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과학부 202112042 윤지호
영화 : 팬텀 스레드 ( Phantom Thread / 2017 )
- 코로나 사태로 인해 멀어진 사람들의 관계와 가치관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왔던 사상을 정리하고, 깊게 탐구해보고자 해당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다.
< 사람에게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 >
레이놀즈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항상 엄격한 규칙이 깃들어 있는 자신만의 세상에 타인이 함부로 침범하거나 간섭하는 행위를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이다. 그가 영화 내내 식사할 때 약간의 소리만 나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등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레이놀즈로부터 오는 사랑과 관심이 식고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알마는 그가 어머니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독버섯을 먹이고 그를 온전히 자신에게 매달리게 만들어 버린다. 알마의 정성 어린 간호로부터 어머니로 부터의 안정감고 안락함을 느낀 레이놀즈는 알마에게 청혼하고 결국 그들은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 생활에서 알마로부터 느껴지는 불편함과 무리한 요구들은 레이놀즈의 일을 수시로 방해했고, 끝내 그는 알마와 그만 만나려고까지 한다. 점점 변해가는 레이놀즈에게 다시 관심이 받고 싶었던 알마는 다시 한번 독버섯을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레이놀즈가 요리에 독버섯이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알마의 앞에서 보란 듯이 먹고 그녀의 품에 안긴다. 그러나 레이놀즈는 회복을 하며 이전에 일을 열정적으로 할 때의 배고픔을 느끼고, 알마는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는 등 서로의 욕망을 다시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상류층의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일에 빠져있는 레이놀즈와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알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팬텀 스레드>는 애정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레이놀즈는 ‘일’을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 생각하며 일과 사랑을 구분한 반면 알마는 맹목적인 사랑만을 바라보며 그의 곁에 머무르려고 한다. 서로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달라 발생한 차이로 그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갈등을 겪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이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신념과 가치관이 다를 것이고, 이러한 차이 속에서 다양한 종교와 정치이념, 정당과 단체가 생겨나며 인류사가 진행된 것처럼 가치관의 차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정치이념이 달라 정당끼리 대립하여 선거를 진행하고 전 세계적으로 종교 이념이 달라 발생하는 테러나 전쟁의 역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나는 알마가 레이놀즈에게 사랑을 강요한 것처럼 각자가 가진 가치관을 강제로 타인에게 주입하려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알마가 사랑받기 위해 레이놀즈에게 독버섯을 먹이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를 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짓은 타인이 가진 고유한 가치관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끝내 레이놀즈는 독버섯 요리를 먹어 알마에게 의지해 자신이 지닌 가치관인 ‘일’을 포기하게 되지만 몸이 완전히 나아지면 다시 원래대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이는 멀어지며 알마는 영화에서 그러했듯 다시 레이놀즈에게 사랑받기 위해 독버섯을 먹이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만 남기는 암울한 미래를 만들 것이다.
레이놀즈와 알마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레이놀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과거에 집착해 드레스의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여 손님을 잃기도 했지만, 그가 과거를 잊지 않고 욕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훌룡한 드레스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알마는 레이놀즈가 법이자 규칙인 그의 집에서 주체적으로 레이놀즈를 굴복시켜 그녀의 미래를 위한 욕망을 채움과 동시에 레이놀즈가 과거에 대한 집착과 안락함을 자신에게로 전가시키며 그를 자신이 생각한 미래로 이끈다. 레이놀즈는 과거를, 알마는 미래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독버섯으로 유지되는 이 둘의 관계에서 나오는 미래가 그저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드레스’와 ‘독버섯’으로 표현해 남녀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함께하고, 헤어지는지 입체적으로 구성한 영화 <팬텀 스레드>는 영화 끝까지 결말을 예상하지 못하는 훌룡한 개연성과 심리 묘사를 이끌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과 ‘과거’를 중요시 하는 레이놀즈와 ‘사랑’과 ‘미래’를 중요시 여기는 알마의 관계는 보는 관객들에게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상당히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영화 <팬텀 스레드>를 보며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어떤 환경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고유하고 강인한 신념으로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 거친 세상 속에서 타인에게 속거나 굴복하지 않고 먼 미래를 향하여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항상 어떠한 이념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려고 한다. 예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개념 하에 이미 사회 깊은 곳까지 뿌리내린 ‘특정’ 이념들은 정치적 이념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제로 적용시키며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과 갈등, 분쟁을 조장하여 점점 사람들을 하나의 이념으로 동화시키는 동시에 특정 개인과 단체들은 정치적 올바름의 그림자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익을 챙긴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인류사에서 잠시 있는 단순한 사회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속에서도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이념의 옳고 그름을 주체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사회의 흐름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올바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지닌 거대한 이념의 풍파 속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찾고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화 <팬텀 스레드>를 적극 권장한다.