 곳은 아르헨티나였다. 일설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국내에 유통하는 소고기는 3살이하 송아지만 쓴단다. 특별한 조리법도 없는 것 같은데 고기의 탄력과 맛은 일품이다.
이 곳에서는 인디오들을 볼 수가 없다. 현지인들의 애기에 의하면 철저히 원주민들을 학살하여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단다. 미국도 아메리카 인디안을 철저히 학살 하였는데... 덜걱 역사의 굴레 속에서 힘이 없어 사라진 종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다.
. 이과수폭포
세계 최대의 물량을 과시하는 이과수 폭포는 웅장함에 있어서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를 압도한다. 빅토리아 폭포는 얌전한 색시이지만 이과수는 근육질의 남성이다. 2단 3단 폭포가 여기 저기서 표호하며 떨어진다.
아르헨티나쪽은 악마의 목구멍이란 별명의 갖은 폭포가 있어 유명하다. 반원형의 입구에 물이 흘러들어가 굉음을 내기에 부쳐진 이름이다. 또한 많은 폭포를 측면에서 볼 수 있어 사진 담기가 좋고 오솔길을 따라 가며 멋진 폭포가 이어진다.
브라질쪽은 큰폭포를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고 멀리 보이는 아르헨티나쪽 폭포가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강에서는 배를 타고 물로 떨어지는 폭포를 구경하고 가끔은 폭포속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있다. 이때 나의 생활방수 카메라는 진가를 발휘하였다.
6. 브라질
. 상파울루
남아메리카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는 자금 문제로 고생하였다. 총경비 1/3은 트라블첵, 1/3은 현금, 1/3은 직불카드로 운영했는데. 현금과 트라블첵은 다 쓰고 직불카드를 쓰기위하여 현금지급기에 넣었다가. 기계가 먹어 버렸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리우카니발 축제 휴일 중이라 5일동안 아무도 도와 주지 못한단다. 부랴부랴 한국에 있는 지점장을 통하여 카드 발급 및 송달을 부탁하고 마침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젊은이를 만나 식사와 숙박을 해결했다.
여행 중 조심하여도 여권을 잃어 버리거나 현금을 몽땅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항상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비상 연락망을 확인하고 때때로는 현지인에게 도움을 청하여야 한다. 요즈음은 통신망도 좋고 은행간의 결제도 쉬워졌지만 이런 일을 당하면 굉장히 당황스럽다. 침착하게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 리우데자네이루
일주일만에 경비 문제가 해결되어 카니발은 못 보았지만 리우를 들렀다. 도시는 멋진 산과 모래사장으로 둘러 싸여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축제가 끝나고 얼마 안 되어서인지 코파카바나 해변가는 썰렁하다.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뽐내는 미녀들과 근육질의 멋진 총각들을 혹시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궤도열차를 타고 올라 리우의 상징인 거대한 그리스도상도 보고 시내를 돌아 다녀 봤지만 어느 대도시에서나 느낄 수 있는 콘크리트 냄새다. 사실 대도시를 몇 일 돌아보면서 안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 내가 여행자로서 서울을 갔다면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아주 단편적인 것만 보고 돌아가 수다를 떨고 있겠지.
. 마나우스
열대 우림 아마존의 중심에 마나우스라는 도시가 있다. 천연고무 수출로 번성하였으나 지금은 쇠퇴하고 관광사업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 가 보니 아마존에서 잡히는 많은 민물고기를 볼 수 있었다.
마나우스는 페루쪽에서 내려오는 큰강와 콜롬비아에서 내려오는 큰강이 만나 아마존 본류가 되는 곳이다. 두 지류의 속도와 밀도 차이로 수킬로미터를 서로 섞이지 않고 내려 간다. 강의 반쪽은 검은 색깔이고 다른쪽은 점토질이 많아 분홍색이다.
아마존 정글을 체험 하였다. 페루 정글투어와 다르게 이곳에서는 정글 속에서 잠을 자고 숲속에서 얻는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아마존에 몸을 담구고 수영도 했는데 발밑 피라냐가 걱정이 된다.
문명 세계로 돌아오니 같이 갔던 젊은 친구들이 파티 한다며 초대 한다. 미국 젊은 처녀가 안 왔길래 물어 보니 아무도 초대를 하지 않았단다. 미국과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약간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가 재미있다.
7. 베네주엘라
. 볼리바르
베네주엘라에는 지질학적으로 아주 특이한 기아나고지가 있다. 이 지형은 20억년전에 융기하여 현재까지 침식작용만 받아 테이블 모양으로 깎였다. 절벽 높이가 1,000m인 곳도 있는 이런 특수한 대지가 100개이상 존재한다.
많은 대륙이 침강 및 융기로 많은 세파를 겪었지만 특이하게 이곳만은 침강없이 그 상태를 유지하였단다. 그래서 혹자는 이곳을 지구의 배꼽이라고 부른다. 이 높고 평평한 대지에 동식물들이 고유한 진화를 하였기에 연구할 가치가 많은 곳이란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엔젤폭포는 978m로 이 고지에서 흘러내린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3일동안 직접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몇몇 젊은이들과 이틀동안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낮아 끝내 접근하지 못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경비행기에서 보며 사진을 찍었다.
버스에서 한 한국인 젊은이를 만났다. 지금 막 테이블마우틴을 갔다 내려오는 중인데 배도 고프고 아프단다. 몇 일전 통장을 해킹당해서 여비를 몽땅 잃어 버렸단다. 브라질에서 나의 처지가 생각나 여비를 조금 도와주었다.
귀국 후 인사동 한 가게 주인으로 있는 그를 우연히 만났다. 연극인으로 그때는 여행 가이드를 하고 싶어 돌아다니는 중이었단다. 사람의 만남과 인연이란 참 묘하다. 서로 연락처가 없어 평생 못 만날 줄 알았는데...
8. 콜롬비아
. 보고타
베네주엘라에서 만난 콜롬비아 어르신(70세)과 수도 보고타에 들렀다. 보고타가 고향이라며 가이드 역할을 자처해 주었다. 보고타는 위도가 적도 근처이지만 고도 2,600m에 위치해 날씨가 좋다. 옛날에는 마약조직이 판을 치는 위험한 도시로 소문났다 그러나 요즈음은 치안이 많이 좋아 졌다.
보고타는 900만명이 긴 평야에 모여 산다. 중심가외에는 높은 건물이 없고 낮은 집으로 넓게 퍼져 분포되어 있다. 지진이 심하고 빈곤하여 좋은 재료를 쓸수 없단다. 그러나 도로는 보통 10차선이 넘는다.
특이한 점은 중앙버스차선을 만들어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환승이 가능하다. 차선은 넓고 지하철을 만들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인 것 같다. 요즈음 우리나라에도 일부 도입하고 있는데 도로폭이 좁은 곳에서 시행하기에는 조금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시내에는 황금 세공 1만8000점을 보유하고 있는 황금 발물관이 있다. 남미의 독특한 장신구와 의식용구가 호화롭다. 세계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이 어른은 유럽 여행중에 만난 외국인이 이 황금 박물관에 극찬을 하는데 정작 자기는 가보지 않아서 창피했단다. 나도 우리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모르고 외국 문화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반성해 본다.
. 시파키라 소금광산
보고타에서 북쪽으로 40Km를 올라가면 소금광산으로 유명한 시파키라가 있다. 소금을 캐내고 1990년 폐광이 된 이 곳을 지하 성당, 분수, 그리스도 수난상등 많은 조각상을 만들었다. 또한 형형색깔의 빛을 쏘아 소금결정이 기묘하고 멋진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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